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쓰다 보면 되는 걸까요?

by 박대노

따로 동시 쓸 시간을 내기가 어려워 수업이 끝나면 바로 과제를 한다.

동화나 일상의 글을 쓰는 것도 그렇지만, 나는 어떤 소재가 떠오르면 단번에 글이 써지다 보니, 글이 가지고 있어야 하는 메시지 등에 대해서는 그렇게 고민을 많이 하지 않게 되는 것 같다.

적확한 용어를 찾아 쓰고, 통찰의 메시지를 포함하며, 가슴에 남는 문장을 쓰고 싶은데, 필력이 좋은 것도 아니면서 오랜 시간을 두고 쓰는 글이 아니라서 그런지 그런 부분에 항상 부족함을 많이 느낀다. 다 쓰고 나서라도 묵혀두고 생각을 좀 더 하면 좋으련만, 쓰는 동안 몰입해서인지 다시 들여다봐지지가 않는다.


동시를 쓰겠다고 마음먹고 어떤 사물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잠시 멍 때리다 보면 번뜩 통으로 시가 떠오른다. 떠오르는 시를 그대로 적고 살짝 문장을 다듬는 정도로 마무리하는데, 내가 내 수준을 알아서인지 이게 또 살짝 마음에 든다는 게 문제다. 부족함을 느껴야 시간을 두고 들여다볼텐데, 어찌나 쉽게 만족하는지 동시 쓰기에서도 성찰이 안된다.

선생님께 이런 고민을 말씀드리니, 오감에 더하여 육감이 발달한 사람이라 그런 글쓰기가 가능한 것이라며 그 또한 큰 장점이라고, 계속 쓰다 보면 그 고민이 해결되는 날이 올 테니 그냥 써지는 대로 쓰라고 하셨다.

그럴까요? 계속 쓰다 보면 되는 걸까요?






그래서 내가


엄마, 엄마 나랑 놀이터에 갈래요?

아까도 바쁘다고 했는데, 아직도 바빠요?

엄마는 언제 나랑 놀아 줄 수 있어요?

맨날 맨날 바빠서 나랑 놀이터에도 갈 수 없으면,

엄마는 신발이 필요 없겠네요?


그래서 내가

엄마 신발 놀이터에 두고 왔어요.





냉장고 파먹기


엄마는 웃긴다.

내가 식빵 속만 파먹는다고 혼낼 땐 언제고

자기는 냉장고 파먹기를 한단다.


내가 할머니한테 이르면, 엄마도 혼날걸!





달리기


이건 다 엄마 때문이에요.

엄마가 결승선 앞에서 빨리 오라고 손짓만 하지 않았다면

나는 넘어지지 않았을 거예요.


그러니까 엄마가 친구들한테 얘기 좀 해줄래요?

내가 달리기를 얼마나 잘하는지.





꿈을 먹는 도서관


이른 아침, 도서관 입 속으로 사람들이 들어갑니다.

어깨가 무겁도록

각자의 꿈을 가지고 들어갑니다.


늦은 저녁, 도서관 입 밖으로 사람들이 나옵니다.

가슴이 뻥뚤리는

꿈을 이룰 방법을 가지고 나옵니다.





건조기


엄마가 옷을 입어보래요.


어? 이건

어제 아빠가 빨래 통에 벗어둔 옷이 분명한데

오늘은 나한테 딱 맞아요.


신기하죠?

내가 하루 사이에 아빠만큼 커졌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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