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쓰기 고군분투기 2

동생의 산교육

by 박대노

첫 동화가 사라져 좌절해있던 그때, 동생이 동화책 몇 권을 보내줬다.

내가 쓰고 싶어 하는 생활 동화 형식으로, 너무 좋아 조카에게 몇 번 씩이나 읽어주고 또 읽어준 동화라고 했다.

읽어만 보지 말고, 필사를 해보라고. 다른 사람이 쓴 글이더라도 직접 써 보면 어떤 느낌인지 더 잘 알 수 있을 거라고 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다행이라던 동생은 나보다 더 적극적으로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나 보다. 좌절한 상태로 덮어두었던 노트북을 다시 켜서 내가 쓴 동화와 동생이 보내 준 동화를 다시 읽고 또 읽어 보았다.


달랐다. 달라도 많이 달랐다.

동생이 한 장면 한 장면을 눈에 보이듯이 묘사해야 한다는 게 무슨 말인지, 아이 시점과 어른 시점에서 한 사건을 바라보는 것이 어떻게 다른지, 작가처럼 쓸 수는 없지만 어떤 느낌인지는 알 수 있었다.


그 다른 느낌을 알자, 동화를 쓴다는 것이 더 주저되었다.

처음부터 아이와의 추억을 기록하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글을 쓰고 싶은 소재는 자꾸 떠오르는데도 그 소재를 영상미를 느끼도록 글로 쓰자니 막막하게 느껴졌고, 더하여 아이의 시점에 어른인 나의 생각이 입혀질까 봐 쉽게 손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동생에게 문자가 왔다.

“언니, 왜 요새는 동화 안 써? 난 언니의 글을 읽을 준비가 되어 있는데……. 내가 직장인이라서, 언니가 초고를 다작해서 보내면 꼼꼼하게 읽을 수가 없지만, 하루에 한 작품 정도는 괜찮아.”


고마웠다. 동생이 얼마나 치열하게, 마음고생하며 직장 생활과 육아를 병행하는지를 알기에, 그 와중에 없는 시간을 내어 철딱서니 없는 언니까지 응원해주는 그 마음이 너무 예뻤다.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됐어. 네가 보내준 책도 더 읽어보고, 동화 쓰기 방법에 대한 책도 좀 찾아보면서 공부 좀 더 하고 써 볼래. 그때 시간 많이 내줘!”


얼마 전 읽은 브런치 북 <꾸준하게 쓰는 법 10 - 똘똘한 독자 1명만 있다면>에서 다다 작가님이 말씀하셨다.

정서적 지지가 주는 힘이다. ‘주변 사람들이 나를 돌봐주고 이해해준다는 느낌’으로 쓰이는 말인 정서적 지지는 ‘소속감과 자존감을 높일 뿐 아니라 뇌를 스트레스로부터 보호해 인지 기능을 유지하고 향상시키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https://brunch.co.kr/@dadane/286)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하고 있는데, 동생에게서 문자가 왔다.

“언니, **이랑 내가 쓴 일기야. 시점! 동화의 시점! 같은 날, 같은 상황에 대해 **이와 내가 어떻게 다른 생각을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봐.”


동생은 나에게 다다 작가님이 말씀하신, 정서적으로 지지해주는 ‘똘똘한 독자’이다. 그리고 살아있는 교육으로 나를 공부시키는 ‘고마운 선생님’이다.



조카의 시점.jpg
동생의 시점.jpg
조카와 동생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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