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 내아이는 진짜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있을까?

코치형 부모는 속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AI가 대신할 수 없는 단 하나, 진정한 소통


AI가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을 대신하지만, 절대 대신할 수 없는 게 하나 있습니다. 바로 '마음이 통하는 대화'입니다. AI는 답을 줄 수 있지만, 내 마음을 알아주진 못합니다. 내가 왜 화가 났는지, 왜 서운한지, 정말로 무엇이 필요한지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은 오직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래서 AI 시대일수록 우리 아이들에게 더욱 절실한 것이 바로 '진정한 소통 능력'입니다.


아이들이 AI 툴을 아무리 잘 다루더라도, 직장 상사와 갈등이 생겼을 때, 배우자와 의견이 다를 때, 팀원들과 협력해야 할 때 필요한 건 AI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입니다. 이 능력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습니다. 어릴 때부터 가정에서, 부모와의 관계에서 훈련되어야 합니다.


코치형 부모는 바로 이 '소통의 근육'을 키워주는 부모입니다.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요? 제 경험을 나눠보겠습니다.


윗사람이 먼저 문을 열어야 진짜 대화가 시작된다

부모는 윗사람입니다.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진솔한 대화를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아랫사람이 노력해서 되는 일이 아닙니다. 윗사람이 "너의 솔직한 말이 아프더라도 나는 들을 준비가 되어 있다"는 확고한 의지로 대화의 장을 열어야만 가능합니다.


상상해 볼까요? 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 이렇게 말하는 상황입니다.


"어머님, 제 솔직한 느낌 말해도 될까요? 아까 어머님이 동서와 저를 계속 비교하실 때, 제 기분이 좀 언짢았거든요. 다른 식으로 말씀해 주시면 어떨까요?"


"아, 그래. 나도 모르게 비교를 했구나. 의도는 없었는데 네가 불편했다면 미안하다. 이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다음에도 그러면 꼭 말해주렴."


시어머니가 이렇게 반응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요?


"얘, 아무리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가깝다 해도 그렇지, 이 정도 가지고 언짢다고 하니 나 원참. 넌 뭐든 고깝게 여기더라."


이런 대화를 경험하면 며느리는 입을 다물게 됩니다. 겉으로만 "네, 네" 하고, 마음의 문을 닫습니다. 시어머니와 보내는 시간도 자연스럽게 줄어듭니다. 저의 실제 경험입니다.


이런 상황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은 권력을 가진 쪽입니다. 시어머니가 권력을 내려놓고, 며느리가 속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장을 만들어야만 진정한 소통이 가능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시어머니는 자신의 행동이 상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영영 모른 채 같은 행동을 반복하게 됩니다.


가정도 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진정한 소통이 없으면 문제와 갈등은 해결되지 않고 쌓입니다. 겉으로는 잘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대화는 단절되고 있습니다.


"엄마, 왜 화를 내세요?" - 나도 몰랐던 나의 모습


아들이 11학년(고2) 때였습니다. 밤 10시, 학교 행사가 끝나 픽업을 갔는데 아들이 제가 알려준 A주차장이 아닌 B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한참을 기다려도 안 와서 전화를 걸었습니다.

"어디에 있어?"

"엄마, 저 B주차장에 있는데요."

"엄마가 A주차장 쪽으로 나오라 했잖아."

"엄마, 근데 왜 화를 내세요? 제가 A쪽으로 가면 되잖아요."

"엄마가 언제 화냈는데? 그냥 A쪽으로 나오라 했지. 빨리 A로 와."


저는 화를 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아들이 왜 화를 내냐고 하니 정말 화가 났습니다. '나름 짜증을 감추고 팩트(사실)만 말했는데, 대체 뭐가 문제야?' 아들이 A 주차장으로 오는 3분 동안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내가 정말 화를 냈나?' 그리고 한 가지 깨달음이 밀려왔습니다.


'맞아. 내 목소리에 분명 짜증이 묻어 있었을 거야. 이런 짜증조는 엄마에게서만 들을 지도 몰라.'


