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잠재력을 깨우는 '작은 일탈' 허용하기
1장에서 우리는 흔들리지 않는 부모의 기준을 세웠고, 2장에서는 등수가 아닌 역량으로 아이를 보는 눈을 키웠습니다. 이제 3장에서는 실제 양육 현장에서 어떻게 행동할지 이야기하려 합니다.
코치형 부모로 산다는 것은 아이를 가르치는 게 아니라 그 안에 숨은 '불꽃'을 찾아내는 일입니다. 20년 넘게 아이들과 부모들을 코칭하며 깨달은 것은 이 불꽃이 이미 아이 안에 있다는 사실입니다. 문제는 우리가 무심코 그 불꽃을 꺼뜨릴 때가 많다는 것이죠.
여러 번 강조했듯이 코칭은 "나는 내 아이의 무한한 가능성을 정말 믿고 있는가?"이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이 믿음이 있다면, 아이의 엉뚱한 행동도 문제가 아니라 기회로 보입니다. 1장에서 세운 '내가 바라는 부모상'을 떠올려 보세요. 이제 그 믿음을 일상 속에서 실천할 때입니다.
둘째 아들 훈이가 20개월이었을 때, 밥상은 작은 모험의 무대였습니다. 첫째 딸은 얌전히 숟가락으로 밥을 먹었지만, 훈이는 달랐습니다. 숟가락? 전혀 관심이 없었죠. 양손으로 밥을 주무르고, 옆에 있던 우유컵에 밥알을 퐁당 넣더니 손가락 사이로 삐져나오는 하얀 밥을 맛보더군요. 급기야 우유를 바닥에 스르륵 부어버렸습니다. 그 장면은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화가 날 법한 순간이었지만, 나는 웃음이 터졌습니다. “아, 이런 것도 할 수 있구나!” 내가 절대 시도해보지 않은 일을 훈이가 대신해 준 기분이었습니다. 묘한 쾌감과 함께 깨달음이 왔습니다. “왜 나는 하라는 대로만 했지? 밥 한 번 주물러본 적이 없는데?” 별거 아닌 순간이었지만, 내 안의 고정된 틀이 깨지는 계기였습니다.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선에서는 아이의 새로운 시도를 막을 필요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훈이가 유치원에 다닐 때였습니다. 소고(작은북)를 배운 날, 집에 들어오는데 신발을 벗지 않고 거실로 들어와서는 흥얼거리며 소고를 치면서 뱅글뱅글 돌더군요. 그러더니 소고를 내려놓고 두 신발을 벗어서 심벌즈처럼 '짝짝' 치며 10분 넘게 춤을 추며 돌아다녔어요.
신발 밑창에서 흙이 떨어져 나오고, 거실 소파에도 먼지가 날렸지만... 저는 그 모습이 너무 신기했습니다. '신발=심벌즈'라는 발상의 전환, 그리고 그걸 실제로 해보는 용기까지. 나는
“와, 신발을 악기로 만들었네!”
하며 감탄했습니다. 한참 놀다 지친 훈이는 신발을 현관에 두고 소파에서 곯아떨어졌습니다.
다른 엄마들은 놀라워했습니다. “그걸 어떻게 그냥 놔둬? 거실이 더러워졌잖아!” 하지만 나는 그 순간이 너무 즐거웠습니다. "10분 청소하면 되는 일인데, 이런 경험은 언제 또 할 수 있을까?" 이런 식이었습니다. 훈이의 엉뚱한 상상력이 내 안의 잊혔던 호기심을 깨워줬기 때문입니다. 청소는 나중에 하면 됩니다. 중요한 것은 훈이의 불꽃이 반짝이는 모습, 창의력과 유연한 사고라는 역량을 발휘하는 순간을 목격하는 즐거움이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창의력을 키우겠다고 의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내 안의 반골 기질이 튀어나온 것이었습니다. “왜 꼭 규칙대로 해야 해?”, "규칙은 바뀌기도 하잖아."라는 질문이 훈이의 행동을 통해 터져 나왔습니다. 엉뚱한 행동을 할 때마다 저는 훈이를 말리기보다 “그래, 한번 해봐!” 하며 응원했습니다. 그러면서 훈이의 작은 일탈들은 내가 미처 경험하지 못한 세상을 열어줬고 많은 웃음을 주었습니다.
