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셋의 동생이 마흔다섯 언니에게

동생의 응원

by 박대노

‘2분 후에 언니네 주차장 도착! 잠깐 나와봐!’

‘왜?’

‘줄 거 있어, 잠깐 나와. 시댁 가는 길이라 시간 없으니까 빨리, 잠깐만 나왔다 들어가.’

명절 전날, 동생이 갑자가 찾아왔다.

시댁에 가는 길이라 우리 집 안으로 들어올 시간도 없다며 서두르라고 했다.

동생네 집에서 우리 집 까지는 최소 2시간, 우리 집에서 동생의 시댁까지는 다시 1시간 반. 동생의 시댁이 우리 집과 동생네 중간에 끼어 있는데, 굳이 여기까지 무슨 일로?

당황해서 겉옷을 주섬주섬 걸쳐 입고 나갔다.

동생이 창문 밖으로 던지고 간 건, 와인, 곶감 그리고 운동화.


코로나 때문에 명절에 친정에도 가지 않겠다고 하자, 친정에서 만나면 주려고 준비했던 선물을 가지고 우리 집까지 찾아온 거였다.

브런치 작가가 된 것을 축하한다고. 글 쓴다고 앉아만 있지 말고, 산책도 많이 하면서 아프지 말라고.

‘언니한테 받기만 했는데, 이렇게 선물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좋아. 고마워. 그리고 축하해.’

동생의 마음이 너무 고마워 눈물이 났다.




글쓰기 공부가 필요해 모임을 만들었다는 말에도 내 동생은 잘했다고, 그저 잘했다고 말했다.

그 모임 일원인 미술 선생님이 동화를 쓰고 싶다는 내 얘기를 듣고 ‘한국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 (최혜진, 한겨레출판, 2021)을 선물해 주었다.

동생에게 자랑을 했다. 무슨 책이냐고 묻는 동생에게 책 사진을 찍어 보내 주었다.

며칠 뒤, 동생이 보낸 택배가 도착했다.

‘한국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는 10명의 그림책 작가들을 인터뷰한 책인데, 이 책의 인터뷰이로 참여한 작가들의 책을 한 권씩 모아 보내 준 것이었다.

‘아 이런. 이 지지배, 요즘 왜 자꾸 나를 울리지?’

가방끈 긴 언니가 집에서 노는 게 답답했던 걸까.

올해 목표로 아이와의 추억을 기록하는 동화를 쓰고 싶다고, 그래서 브런치 작가 신청을 했다는 말에 동생은 유독 좋아해 줬다.

동생은 나한테 뭔가 하고 싶은 일이 생겨서 좋다고 했다.

내가 쓰는 모든 글의 첫 독자가 되어 주었다.

등록된 브런치 작가가 5만 명은 된다고, 이러면 내가 너무 부끄러워진다고 아무리 얘기해도 소용없다.

남사는 일에는 관심 없어 일상 에세이는 읽지 않는다는 동생은 없는 시간을 내어 내가 쓴 글 하나하나를 인쇄해 읽고 조언과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나의 하루는 내가 쓴 글을 동생에게 전송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마흔세 살의 동생은 그렇게 마흔다섯 살의 언니를 응원한다.



처음 쓰는 글쓰기를 응원해주는 가족이 있어서 오늘도 하기 싫은 공부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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