캐나다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말하는 방식을 떠올려 보니, 아들에게 가장 심하게 말하는 사람이 엄마였습니다. 명령조, 짜증조가 섞인 말투는 대부분 엄마에게서 듣는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해야 했습니다. 친절과 온유함이 배어있는 선생님들의 말투와 비교되는 엄마의 짜증조가 나도 싫었습니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가장 심한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이때 깨달았습니다.


기분이 언짢아 보이는 얼굴로 아들이 A주차장에 왔습니다.


"엄마는 정말 화 안 냈는데, 화 낸 것 같았어? 그랬다면 미안하다. 가만 생각해 보니까 너한테 짜증스럽게 말하는 사람은 엄마뿐이더라. 그렇지?"


"그런 것 같긴 해요. 학교에서 내게 화내고 짜증내는 사람은 거의 없거든요."


"엄마, 더 재미있는 이야기 좀 하면 안돼요?"


이 경험을 통해 저는 깨달았습니다. 나의 말과 행동에 대해 아이들이 어떻게 느끼는지를 내가 잘 모를 수 있다는 것을. 그래서 두 아이에게 말했습니다.


"앞으로 엄마의 말이나 행동 중에서 고쳤으면 하는 것들은 솔직하게, 구체적으로 말해줘. 엄마는 너희와 겉으로만 '네, 네' 하는 관계로 살고 싶지 않아."


그랬더니 생각지도 못했던 많은 지적이 쏟아졌습니다. 그렇게 맘에 안 드는 부분이 많았나 싶어 놀랍기도 했고, 솔직한 지적이 고통스럽기도 했습니다. 동시에, 엄마가 아이의 행동을 지적할 때 아이들이 어떤 느낌인지 아주 선명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아들이 한 말 중에는 이런 것도 있었습니다.


"엄마, 더 재미있는 이야기 좀 하면 안돼요? 너무 교훈적인 말만 하니까 말할 때 재미없고 지루하잖아요."

"어떤 이야기가 재미있는데?"


"그냥, 축구하다 넘어진 이야기, 말도 안 되는 농담들, 무한도전 TV 프로그램 이야기 같은 거요. 친구들하고 말하는 것처럼 이런 시시한 이야기를 난 엄마랑 더 했으면 좋겠어요."


아들이 이런 말을 할 기회를 주지 않았더라면, 저는 아들이 얼마나 내 말을 지루해하는지도 모른 채 소귀에 경 읽듯 교훈의 말을 반복했을 겁니다. 그리고 아들은 다른 생각을 하며 지루함을 달래고, 결국 엄마와의 대화를 은근히 피했을 것입니다.


"엄마, 죄책감을 주려는 거 아니에요?"


한번은 아들이 아침에 학교 갈 준비를 허둥대는 걸 보며, 예전에 지각했던 일을 들춰냈습니다. 그러자 아들이 물었습니다.


"엄마, 그렇게 예전의 일까지 자꾸 들추시면 무슨 이득이 있으세요?"


갑자기 말문이 막혔습니다. '무슨 이득이라니?' 답을 찾기 어려워 저도 질문으로 응수했습니다.


"엄마가 왜 그렇게 하는 것 같아?"


"엄마는 제게 죄책감을 주려는 거 아니에요? 예전에도 이랬다 하시면서 말이에요. 죄책감을 자주 느껴서 뭐가 좋아요?"


이 '죄책감'이라는 말에 어의가 없었지만, 인정해야 했습니다.


"알았어. 옛날 일 들추지 않고 지금의 행동에 대해서만 말하기로 할게."


이후에도 "엄마, 또 죄책감 갖게 하려는 거세요?"를 들을 기회가 여러 번 있었지만 횟수는 점점 줄었습니다. '죄책감'을 제일 많이 주는 사람이 엄마가 되고 싶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솔직하게 느끼는 것을 말하게 하는 환경을 만든 덕에 불필요한 죄책감을 덜 주게 되었습니다.


AI 시대, 왜 진정한 소통이 더 중요할까?


