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님 헌정 시

로봇청소기는 사랑입니다.

by 박대노

<마음에 쏙 드는 이모님을 만났습니다>라는 글이 다음 포털 사이트에 올라가면서 조회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제목이 낚시였다는 민원이 좀 있었지만 듣지 않았다. 세간의 관심은 성실하게 살아가는 이모님의 노고에 대한 칭송의 결과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지난 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아동문학 창작수업> 선생님께서 숙제를 내주셨다. 매주 동시 두 편 써오기.

커피를 마시며 이모님이 청소하는 것을 유심히 보고 있자니, 시상이 절로 떠오른다.


로봇청소기
박대노

하얗고 작은 발에
동그란 몸으로

하찮은 빗자루 들고
이리 쿵 저리 쿵

왔던 길 다시갔다
갔던 길 돌아왔다

위잉 위잉 노래하며
빙빙 돌아 춤을추며

미소 짓는 엄마에게
작은 카페 선물한다


내게 청소할 시간 대신 티타임을 선사해주시는 우리 이모님에 대한 헌정 시이다.

마음에 든다. 이모님 마음에도 들었으면 좋겠다.







숙제가 두 편이니 한 편 더 적어 보겠다.

집 앞에 하수관 공사를 해서 며칠째 흙먼지와 소음으로 고통받고 있다.

시브로(남편의 애칭)의 망치, 드릴, 각종 장비의 소음 역시 영화 속에서 본 전쟁통의 폭격음들처럼 들리기에 이렇게 써 보았다.



전쟁
박대노

탕탕탕, 한발 한발 뜸 들이지 않은 총성이 울린다.
위잉위잉, 전투기 프로펠러의 회전하는 날개 끝은 바람을 헝클어 놓고
두두두두두, 귀를 찢는 기관총의 날카로운 파열음이 내 머리를 때린다.

엄마의 큰 한숨 소리 들리고
흙먼지 잔뜩 묻은 창문이 꼭꼭 닫힌다.

“도대체 저 공사는 언제 끝나는 거야?”


우크라이나 사태로, 전쟁을 겪어보지도 않은 주제에 별것도 아닌 공사 소음을 전쟁 폭격음에 비유하는 것이 가당키나 한 것인지, 시를 써놓고도 마음에 걸려 불편했다.

동시니까, 어린 아이의 마음으로 쓰고 읽는다면 이런 불편함을 느끼진 않겠지? 숙제로 제출해야 하니 어쩔 수 없다는 말로 모른척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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