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코치형 부모의 경청과 맞장구 스킬
코치형 부모에게 경청은 단순히 아이의 말을 들어주는 것을 넘어, 아이의 잠재력과 현재 역량을 탐색하는 핵심 기술입니다. 특히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에게 부모의 경험이나 조언이 이전만큼 유효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부모 세대와 아이 세대 간의 생각, 관심사,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외계인'이라 불릴 만큼 극명하게 달라진 지금, 우리는 과거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자녀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경청은 상대방에 대해 더 잘 알기 위해 '무엇을 알아낼까'하는 마음으로 듣는 것입니다. 코치형 부모는 자녀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넘어, 자녀의 잠재력과 역량을 끌어내고 이를 스스로 인식하게 돕는 역할을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아이의 마음속에 무엇이 자리 잡고 있는지, 어떤 역량을 키워나가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단순한 잔소리나 훈계 대신, 아이의 세계를 깊이 이해하기 위해 마음을 다하는 경청이 곧 코칭의 핵심입니다.
그렇다면 가정에서 아이의 숨겨진 역량을 쉽고 재미있게 파악하고 키워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저는 아이가 실컷 자랑하고 자화자찬할 수 있는 안전한 무대를 만들어 주라고 제안합니다. 아이에게 ‘'자뻑의 기회'를 주고, 부모는 경청하며 '추임새’를 팍팍 넣어주는 것입니다.
우리의 대화 패턴을 보세요. 주로 부모가 하고 싶은 말을 아이에게 하는데 시간을 더 많이 쓰죠? 이런 패턴을 깰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아이가 자랑거리가 있을 때 정말로 실컷 이야기할 수 있도록 장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실컷 잘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추임새와 진정한 궁금증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어느 부분을 자랑하고 싶은지, 어떻게 해서 이런 자랑할 거리가 생기게 되었는지에 대한 궁금증과 관심을 가지고 들어 보면 부모가 모르고 있던 능력, 잠재력이 보이는 것은 당연합니다.
아이들이 자랑할 때 부모가 '겸손의 미덕'을 내세우며 찬물을 끼얹는다면, 아이는 인정 욕구를 해소할 기회를 잃고 자신감마저 위축됩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합니다. 부모 앞에서 마음껏 자화자찬할 기회를 주면 아이들은 인정 욕구를 충족하고, 자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알며, 나아가 자신감을 키울 수 있습니다.
저는 제 아이들에게 부모 앞에서는 실컷 자랑할 수 있도록 어려서부터 부추겼습니다. 별 대단한 일이 아니어도 아이가 자화자찬을 하면,
"역시 우리 딸/아들이다!", "네가 해낼 줄 알았어!"
와 같은 추임새를 넣으며 더욱 자랑스럽도록 만들었습니다. 때로는 '자뻑'이 될 정도였지만, 온 가족이 함께 웃는 시간을 통해 오히려 관계가 더욱 좋아지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2017년 여름, 남편과 남해를 여행하던 중 미국에 있는 아들(당시 94년생)에게서 영상 통화가 걸려왔습니다. 먼저 연락하는 경우는 보통 아프거나, 아니면 자랑할 일이 있을 때입니다. 콧방울이 커지고 미소를 머금은 얼굴을 보니 이번엔 후자임을 직감했습니다.
화상 속 아들은
"역시 저예요. 전 정말 대단하다니까요."
로 말문을 열었습니다. 직장 팀 매니저가 중간 평가를 했는데, 모든 분야에서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입사한 지 겨우 2달 반 된 신입사원으로서 받기 어려운 평가였습니다.
매니저는 아들에게 'proactive'(선제적, 주도적)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해야 할 일을 정확히 파악하고 일의 우선순위를 알며 자발성과 팀워크도 뛰어나 모든 면에서 기대를 넘었다는 평가를 했다고 합니다. 보통 좋은 평가 뒤에 언급하는 개선점에 대해서는 부족한 면을 찾기가 어렵다고 했답니다.
아들은 매니저의 평가서를 한 줄 한 줄 읽어가며 내용을 자세하게 설명했습니다. 입사 후 기대에 못 미칠까 걱정이 많았던 터라, 이 기쁨을 가장 안전한 사람인 부모에게 와서 실컷 해소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우리는 "역시 훈이다!", "2달 만에 그런 평가를 받다니!", "정말 자랑스럽다!" 어떻게 해서 그런 평가를 받게 된 거야?"라며 연신 맞장구를 쳤습니다.
40분이 넘게 자랑을 하는 동안 우리는 남해 고속도로에서 '독일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아들의 자아도취 경지는 끝이 없었고, 결국에는 "자뻑이 너무 심하지 않았나?"라며 모두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이러한 '자랑 시간'은 우리 가족의 문화입니다. 이제는 '밖에서는 겸손해야 한다'는 말을 덧붙일 필요도 없습니다. 아이는 이미 친구들에게 자랑했다가 본전도 못 찾은 경험을 통해 겸손만이 미덕임을 스스로 체득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매니저의 좋은 평가에 대해서도 "매니저는 제 강점을 키워주고 싶어서 부족한 부분은 말하지 않았고, 알아서 채워나가리라 믿어준 것"이라고 스스로 겸손한 결론을 내릴 만큼 성숙했습니다.