아이들의 지적은 이후로도 계속되었습니다. '엄마가 영어로 인사말을 너무 짧게 해서 무례해 보인다', '할머니에게 전화할 때 그런 식으로 하면 마음이 불편하셨을 거다', '자기 친구들한테 그런 식으로 말하면 엄마가 너무 세 보인다' 등등. 지적을 당하니 마음에 상처가 되는 일도 많았지만 참아냈습니다. 친구들에게 하소연하면 모두 이렇게 반응했습니다.


"애들이 엄마한테 그런 말까지 하게 내둬?"


하지만 지나고 보니 한창 사춘기인 아이들에게 엄마의 맘에 안 드는 부분을 솔직하게 말하도록 한 것은 참 잘한 일이었습니다. 아이의 솔직한 지적에 귀를 기울이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였기에, 아이도 엄마의 말을 귀담아 듣고 행동을 바꾸는 노력을 보였습니다. 이것이 바로 상호적 소통입니다.성인이 된 아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엄마에게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경험을 통해 내 생각과 느낌을 두려움 없이 다른 사람에게 표현할 수 있게 되었어요. 다루기 힘든 갈등 상황에서도 소통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이 자신감은 엄마 덕이에요."


자연스럽게 의사소통 역량을 길러준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바라던 대로, 고민이 생길 때 아들이 제일 먼저 상의하는 사람이 엄마가 되었습니다.


AI 시대에 아이들은 정보를 얻거나 문제를 풀 때 AI에게 물어볼 것입니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고민이 생겼을 때, 사람과의 갈등이 생겼을 때, 인생의 방향을 고민할 때는 여전히 믿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 사람이 부모가 되려면, 지금부터 진정한 소통의 장을 만들어야 합니다.


가족회의: 코치형 부모가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 방법


아이들이 부모에게 무엇을 바라는지 알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가족회의입니다. 코치형 부모가 가정에서 실제로 해볼 수 있는 일 중에서 가장 쉽게 실행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온전한 참여의 가치

참여적 그룹에서는 모든 구성원들이 제 목소리를 내고 속마음을 꺼내놓을 수 있도록 권장합니다. 이는 여러 가지 면에서 구성원들의 능력을 강화시켜줍니다. 그들은 용기를 내어 어려운 이슈를 제기할 수 있게 되며, 다듬어지지 않은 생각들을 다른 사람에게 제시하는 방법도 배우게 됩니다.

(샘 케이너, '민주적 결정 방법론 퍼실리테이션 가이드' 중)


가족회의를 통해 가족 구성원이 속마음을 꺼내놓는 시간을 만들어 보세요. 스스로 문제점을 발견하고 풀어가면서 함께 계획하고, 협력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갈등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습니다.


실천 방법: '가족 이야기 파티'


'회의' 하면, 너무 거창하고 어려운가요? 아주 쉽고 간단한 방법을 제안합니다.


이름을 부드럽게: '가족회의'보다는 '가족 이야기 파티', '우리 가족 수다 타임' 같은 표현을 사용하세요.

주제 정하기: '가족에게 하고 싶은 말', '가족에게 바라는 것 구체적으로 말해 보기'

가장 중요한 것: 아이들이 '속마음'을 보여줄 때 진심으로 받아주는 것. 심한 경우 '엄마, 집을 나가고 싶어요'라는 말도 허용될 정도의 안전한 대화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어떤 말도 허용될 것 같은 안전한 환경 속에서 아이는,

다듬어지지 않은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제시하는 방법을 배웁니다

자신의 생각이 받아들여짐을 경험합니다

다른 이들의 다양한 의견을 인정하는 것을 배웁니다


실제 사례: 우리 가족회의록


제가 꾸준히 가족회의를 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딸은 중3, 아들은 중1이라 둘의 관계가 점점 험악해지고 있을 때였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각자가 가족에게 바라는 바를 적고 말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그 당시 가족회의록을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중1 아들이 진짜 원했던 것들이 무엇이었는지 지금은 더 깊게 가슴에 다가옵니다.


