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동화는 그렇게 사라졌다.
동화를 써 보았다. 내 아이와의 추억을 기록하기 위한 방법으로 택한 동화 쓰기.
10여 년 전 기억을 끄집어내어, 아이와의 추억을 새록새록 떠올리며 신이 나서 한 자 한 자 적어 내려갔다.
글이 글을 부른다고 했던가. 첫 문장을 쓰고 나자 글이 술술 써졌다.
A4 한 장을 다 채우지 못한 짧은 글이었지만, 뭐 어떠랴.
동화란 어차피 아이들이 읽는 짧은 글이 아니었던가!
나름 만족한 글쓰기를 끝내고, 여기저기에 후기를 강요하였다.
어! 이게 아닌데…….
내가 신이 난 만큼 기대했던 호평은커녕 악평 일색이었다.
‘고등학생 자기소개서만도 못하며, 주어와 동사가 일치하지 않아 가독성이 떨어지는 글’이라는 언니의 평에 더하여, 내 딸아이가 쓴 일기 수준이라며 동화와 일기의 차이부터 공부하라는 아빠의 평은 내가 글이라는 걸 써도 되는지에 대한 좌절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했지만, 언니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을 찾아 다행이라며, 많이 읽어보고 다시 써 보라는 동생의 응원에 힘입어 수정을 해보기로 했다.
그래, 내가 너무 흥분했어. 아빠 말씀대로, 있었던 일을 신이 나서 적는 것은 일기일 뿐이지, 동화가 아니지!
현재 미취학 아동을 키우면서 매일 10~20권의 동화책을 읽고, 20여 년간 어린이집에 재직하면서 시의원한테 상도 받은, 내 주변의 유일한 아동문학 전문가(?) 다운 내 동생이, 어린아이를 다루듯이 상처받지 않도록 나의 글은 소재일 뿐 동화가 아니라고 명확하게 지적해 준 덕분에 그나마 수정에도 탄력이 붙었다.
수정한 동화를 동생에게만 은밀하게 건네었다.
“누구 시점인 거야? 아이 시점이야, 어른 시점이야? 시점이 혼란스러우면 아이 시점으로도, 어른 시점으로도 각각 써봐”
그래. 장강명 님께서도 ‘책 한번 써봅시다’ (2020, 한겨레출판)에서 말씀하셨지. 하나의 테마로 200자 원고지 600매를 써보라고! 계속 써보자!
“나는 동화는 글이 시처럼 짧고 예뻐야 한다고 생각해. 언니가 쓰는 건 그림책이야, 동화책이야? 그림책이라면 함축적이어야 하고, 동화책이라면 스토리가 풍성해야 하는 거 아닐까?”
다시 수정
“언니, 글에는 도입, 전개, 절정, 결말이 모두 들어가야 하잖아. 언니 글에는 전개와 절정만 있어. 좀 더 다듬어봐.”
다시 또 수정
“의성어, 의태어, 대사를 좀 활용해보는 건 어때? 난 그런 게 많은 동화가 좋더라.”
그렇게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는 동안, 동생은 답답함이 증폭되었나 보다.
“언니! 생활 동화의 대상은 만 5~6세야. 즉, 7~8세가 읽는 글이라면 스토리가 좀 더 풍성하게 하나하나의 장면을 눈에 들어오도록 풀어써야 하는 건 아닐까?”
영수증 처리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고, 언니 덕분에 이른 퇴근은 글렀다고 하면서도 동생은 직접 예시로 글을 써주기 시작했고, 그 뒤로도 예시에 예시를 더하여 처음의 내 동화와는 완전히 다른 동화가 만들어졌다.
“아! 이렇게까지 한 장면 한 장면 눈에 보이게 써야 하는구나! 동화 쓰는 거 어렵네. 그리고 이건 네가 쓴 거지, 내가 쓴 동화가 아니잖아”
“다행이다. 언니가 어렵다는 걸 이제라도 알아서. 공부해봐. 공부하고 다시 써보면 제대로 잘 쓸 수 있을 거야.”
나의 첫 동화는 그렇게 사라졌다.
공부 좀 하고 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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