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흥미를 지켜주는 환경 만들기
"아이가 독서만 하는데 괜찮을까요?" "우리 딸이 그림 그리기만 하는데 미래가 걱정돼요." 부모 상담을 하다 보면 이런 고민을 많이 듣습니다. 하지만 반대의 고민도 자주 듣게 됩니다. "아이가 하고 싶어 하는 게 있는데, 학원 스케줄 때문에 시간이 없어요." "시험 준비하느라 좋아하는 일을 할 여유가 없어서 안타까워요. 학과 공부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하네요."
부모는 아이가 좋아하며 잘하는 일을 업으로 하며 경제적 안정도 누리며 살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좋아하는 일 = 잘하는 일 = 돈 버는 일'이라는 완벽한 공식이 성립되면 좋겠지만, 인생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죠.
그렇다면 아이의 흥미는 포기해야 할까요? 아닙니다! 제가 두 아이를 키우며 깨달은 것은 이겁니다. 아이가 '흥미를 느끼는 일'에 충분한 시간을 보낸 경험 자체가 아이들의 보물이 된다는 것이죠. 그 경험이 직접적으로 직업이 되지 않더라도,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것을 깊이 탐구해 본 아이와 그렇지 못한 아이는 완전히 다른 인생을 살아갑니다.
생각해 보세요. 앞선 장에서 우리는 작은 일탈과 포기를 허용하며 아이의 경험 폭을 넓혀주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이제는 그 경험이 '흥미'라는 연료를 얻어 '깊이 있는 탐구'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도 주어야 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AI가 절대 대체할 수 없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진짜 좋아하며 깊이 탐구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호기심을 갖고 자발적으로 탐구하며 일하는 사람이 경쟁력을 갖는 시대가 이미 왔습니다.
꼭 미래까지 안 가더라도 아이들이 현재 흥미로운 일에 몰두하며 느끼는 행복은 그 자체로 소중합니다. 그런데 이처럼 '좋아하는 일'에 충분히 시간을 쏟은 경험이 성인이 되어 '해야 하는 일'을 할 때도, 남다른 내적 동기와 힘을 발휘하네요. 현재의 행복이 미래의 성취로 이어지는 일석이조의 투자입니다.
물론 모든 흥미가 다 같은 것은 아닙니다. 특히 중독성이 강하고 수동적 소비에 머물기 쉬운 게임의 경우는 신중해야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흥미를 느끼는 일'은 아이가 능동적으로 탐구하고 창조할 수 있는 활동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면 책 읽기, 그림 그리기, 만들기, 음악, 춤, 과학 실험, 요리, 식물 키우기, 곤충 관찰하기 등입니다. 이런 활동들은 아이의 창의성과 사고력을 기르며, 스스로 탐구하고 발견하는 즐거움을 줍니다. 게임이라 하더라도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게임을 직접 만들어보거나, 게임 속 원리를 탐구하는 방향이라면 충분히 의미 있는 흥미가 될 수 있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아이들은 어떤 상황일까요? 학원 스케줄과 시험 준비가 항상 우선순위가 됩니다.
아이가 "엄마, 나 이거 더 해보고 싶어"라고 말해도 "시간 없어, 학원 가야지"라고 답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도서관에 가보면 학생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책에 삼매경에 빠지기보다, 여전히 문제집을 풀고 있습니다. 남이 내 준 문제의 정답을 찾는 시대가 지났는데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식으로 공부를 하고 있는 모습이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아이들의 잘못이 아닙니다. 흥미를 느끼는 일에 시간을 쏟을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지지 않았을 뿐입니다.
뉴질랜드에서 살 때의 일입니다. 초등 6학년인 딸이 해리포터에 빠졌습니다. 여름 방학이었는데, 해리포터 책을 구입한 딸은 그 책을 다 읽을 때까지 아무것도 안 하겠다고 선언하고는 3박 4일 동안 밥 먹고 잠자는 것 이외에는 이 책만 읽었습니다. 그때는 그저 아이가 하고 싶어 하니까 허용했을 뿐이었습니다. 영어로 된 꽤 두꺼운 책을 어떻게 이해를 했을까도 신기했고, 한 가지 일에만 이렇게 집중할 수 있는 것도 놀라웠습니다.
