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복주머니야, 내 똥을 막아줘!

by 박대노

명절을 맞아 할머니 댁에 가는 길에, 화장실이 급했던 아이와의 추억을 적어보았습니다.

그림은 아직 그릴 줄 몰라, 그림동화지만 그림이 없네요^^




“엄마, 나 배 아파!”

“새나 너 화장실 안 갔어? 여기서 배가 아프면 어떻게 해!”

“아까는 안 마려웠단 말이야. 근데 지금 배 아픈 걸 어떡해!”

“엄마, 나 배 아프다고! 똥 쌀 거 같단 말이야!”

“잠깐만 기다려봐, 차 세울 데 좀 찾아보고!”


할머니 집에 가는 길에는 차들이 가득했어요.

새나 얼굴이 점점 노랗고 빨갛게 변해갔어요.

방구라도 뀌고 싶지만, 똥이 새어 나올까 봐 엉덩이에 힘을 꽉 주고, 이렇게 앉았다 저렇게 앉았다 자꾸 움찔거렸어요.

발가락을 모아 힘을 꽉 주고, 있는 힘껏 아빠 의자를 밀어 엉덩이를 등받이에 딱 붙여 참아보려고 해도, 계속 계속 똥이 나올 것만 같아요.

카시트는 왜 이렇게 좁은 건지, 바스락거리는 한복이 불편해서 견딜 수가 없어요.


오늘 아침, 새나는 엄마가 깨우지도 않았는데도 일어나서 세수를 하고 치카치카도 했어요.

구겨지지 않게 잘 걸어두었던 예쁜 한복을 들고 엄마 방으로 뛰어가며 외쳤어요.

“엄마! 나 오늘 이거 입고 가는 거지? 머리 빗겨줘!”

엄마가 양 갈래로 예쁘게 땋은 머리에 노랗고 빨간 꽃잎으로 장식된 머리띠도 해줬어요.

분홍색의 긴치마를 입으니 새나는 공주가 된 것만 같았어요.

노란색, 분홍색, 초록색이 연달아 이어진 저고리의 손목은 또 얼마나 예쁘게요!


할머니 할아버지가 새나 예쁘다고 꼭 안아주실 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급해졌어요.

“우리 할머니네 언제 가? 아침 일찍 출발한다며?”

“이제 곧 출발할 거야. 새나야, 너 가기 전에 화장실 갔다 와야 해. 명절이라 오늘 차 많이 막힐 거야.”

“갔다 왔어! 그러니까 빨리 가자고!”

“화장실 갔다 온 거 맞아? 지난번처럼 또 가는 길에 급하다고 하지 말고!”

새나는 엄마가 왜 자꾸 화장실 다녀왔다는데도 몇 번 씩이나 계속해서 묻는지 짜증이 났어요.

“갔다 왔다고! 안 마렵다고!”


고속도로는 엄마 말대로 꽉 막혀 있었어요.

길 한가운데로 옥수수, 쥐포, 군밤을 파는 아줌마 아저씨들이 지나다녔어요.

“엄마, 나 군밤 먹고 싶어.”


살짝 벌려진 붉은색의 단단한 껍질 속에 예쁜 노란색 알밤이 살을 쏙 내밀었어요.

앙 물면 버석하게 부스러지는 군밤이 너무 달고 맛있어서, 새나는 엄마한테 계속해서 군밤을 까달라고 했어요.

엄마는 분홍색 치마에 부스러기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는 얼굴을 찌푸렸어요.

“너무 많이 먹으면, 목마르니까 천천히 먹어. 휴게소까지 아직 한참 남아서 화장실 가고 싶다고 하면 안 돼.”

새나는 알았다고 대답했지만, 그 달고 노란 군밤에서 손을 뗄 수가 없어요.


구루르르륵

새나 뱃속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기 시작해요. 엄마 아빠 모르게 살짝 방귀를 뀌었어요.

“새나, 방귀 뀌었어? 이 냄새 뭐야?”

눈치도 없는 아빠가 새나가 방귀 뀐 것을 큰 소리로 놀렸어요.