훈이가 성인이 되어 이런 말을 해줬습니다.
"엄마 교육에서 제일 감사하는 것은, 틀을 깨는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주신 거예요. '이런 생각을 말해도 되나? 이런 식으로 행동해도 될까?' 하는 의구심이 들 때, 늘 엄마는 흔쾌히 해보라는 반응을 보여주셔서 거리낌 없이 해보게 되었어요. 그래서 나의 생각을 믿고 행동하게 된 것 같아요."
학교에서 아들은 공부를 잘한다는 말보다는 "아이디어가 기발하다", "질문을 잘한다", "창의적이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지금 데이터사이언티스트로 일하는 직장에서는 "남들과 다르게 생각한다", "남들이 하지 않는 질문을 한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듣는다고 합니다.
20년 넘게 아이들과 부모들을 코칭하며 깨달은 것은 호기심과 창의력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있는 것을 지켜주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스티브 잡스가 말했습니다.
“창의력은 경험했던 것을 새롭게 연결할 때 생겨난다. 그건 더 많은 경험을 하고, 그걸 깊이 생각할 때 가능하다.”
지식은 벽돌을 쌓는 것이라면, 창의력은 이미 아이 안에 있는 씨앗에 물을 주는 것입니다. 다양한 경험을 할 때 그 씨앗이 싹트고 자랍니다. 우리는 그 싹을 자르지 않고 햇빛과 물을 주면 됩니다.
그러나 학교나 사회는 아이의 이 싹을 너무나 쉽게 자르고 있습니다. “질문하지 마, 조용히 해”, “남들처럼 해”라는 분위기 속에서 아이들은 호기심을 숨기게 됩니다. 하지만 집에서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어렵지 않습니다. 매일 조금만 신경 쓰면 됩니다:
궁금한 질문에 귀 기울이기: 아이가 엉뚱한 질문을 던지면 “오, 그거 재밌네! 왜 그렇게 생각했어?”라고 응답합니다.
작은 일탈 허용하기: 규칙을 살짝 벗어나도 “한번 해보자!” 하며 격려합니다.
내 편견 점검하기: “이 행동이 정말 문제일까? 내 틀이 잘못된 건 아닐까?” 스스로 묻습니다.
호기심의 순간 즐기기: 아이의 엉뚱한 행동이 내 잊어버린 상상력을 깨워줄지도 모릅니다.
학원 스케줄을 짜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고, 효과는 평생 갑니다. 이것이 아이의 경험에 가능성을 여는 길입니다.
잠시 멈춰서 생각해 봅니다.
아이가 숟가락 대신 손으로 밥을 주무르며 신나게 놀면, 나는 어떤 반응을 할까?
아이의 엉뚱한 행동이 내 안의 호기심을 깨울 수 있을까?
규칙을 깨는 작은 일탈을 함께 즐길 용기가 나에게 있을까?
결국 아이들의 작은 일탈을 허용하는 것은 코칭의 기본 철학인 '아이의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실천하는 일입니다. 그 보이지 않는 씨앗을 믿고, 아이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세상을 탐험할 수 있도록 돕는 일. 이것이 바로 아이의 잠재력이 꽃피우는 토양을 만들고 우리는 비로소 코치형 부모로서 아이의 미래에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습니다.
[코칭 미션] 아이의 엉뚱한 행동에서 가능성 찾기
[부모 코칭 질문] (나에게 묻다)
1. 내가 "안 돼!"라고 말했지만, "한번 해봐!"로 바꿀 수 있었던 순간은 언제였나? 그때 나를 주저하게 만든 것은 무엇이었나?
2. 내게 일탈의 행동을 하나 하라고 하면 어떤 행동을 해 보고 싶나?
[자녀 코칭 질문] (아이에게 묻다)
3. 네가 정말 해보고 싶었는데 "안 돼"라는 말을 들어서 하지 못한 일이 어떤 일이었어? 그걸 하고 싶었던 이유는 뭐였어?
4. 만약 엄마/아빠가 "한번 해봐!"라고 말해준다면, 지금 가장 해보고 싶은 실험이나 모험은 뭐야?
- 코치 이진영의 미래 역량 코칭 -
[‘AI 시대, 코치형 부모가 답이다 (10화)]
[3장: AI시대, 아이의 경험에 가능성을 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