저는 이 시리즈를 영어본,, 한국 본 모두 사 주었고, 해리포터 관련 물건들도 원하는 건 사주고, 영화도 같이 보러 다녔습니다. 학교 공부가 아니라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일에 충분한 시간을 보낸 경험은 딸에게 책과 함께 상상의 날개를 펴는 즐거움과 언어 장벽을 극복하는 일석이조의 경험이 되었습니다.
좋아하는 '해리포터'를 충분히 즐길 수 있게 내 두었더니, 책 읽기 습관이 들었고, 책 속에서 상상력이 자랐을 뿐만 아니라 영어 실력과 독해력, 이해력 등 학원에 다녀서 얻을 수 있는 혜택과 비교도 안 되는 많은 능력이 저절로 길러졌습니다. 지금은 소아과 의사가 되어 틈만 나면 동화책을 읽고 있다고 하는데, 이 해리포터 경험도 어린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코치형 부모는 우리가 배운 GROW 프로세스(Goal: 목표 설정, Reality: 현실 평가, Options: 선택지 탐색, Will: 실행 의지)의 'G(Goal)'처럼, 당장의 학습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아이 스스로 흥미를 느끼는 분야를 해 보는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깊이 탐구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줍니다.
아이가 무언가에 깊은 관심을 보이는 그 모습을 보며 부모도 함께 상상의 날개를 펴는 것이죠.
"우리 아이가 지금 관심을 갖고 있는 이 일이 어떤 가능성으로 자라날까?" 하고 말입니다.
꽃으로 안 피고, 열매로 나타나지 않아도 아이 내면을 자라게 하는 보이지 않는 자양분이 된다는 것도 잊지 않습니다.
시간 확보하기: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일주일에 하루라도 아이가 '좋아하는 일'만 하는 시간을 허용해 보세요. 학원을 빼고, 숙제를 미뤄두고라도 말입니다.
환경 만들기: 아이가 흥미를 느끼는 것과 관련된 재료나 도구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세요. 그림을 좋아한다면 다양한 그림 도구를, 만들기를 좋아한다면 여러 재료들을 준비해 주세요.
함께 관심 갖기: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부모도 알아보려고 노력하며, 그 과정에서 같이 이야기를 나누세요. "네가 가장 재미있어하는 부분이 어디야? 왜 그 부분이 좋아?" 하며 아이의 마음속으로 들어가려 해 보세요.
성과를 재촉하지 않기: "이걸 해서 뭐가 될 건데?"라는 질문 대신 "정말 재미있어 보이네, 더 알려줄래?"라고 물어보세요.
결론적으로, AI 시대 코치형 부모의 역할은 명확합니다. 아이가 중독이 아닌 '성장과 기쁨을 체험할' 흥미로운 활동에 몰두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환경'을 만들어 줍니다. 시험과 스케줄에 쫓기는 현실 속에서, 부모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미래 대안이자 확실한 투자입니다.
[코칭 미션] 아이에게 흥미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 만들기
[부모 코칭 질문] (나에게 묻다)
1. 내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푹 빠져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만약 하루 종일 자유 시간이 주어진다면 무엇을 하고 싶나?
2. 내가 관심이 있는 일을 충분히 해 볼 시간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자녀 코칭 질문] (아이에게 묻다)
3. 학교 공부나 학원 말고, 네가 스스로 더 배우고 싶고 탐구해 보고 싶은 게 있어? 그걸 하려면 어떤 도움이 필요할까?
4. 만약 하루 종일 자유 시간이 주어진다면 무엇을 하고 싶니?
- 코치 이진영의 미래 역량 코칭 -
[‘AI 시대, 코치형 부모가 답이다 (12화)]
[3장: AI시대, 아이의 경험에 가능성을 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