“군밤을 그렇게 먹더니, 차 속이 온통 새나 노란 방귀가 가득하네! 창문 다 열어야겠다!”


냄새나는 방귀를 몇 번이나 뀌었는데도 뱃속은 잠잠해지지 않고 부글부글 점점 노란 거품으로 가득 차는 것만 같았어요.

“엄마, 어떻게 해? 나 배 아파.”

“응? 배 아파? 휴게소까지 조금 더 가야 하는데, 참을 수 있어?”

“응. 참아볼게.”


“엄마, 나 이제 못 참겠어. 얼마나 더 가야 해?”

“어떻게 하지? 차 세울 데도 없는데……. 새나야, 손가락으로 엄지, 검지 사이를 꼭꼭 눌러봐!”

“벌써 했어. 이젠 거기 누르면 더 마렵다고!”

“큰일 났네. 새나야, 한복 앞에 달려있는 복주머니를 꽉 잡고 조금만 참아봐! 새나 아빠, 휴게소 아니더라도 차 세울 데가 있나 찾아봐요!”


으으으으으으

이가 아프도록 따다닥닥 부딪쳐보아도, 힘을 꽉 준 엉덩이를 살짝 들어보아도, 발가락을 꽉 조이고 흔들어보아도 소용없었어요.

엉덩이를 뒤로 빼고 주먹을 꽉 쥐었어요.

몸이 부들거리며 이마로 식은땀이 흘러내렸어요.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빨개진 얼굴로 새나가 말했어요.

“아빠, 아직 멀었어? 나 이제 진짜 못 참겠어! 어뜩하냐고!”

“새나야, 우리 복주머니에 소원을 빌어볼까? 5분 정도만 가면 휴게소 나오니까 그때까지만 참을 수 있게 해달라고 해보자. 복주머니야, 우리 새나 똥을 막아줘 “

엄마도 아빠를 따라 외쳤어요.

“복주머니야, 우리 새나 똥을 막아줘!”

새나도 엄마 아빠를 따라 간절하게 소리쳤어요.

“복주머니야! 내 똥을 막아줘!”


“여보, 화장실 앞에 세워줘요.”

새나는 미리 신발도 신고 안전벨트도 풀고 뛰어갈 준비가 다 되었어요

차 문이 열리자마자 달려 나가자 뒤에서 엄마가 외쳤어요.

“새나야, 엄마가 화장실 앞에서 기다릴게!”

두 손으로 한복을 들어 잡았어도 긴 치맛자락이 자꾸만 발에 밟혀 몇 번이나 넘어질 뻔했어요.

겨우겨우 똥이 나오기 전에 화장실에 도착했어요!


부드드드드득 북 북부드드득

코끝이 파래지도록 힘을 주자, 차에서 먹은 노란 밤들이 커다란 소리를 내며 터져 나왔어요

‘휴우~살았다!’

복주머니를 움켜쥐며 참고 있던 숨을 내쉬었어요.

긴장했던 어깨에 힘이 풀렸어요.


“우리 새나 이제 시원해? 복주머니한테 똥 막아 줘서 고맙다고 인사해야지!”

아빠 말에 새나는 웃음이 나올 뻔했지만, 꾹 참고 화난 사람처럼 눈썹을 찡그렸어요.

“여보, 그만 놀려요!”

아빠를 말리려던 엄마가 웃음이 터져버렸어요.

푸하하 하하하

새나와 엄마 아빠 모두 얼굴이 빨개지도록 어깨를 들썩거리며 크게 웃었어요.


한복이 구겨지지 않게 엉덩이부터 치마를 쓸어내리며 조심조심 앉았어요.

아빠가 다시 차를 출발시키자, 새나는 분홍치마에 묻은 노란 밤 부스러기를 떼어내며 복주머니에 대고 작게 말했어요.

“복주머니야 고마워.”


새나는 카시트 깊숙이 몸을 묻었어요.

눈꺼풀이 처지고 고개가 옆으로 떨어졌어도 새나의 손에는 복주머니가 꼭 쥐여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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