시작은 쉬웠는데 말입니다.
언제쯤 잘 쓰게 될까.
2022년 1월 20일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사실 내가 글쓰기를 할 것 이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2021년 말, <기록하기로 했습니다.>라는 책을 읽고, 나의 추억을 포함하는 내 인생의 시간들이 기억 속에서 소멸되고 있다고 자각한 순간부터 기록의 의미를 생각해 봤을 뿐이었다.
그 덕분에 3년 일기장을 쓰게 되었고, 2022년 새해를 맞이하며 3년 일기장의 첫 장에 올해 이것만은 해보고 싶은 것들을 적어보게 되었는데, 그게 나의 글쓰기의 시작이 된 것이다.
제일 우선해야 할 기록은 더 소멸되기 전에 아이와의 추억을 남기는 것이었고, 좀 더 의미 있는 기록물로 만들고 싶은 욕심에 올해가 가기 전까지 초고라도 동화 한 편 써내기를 제1의 목표로 삼았다. 일기도 처음 써 보는 주제에 동화라는 창작물을 만들어내려면 공부가 우선돼야 할 것 같아 동화 쓰기 목표에 대한 행동지침은 글쓰기 관련 공부하기로 정했다.
보통 글쓰기가 처음인 사람들은 자기가 글 쓰고 있다는 사실을 숨긴다는데, 나는 오랜만에 아니 거의 생애 처음 어떤 목표가 생긴 것이 스스로 너무 뿌듯했는지 아이의 국어 과외 선생님에게 자랑스레 떠벌린 게 불쏘시개가 되었다.
싱어송라이터가 되고 싶다는 아이를 위해, 평소에 아이의 마음을 잘 읽어주던 옆집 언니에게 아이가 본인의 생각을 잘 정리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 부탁했는데, 이 선생님이 아이뿐 아니라 나까지 칭찬과 응원으로 춤추게 만든 것이다.
나의 올해의 목표를 들은 선생님은 본인도 글쓰기에 대한 욕심이 있어서 브런치를 해볼까 한다는 얘기를 들려줬고, 아무것도 모르는 나는 글쓰기를 하려면 브런치를 해야 하나 보다 하는 마음으로 브런치 작가를 신청하게 된 것이었다. 그러면서 4명 정도 모아 어떤 글이라도 써서 체크하는 모임을 가져보자는 선생님의 말에 바로 인원 모집에 들어갔다.
3년 일기장을 시작하던 즈음에, 코로나로 1년 넘게 가지 못했던 미술학원을 다시 나가게 되었다. 미술 선생님과 근황 토크를 하던 중, 기록에 대한 집착이 생겨 3년 일기장을 쓰게 되었다는 얘기에 선생님도 관심을 보였고, 선생님은 그렇게 내가 일기장을 떠넘긴 사람 중 1인이었기에 분명 글쓰기에 관심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아이의 수학 과외 선생님은 나의 지인이 독서모임에서 만난 분이었다는 기억이 떠올라 조심스럽게 글쓰기에도 관심이 있으신지 물었더니, 뜻밖에 지금 책을 쓰고 있다고 하셔서 말이 나온 지 1시간 만에 아이의 선생님들로 구성된 글쓰기 모임이 만들어졌다.
재능 많은 선생님들 틈에 부족한 내가 꼽사리 끼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 가득했지만, 배우고 싶었고, 배워야만 했기에 그 미안함은 잠시 묻어두기로 했다.
원하면 이루어지리다!
내가 기록에 대한, 동화에 대한, 글쓰기에 대한 생각을 지인들과 나누지 않았다면, 아이의 선생님들로 구성된 이 독특한 조합의 글쓰기 모임이 만들어지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내 얘기를 들은 선생님들이 글쓰기에 대한 본인들의 관심을 표현했기 때문에 생각도 못했던 일이 순식간에 벌어진 게 아닐까.
더구나 동사무소 한번 가는 것도 며칠을 고민할 정도로 집 밖에 나가기 싫어하는 내가, 사람이 싫어져 고학력의 스펙을 버리고 시골에서 개나 키우고 사는 내가, 집 밖에서 하는 모임이라니!
글을 쓰겠다는 마음이 간절했나 보다. 그리고 그 마음이 브런치 작가 신청할 때 보였나 보다. 아무것도 모르는 나는 하루 만에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는 메일을 받았고, 지금 이렇게 부족한 글쓰기를 계속하고 있다. 그렇게 시작은 쉬웠다.
부족한 글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아직 한 달도 안 된 글쓰기 실력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논하는 것 자체가 우습지만, 브런치에 올린 내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하면서도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을 어쩔 수가 없다. 글쓰기 관련 책을 아무리 읽고 공부한다고 해서 순식간에 잘 쓰게 되는 일이 아니다 보니, 그저 우선은 열심히 써보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애초에 나의 글쓰기는 나와 가족의 추억을 기록하기 위함이었고, 내 타깃 독자인 남편과 딸아이가 응원해주고 있으니 지금은 그것만으로도 만족해야겠다. 계속 쓰다 보면 어느 순간 필력이 늘어나 있을 거라는 선생님들의 응원에 오늘도, 내일도 계속 써보려고 한다.
기억을 기록하고 싶은 마음에 시작된 일이었다. 그런데 잘하고 싶어졌다.
우리 모임의 이름은 [Full다.]이다. 각자의 감정과 생각을 이야기로 풀어내어 글쓰기로 채우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두 번째 모임에서 발표한 생애 곡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