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못난이 형제

by 박대노

앞집 언니가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기 시작하고 얼마되지 않아 매일 같이 밥을 먹기 위해 들르던 고양이 두마리.

언니는 병에 걸린 것같은 작은 고양이를 머루, 머루를 돌봐주는 조금 큰 고양이를 다래라 이름지어주었다.


고양이 털 알러지가 있는 언니가 알러지 약을 먹으면서까지 머루를 돌봐주지 않았더라면, 좋은 집사가 되어줄 것을 알아본 다래가 머루를 언니네로 데려오지 않았더라면 이 이야기는 없었을 것이다.

어설프지만, 다래와 머루의 이야기를 동화로 써보았다.


다래는 머루가 먼저 배를 채우고 나서야 밥을 먹었는데, 머루는 다래가 없으면 항상 불안해하며 밥도 먹지 않았고, 다래 역시 머루를 지켜주느라 머루 옆을 떠나지 않았다.

눈곱을 달고 콧물을 흘리는 머루는 밥도 잘 못먹을 정도로 상태가 심상치 않아보였고, 언니는 그런 머루를 힘들게 포획한 후 병원에 데려갔다.

병원에서는 지금 이 상태로 살아있는 것조차 신기할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다고 하면서, 치료한다고 해도 얼마 살지 못할 거라고 응급치료만 하고 데려갈 것을 권했다.

언니는 3일간 입원치료를 받은 후 집에 온 머루에게 매 시간마다 힘들게 약을 먹이면서 온갖 정성을 다해 보살펴주었고, 머루도 그 고마움을 아는지 병원에서 놀랄 정도로 상태가 호전되어 지금은 처음의 모습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통통하게 살이 올라서는 집사에게 온갖 애교를 부려대는 개냥이가 되었다.


그리고, 머루가 회복될 때까지 매일같이 나타나서 마당을 지키던 다래는 어느날인가부터 오질 않는다.





나는 오늘도 마당을 지켜요.

모두들 나를 우리 동네 보안관이라고 부르죠.

앞집 누나가 밥을 주기 시작하면서 이 동네 길고양이들이 자꾸 기웃거리는데, 우리 동네 보안관인 내가 이 꼴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죠!



까만 고양이, 하얀 고양이, 얼룩 고양이, 잿빛 고양이, 노란 고양이,

길고양이 중에 제일 싫은 건 그녀석이에요.

보이죠? 저기 보이는 노란 바탕에 하얀 줄무늬.

처음엔 호랑이인 줄 알고 얼마나 놀랐다고요.

“멍멍! 저리 가! 여기 오지 말라고 했지! 멍멍!”



그녀석은 쪼그만 고양이를 데리고 다녀요.

그녀석한테 부하가 있을 리가 없으니, 동생이 틀림없어요.

너무 조그맣고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말라서는 어찌나 볼품이 없는지, 길고양이 중에 제일 못생긴 탓에 못난이라고 불리죠.



누나가 밥을 주면 그녀석은 못난이가 밥을 다 먹을 때까지 기다려요.

그래 봐야 눈에 눈곱은 주렁주렁 달고, 콧물도 질질 흘리는 못난이는 얼마 먹지도 못하지만요.

그녀석은 못난이가 밥통에서 자리를 비키면 그제야 허겁지겁 밥을 먹어요.



그렇게 배가 고프면 먼저 먹어도 될텐데, 꼭 못난이 녀석이 배를 채울때까지 기다려요.

자기도 아기 고양이인 주제에 형인 척하는 꼴이라니.

아무튼, 그녀석 하는 짓은 다 마음에 들지 않아요.



그녀석은 다른 고양이들이 못난이를 괴롭히면 이빨을 드러내고 하악하악 이상한 소리를 내는데, 그땐 진짜 호랑이 같아요. 호랑이 소리를 들어본 적은 없지만 말이죠.



아무래도 못난이가 더럽고 못생겨서 다른 고양이들도 싫어하는가 봐요.

그녀석이 같이 있을 때는 그냥 지나쳐가면서 못난이 혼자 있을 때만 시비를 걸어대는 걸 보면 아주 비겁한 놈들이에요.



그녀석도 못난이도 싫지만, 비겁한 놈들은 더 참을 수 없어요!

“멍멍! 저리 가! 그 아기 고양이를 가만두지 못해! 멍멍!”

봤죠? 내가 얼마나 무서운지, 비겁한 고양이들이 모두 도망갔어요.



못난이 녀석, 콧물이라도 좀 닦고 다니지, 아무도 돌봐주지 않는 티를 내고 다니니 어떤 고양이가 좋아하겠어요!

지켜주는 그녀석이라도 있어서, 못난이가 밥을 먹을 수 있어 다행이에요.

아, 취소! 저 말은 취소예요! 동네를 지켜야 하는 내가 이런 말을 하다니!



앞집에 무슨 일이 있나 봐요.

누나가 가방을 들고 나타나더니, 못난이를 가방에 집어넣었어요.

못난이가 질러대는 비명소리에 그녀석이 나타났지만, 누나가 이미 못난이를 하얀 차에 태워 가버린 뒤였어요.


