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마당의 3분의 1 정도 크기인 주차장 쪽 마당은 안마당과 분위기가 아주 다르다. 북쪽이라 수국 같이 반그늘에서 잘 자라는 꽃을 가꾸기에 더 적합하기도 하고, 숲길 같은 정원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아담한 크기의 정원과 건물 옆길을 활용해 나무를 지그재그로 심어주니아기자기한 맛이 있다.
안마당에 있던 화살나무를 주차장 마당으로 옮겨 심었다. 화살나무가 키가 비슷한 삼색 셀릭스와 겹쳐 두 나무 모두 빛을 보지 못하는 것 같아서, 막대사탕 수형의 셀릭스에게 화살나무가 기가 눌린 듯 그 예쁜 단풍을 뽐내지 못하는 것만 같아서 화살나무를 독립시켜 주고 싶었다. 옮긴 화살나무 자리에 원래 배나무가 심겨 있었지만, 배나무보다는 화살나무가 더 잘 어울릴 것 같았다.
우리 집에서만 몇 년을 컸는지, 이렇게 큰 나무는 뿌리만 캐는 것도 쉽지 않은데, 지금은 나무를 옮겨심기에 적합한 계절도 아니니 분을 크게 떠야 했다. 뿌리 정리를 하고 나서도 나무 무게에 흙 무게까지 더해 남편과 둘이 힘을 합쳐도 들어 옮기기가 쉽지 않았다. 배나무를 심을 때 틀을 짜 만든 벤치도 분해했다가 다시 조립해 놓는 수고로움을 거쳐야 했지만, 그럼에도 역시 옮기길 잘했다.
자리를 옮겨주며 가지를 많이 쳐주었더니 원래보다 수형은 덜 예쁜데도, 화살나무가 "거봐, 여기가 내 자리 맡지?!"라며 빨갛게 물든 잎을 뽐내는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