중1 아들 훈이가 가족에게 바라는 것

엄마에게:

항상 웃음으로 대해 주기

자기 전에 기도해 주시고 5분 이상 대화하기

저를 기쁘게 해 주세요

하루 세 번 뽀뽀와 한번 안아 주기를 2세트로 매일 해 주세요

훈 공부에 대해 짜증을 내지 마세요

아빠에게:

출근 시 훈을 안는다

일주일에 메일 4통을 보낸다

수학 1시간씩 2회 가르친다

헬스 4번 간다 (아빠 건강 걱정!)

퇴근은 일주일에 3회 9시까지 한다

누나에게:

훈 앞에서 얼굴을 찌푸리지 않는다

바른 언어 생활

훈 볼 때마다 방긋 웃는다

반면, 엄마가 훈에게 바랐던 것

엄마와 약속한 공부 분량 마치기

단어 외우기 미루지 않기

바이올린 30분씩 연습하기

청소기 돌리기

제 수준이 얼마나 떨어져 보이는지… 그때에 비하면 지금의 저는 훨씬 더 나은 모습이 되어 있네요.

실행하려 노력했는데, '안아 주고, 뽀뽀해 주기'보다 더 어려웠던 건 '항상 웃음으로 대하기'였습니다.


코치형 부모는 안전한 대화 환경을 만듭니다


아이마다 가족에게 바라는 것이 다릅니다. 코치형 부모는 가족회의라는 도구를 이용해 그 바라는 바를 드러내게 해 주고, 아이가 바라는 것을 최대한 해 줍니다. 가족회의에서 '나는 상대에게 어떤 것을 원하나?'를 생각해 보고 표현하는 연습을 반복하면, 아이는 자신의 욕구와 감정을 명확히 인식하는 법을 배웁니다. 그리고 그것을 말로 표현했을 때 가족이 진심으로 들어주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말하면 통하는구나'라는 경험을 체득합니다.


이 경험은 평생의 자산이 됩니다. 어른이 되어 직장 상사와 갈등이 생겼을 때, 배우자와 의견이 다를 때도 "일단 대화해 보자"는 태도로 접근하게 됩니다. 회피하거나 폭발하는 대신, 소통으로 풀어가는 것을 자연스럽게 선택하게 되는 것이죠.


코치형 부모는 소통이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 능력임을 압니다. 그래서 안전한 관계를 만드는 데 집중합니다. 부모와의 관계에서 "이런 말을 해도 괜찮구나", "내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해도 받아들여지는구나"를 경험한 아이는, 평생 그 자신감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진정한 대화를 지금 시작해 볼까요


"안아주고, 뽀뽀해 주고, 항상 웃음으로 대하기"어렵죠. 특히 '항상 웃음으로 대하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해 보는 겁니다.


가족회의를 정기적으로 하고 기록해 놓으세요. 아이가 어렸을 때 시작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조금만 크면 아예 시작을 못하게 되기도 하니까요. 하다가 그만두게 되어도 괜찮습니다. 다시 시작해보는 노력을 지속해 보세요.


저도 캐나다로 가게 되면서 지속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두 아이의 갈등이 심할 때 이런 노력을 한 것은 참 잘한 일이었습니다. 지속적으로 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으니 여러분은 꼭 지속해 보길 권합니다.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이지만,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아들이 원했던 것들을 하나하나 소중한 약속처럼 더 지켰을 것입니다.


오늘 저녁, 아이에게 물어보세요.

"엄마(아빠)가 고쳤으면 하는 게 뭐야?"

그리고 아이의 답을 들을 준비를 하세요. 아프더라도, 의외의 말이 나오더라도, 끝까지 듣고 받아들이겠다는 마음으로. 그 순간이 진정한 소통의 시작입니다.


- 코치 이진영의 미래 역량 코칭 -

[‘AI 시대, 코치형 부모가 답이다 (23화)]

[5장:AI 시대, 부모는 '내 아이 맞춤코치'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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