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맛있는 부라타 치즈를 먹고서 떠오른 단상
주말, 아침. 새벽에 잠깐 깨 휴대폰을 본다. 몸이 아프다는 친구의 연락이 와있다. 몸이 아파서 토하고 난리도 아니라는 친구의 연락에 그럼 다음에 보자. 얼른 나으라는 말을 하고 다시 잠에 든다. 아프다는 친구랑 운동이라도 해야하나. 운동하면 별로 아플 일이 없는데. 운동을 같이 가자고 할까. 따위의 실없는 생각을 하며 다시 잠에 든다.
약속이 취소된 덕에 여유로운 아침을 선물받았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샤워를 하고, 머리를 말리고, 유산균을 먹는다. 동생 녀석은 아무리 깨워도 일어나질 않으니 암막커튼 정도만 열어 젖혀두고 깨기를 기다리기로 한다.
배가 고파 먹을 것을 뒤적이다 얼마전에 쿠팡으로 주문한 백설기와 마켓컬리에서 시킨 부라타 치즈를 꺼낸다. 쓰고 보니 세상 참 좋아졌네? 아아, 어제 밤에 사온 디카페인 아메리카노도 꺼낸다. 이 무슨 조합인가 싶지만 전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다. 가끔은 부라타 치즈를 먹어줘야 하고, 가끔은 떡을 먹어줘야 하는 동서양을 가리지 않는 식성을 가진 사람이 바로 나다.
그것들을 앞에 깔아두고 책을 읽는다. 부라타 치즈가 맛있어서, 백설기도 맛있어서, 이시간에 남이 만든 커피를 마시는게 좋아서, 오랜만에 글자를 앞에 둔 것이 반가워서. 등등의 이유로 행복하다 생각한다. 창밖에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규칙적으로 들려오는 빗소리마저 퍽 마음에 든다. 행복하다.
행복을 찾아서, 행복을 좇아서, 어딜 자꾸 가려고 했었다. 그러나 내 행복의 역사를 살피자면, 모두 이런 실없는 것들이다. 별 것도 아닌 것들이다. 오늘은 부라타, 백설기, 커피, 책, 빗소리였으나 때때로 여름이 오는 냄새, 비오는 날의 냄새, 어두운 방의 조도, 어떤 날은 쨍쨍한 볕에 빨래 너는 일 조차도 나를 행복하게 한다.
그리하여 나는 생각한다. 행복도 불행도 전부 별 것 아니다. 그리하여 나조차도 별 것 아니다. 내가 별 것 아닌 것 조차 별 것 아니다. 별 것 아닌 불행과 행복 가운데서 나는 자주 별 것도 아닌 것들로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어쩌면 이것은 부라타 치즈가 가져온 행복감이다. 그리하여 불행한 날에는 부라타 치즈를 먹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