저희가 한 것은 기쁨을 같이 하며 들어준 것입니다. 말을 끊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때까지 들어주었습니다. 실컷 자랑해 본 아이는 스스로 겸손을 배워갑니다.
저는 겸손을 이렇게 정의하고 싶습니다.
자신이 잘하는 것이 있는 것처럼, 누구나 잘하는 것이 있다는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는 것입니다. 상대가 현재 어떤 모습이건 간에 자신보다 뛰어난 면이 있음을 인정하며, 상대의 자랑을 자기 일처럼 즐겁게 들어줄 수 있는 태도가 바로 진정한 겸손입니다.
마음껏 자랑을 해 본 경험이 있는 아이는 다른 이들의 자랑을 시기나 비난의 시선이 아닌, 그 자체로 인정하며 즐겁게 들어줄 수 있게 됩니다. 자신이 해 봤기에 다른 사람의 마음도 이해하는 것이죠. 이를 통해 겸손의 태도를 배울 수 있습니다.
반대로 자랑을 억눌린 채 자란 아이는 늘 인정받고 싶어 하며, 다른 사람이 자랑할 때 시기하거나 질투하거나 "나도 그 정도는 할 수 있어"라며 깎아내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지나친 칭찬의 부작용을 우려해 아이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일에만 집중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지나친 칭찬이 두려워 작은 칭찬에도 인색한 문화, 이 문화를 가정에서부터 부모가 바꾸면 좋겠습니다. 가정에서만큼은 아이가 틈만 나면 자랑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추임새를 얹어 자존감이 하늘을 찌르게 하면 좋겠습니다. 가정에서의 자화자찬 타임은 아이에게 안전한 연습장을 제공하고, 자존감의 기초를 쌓으며, 인정받는 경험을 줍니다. 그리고 이 튼튼한 기초 위에서 아이는 바깥세상에서 겸손을 배워갑니다.
1. 겸손의 태도 습득 마음껏 자랑해 보아야 다른 사람의 자랑을 기분 좋게 들어줄 수 있는 진정한 겸손을 배웁니다.
2. 욕구 해소 부모님 앞에서 실컷 자랑을 해야 인정받고 자랑하고 싶은 욕구가 건강하게 해소됩니다.
3. 상황 파악 능력 자랑을 많이 해 본 경험을 통해, 때와 장소에 맞게 자랑하는 법을 스스로 체득하게 됩니다.
4. 관계 개선 적절한 추임새로 자랑을 부추기고 들어주면 부모와 자녀의 관계가 훨씬 좋아집니다.
5. 타인 인정 다른 사람의 자랑을 진심으로 즐겁게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합니다.
6. 자존감/자신감 증진 자존감과 자신감은 아이들의 자기 주도성을 키우는 가장 중요한 밑거름입니다.
추임새에 대한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판소리에서 고수나 청중이 소리판의 흥을 돋우기 위해 곁들이는 조흥사 및 감탄사를 지칭하는 용어입니다. 추임새라는 말은 '위로 끌어올리다' 또는 '실제보다 높여 칭찬하다'라는 뜻의 '추어주다'에서 유래한 것으로, "얼씨구", "얼씨구야", "얼쑤", "으이", "허이", "허", "좋다", "아먼", "잘한다", "그러지" 등이 그 예입니다. 판소리 외에 민요, 잡가, 무가 등 다른 성악 분야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추임새는 이러이러한 위치에 넣어야 한다는 규칙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소리 도중에 아무 곳에서나 추임새를 남발하는 것은 곤란합니다. 창자가 곡의 흐름을 잘 탈 수 있도록, 적절한 곳에서 추임새로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판소리 사설의 내용 혹은 소리판 현장의 분위기에 따라 추임새를 선택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가 자랑할 때 "와! 정말?", "역시!", "대박!", "그래서?", "어떻게 그 생각을 했어?", "그게 쉬운 일이 아닌데!", "자랑스럽다!" 같은 추임새를 적절히 활용한다면 아이는 놀랍게 달라질 것입니다.
AI 시대의 코치형 부모는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이끌어내는 사람입니다. 아이의 말을 관찰하며 듣고, 아이가 실컷 자랑할 수 있는 안전한 무대를 만들어주며, 적절한 추임새로 아이의 자존감을 끌어올려 주는 것이 AI 시대 코치형 부모의 경청과 추임새 스킬입니다.
아이가 자뻑 모드일 때 더 세게 맞장구쳐 주세요. 그리고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지켜보세요. 가정에서의 자화자찬 타임은 AI 시대를 맞이하는 코치형 부모에게도 기쁨을 주고, 자녀에게도 자존감을 높여주는 일석이조의 방법입니다.
- 코치 이진영의 미래 역량 코칭 -
[‘AI 시대, 코치형 부모가 답이다 (22화)]
[4장: 매니저에서 코치로, 실전코칭스킬을 활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