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고 착한 마음만이 동심인 건 아니었다.

by 박대노

<아동문학 창작수업> 선생님께서 동시 쓰기에 좀 더 몰입해보라고 내게 말씀하셨다.

시인은 적확한 단어 하나를 찾기 위해 밤을 새우기도 한다고, 동시에 좀 더 몰두해서 열심히 써보라고 하셨는데, 선생님! 저의 과제들이 단숨에 써서 제출했다는 게 티가 나나요?

아직까지 시를 쓰는 사람으로서의 자세가 안된 나는 동시를 쓰기 위해 어떤 상황을 떠올리면 단숨에 떠오른 영감을 쏟아내고는 숙제를 마친 것에 흐뭇해하는데, 선생님께서는 안 봐도 다 보이시나 보다.


지난 수업시간에는 김개미 동시인의 시들을 소개해주셨는데, 동시라고 하면 아이의 순수하고 예쁜 마음만 떠올렸던 나의 편견을 깨뜨린 시간이었다. 김개미 동시 속의 아이는 아이 나름의 아픔, 거침없는 순수함과 솔직함, 상상력 등이 잘 표현되어 있어, 아이의 마음은 이럴 것이다라는 어른인 나의 선입견을 깨뜨려 주었다. 나도 아이였을 때 엄마를 미워하기도 하고, 동생을 괴롭히기도 하면서, 내가 한 나쁜 생각과 행동들로 벌 받을까 겁나 하기도 했던 걸 생각해보면 아이에게도 미움, 슬픔, 그리움 등등이 너무나 당연한 감정인데, 어른의 눈으로 보지 않으려고만 한 게 아닐까......


도서관에 가서 김개미 시인의 시집들을 찾아보면서 또 갑자기 떠오른 시들로 과제를 제출했다.

선생님, 귀찮아서 대충 쓰는 게 아닙니다! 불현듯 떠오른 시상이지만, 나름 제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제출한 거니 오해하지 마시고요, 오래도록 적확한 단어를 생각해서 쓰는 동시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천천히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대신 오늘은 세 편입니다!



뭉치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뭉치는 죽어서 벚꽃을 피운다.



벚나무

너를 묻을 땐

꽃도 이파리도 없는 차가운 벚나무였지.


그 이후였을 거야.

봄이 되면 벚꽃이 피어난 건.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을 보면

너를 만난 것만 같아.


그 이후였을 거야.

떨어지는 벚꽃에도 웃을 수 있게 된 건.


우리, 내년 봄에 다시 만나자.




할아버지

내가 일곱 살이 되도록 할아버지는 나를 업고다녔다.

굽은 등을 동그랗게 만 채로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내가 일곱 살이 되던 해, 할아버지가 죽은 날,

내 손엔 할아버지 손 대신 과자 봉지가 쥐어져 있었다.


사진 속의 내가 과자봉지를 꽉 쥐고 웃고 있던 날,

일곱 살이 되도록 나를 업고다니던 등 굽은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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