그녀석은 안절부절못하고 앞집 마당에서 계속 울어대요

“멍멍! 시끄러워! 저리 안 가?”

보통은 내가 이렇게 경고를 날리면 꽁무니를 내빼던 그녀석이 오늘은 내 말이 들리지 않는 것처럼 계속 울어대기만 해요.

그녀석이 도망도 안 가고 울고 있으니, 짖는 것도 재미없어요.

“오늘은 내가 봐준다!”



누나가 돌아왔지만, 못난이는 돌아오지 않았어요.

누나도 더럽고 못생긴 못난이가 마당에서 노는 게 싫었겠죠?

어디에 버리고 온 게 분명해요.

그녀석이랑 못난이가 마음에 들진 않지만, 누나도 참 비겁해요.

그녀석이 없는 틈을 타서 못난이를 버리고 오다니.


그녀석은 지치지도 않는지 매일매일 찾아와서 울어요.

누나가 나타나도 도망가지도 않고, 계속해서 울기만 해요.

지겨운 녀석.

못난이는 잊고 편하게 밥이나 먹을 것이지, 며칠 째 밥도 안 먹고 울기만 하는 통에 아주 신경 쓰여 죽겠어요.

아! 이 말도 취소예요!

동네를 지키느라 바쁜 내가 저런 녀석 따위에 신경 쓸 틈이 있겠어요?



그녀석이 너무 시끄럽게 굴어서인지, 누나가 다시 못난이를 데리고 왔어요.

이제 좀 조용히 살 수 있게 되었네요.

그나저나 그녀석은 못난이가 돌아왔는데, 어디에 있는 거죠?

어? 누나가 못난이를 마당이 아닌 집으로 데리고 들어가고 있는데, 이렇게 중요한 순간에 그녀석은 도대체 왜 안 나타는 거냐고요!



누나가 못난이에게 간식을 주려나 봐요. 쩝, 나도 먹고 싶은데.

간식에 하얀 가루를 섞어주네요. 가루가 조금이라도 떨어질까 봐 엄청 조심조심하는 것을 보니 아주 특별한 가루인 것 같아요.


안 먹겠다고 발버둥을 치는 못난이 녀석을 누나가 수건으로 꽁꽁 감싸서 눕히고는 억지로 입을 벌려 간식을 먹였어요.

그렇게 난리를 칠 때는 언제로, 누나가 간식 잘 먹었다고 쓰다듬어주자 그르렁 소리를 내며 눈을 감네요.



그녀석이 왔어요.

그녀석은 못난이가 돌아온 걸 모르는지 마당 한쪽에 자리 잡고는 또 울어요.

바보 같은 녀석, 어딜 싸돌아다니다가 이제 나타난 거야?

못난이가 그녀석 목소리를 들었는지 창을 긁어대면서 울어요.

그녀석도 못난이를 봤어요!

다행이에요!



아, 그런데, 누나는 못난이를 마당에 내보내질 않아요.

그녀석과 못난이는 창을 사이에 두고 계속 울어요.

누나는 그녀석이 온 걸 알면서, 도대체 왜 그녀석과 못난이를 못 만나게 하는 거죠?


며칠 째, 매일매일이 똑같아요.

하얀 가루를 먹이려는 누나와 하악 거리는 못난이, 창밖에서 지켜보기만 하는 그녀석.



못난이 눈에서 눈곱이 사라지고, 흐르던 콧물이 멈췄어요.

하얀 가루가 예뻐지는 마법 가루라도 되는 것처럼, 비실비실하던 녀석이 살도 통통하게 올랐어요.

하하, 못난이 녀석, 좀 귀여운 것도 같아요.

그래도 여전히 못난이지만 말이죠.



그런데 참 이상하죠?

그녀석이요.

언젠가부터 그녀석이 우리 동네에 나타나질 않아요.

못난이가 비실비실하고 못생기고 더러울 때는 그렇게 챙기더니, 이제 살도 오르고 예뻐져서 봐줄 만한데, 도대체 왜 보러 오질 않는 걸까요?



그녀석 취향을 도무지 모르겠어요.

매일같이 찾아와서 창을 사이에 두고 못난이를 지켜볼 때는 언제고 말이죠.

못난이가 매일 창 앞에서 기다리는 것도 모르고.



그녀석, 그래도 어딘가에서 호랑이처럼 씩씩하게 잘 지내고 있겠죠?









길고양이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리는 코코(좌)와 살이 많이 오른 개냥이 머루(우), 바지 벗겨놓은 것 같은 머루 배의 털은 복부초음파 검사하느라 저렇게 된 것이란다^^


집 안에 있는 머루와 머루를 지켜보는 다래. 인심좋은 집사가 다래의 집도 멋지게 만들어주었건만, 왜 안오는거니?


머루의 소식이 궁금하신 분들은 옆집 언니의 유튜브 채널에 들러주세요~

아주 예쁘고 매력적인 검정고양이가 새끼 세마리를 옆집 언니네 집에 맡겨놓고 가버린 이야기도 있어요^^

https://youtube.com/channel/UCFL2OgHrSjbI0nJOSOpzRV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