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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공통된 '원하는 지점'

 

(1)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선생님이 될까?

 

“선생님~ 선생님이 지금까지 저를 가르친 선생님 중에 최고였어요!” 

“아~그래? 그걸 어떻게 알았지?”


20년 전, 연세대학교 한국어학당에서 한국어 강사로 일했을 때, 졸업식에 참석한 제자와 짧게 나눈 대화입니다.  ‘최고의 선생님’이라는 말에, 겸손한 대답으로 ‘아 ~ 그래? 그렇게 말해 주어 고맙네.’하면 좋았을 텐데, ‘어떻게 그걸 알았지?’라며 이걸 알아차린 제자의 능력까지 놀라워하며 대답을 하다니! 집에 와서는 내가 한 말을 주어 담고 싶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선생님이 될까?’라는 질문을 하며 노력했던 그 때의 제가 자랑스럽습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처음으로 배운 ‘학교 종이 땡땡땡!’, 전 이것을 3살 아래 남동생에게 가르쳤습니다. 선생님이 정말 멋있어 보였습니다. 중학교에서는 중등 선생님으로, 고등학교에 가서는 더 넓은 세상을 알고 싶어 막연히 대학 교수가 되는 꿈을 품었습니다.  그러나 알파벳조차 모르는 채로 선택한 불어불문학과에 입학하고 헤매다가 진로계획이 없이 대학을 졸업했습니다. 다른 대안이 없어서 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치게 되었는데, 그때 연세대학교가 외국인에게 한국어 강좌를 열어 확장하던 시기라서 제2외국어 전공자를 많이 채용했습니다. 그 덕분에 정식 교수는 아니지만 저의 막연한 꿈에 맞는, 대학에서 가르치는 교수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9년 동안 세계 각국에서 오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선생님이 될까?’ 라는 질문을 했습니다. 그리고 깨달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선생님은 말을 적게, 학생은 말을 많이 하게!’해야 한다는 것. 


한국어 강의를 처음 했을 때, 저는 혼자서 3시간 동안 설명을 했습니다. 열심히 설명을 하며 스스로 참 잘하고 있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강의 경력이 쌓이면서, 선생님이 말을 많이 하며 스스로 잘한다고 생각하는 건 착각일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제 강의에서는 저의 말을 줄이고 학생들이 말하는 시간을 늘렸습니다. 그 결과 학생들과 저 모두가 힘들지 않게 수업에 집중할 수 있었고 수업시간이 더 즐거워졌습니다.  학생들에게 말할 기회를 많이 주면, 실수할 기회도 주게 되어 저는 교정을 해 줄 수 있었습니다. 학생들은 수업시간을 충분히 자기 것으로 만들며 어떤 부분을 더 발전시켜야 하는지 스스로 알아가며 배울 수 있었습니다. 9년 후 퇴사할 때는 후배 강사 선생님들에게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으면 선생님의 말을 줄여라!” 라는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가르치는 자는 말을 적게 하며 배우는 사람이 말을 많이 하도록 이끌어야 진정한 교육이다.’ 라는 저의 교육철학은 언어를 가르친 경험에서 나온 것이지만, 지식을 전달하는 교육에서도 같다고 생각합니다. 챗GPT까지 나온 지식 공유의 시대에는 이러한 철학이 교육 현장에 더욱 필요하다고 믿고 있습니다. 

 

(2)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엄마가 될까?

 

두 아이의 엄마가 되니, 동생이나 학생들보다 내 아이를 가르치는 것이 훨씬 재미있고 행복했습니다. 엄마가 가르칠 수 있는 범위가 걸음마부터 숟가락질, 독서법에 이르기까지 다양했고, 무엇보다도 내게 전적으로 의지하며 나를 사랑하는 아이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좋은 선생님’이라는 꿈에 ‘좋은 엄마’가 되는 꿈이 추가되었습니다.  30년 이상을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엄마가 될까?’를 질문해 왔는데, 그 깨달음은 선생님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엄마는 말을 적게, 아이는 말을 많이 하게!’해야 한다는 것. ‘좋은 선생님’과 ‘좋은 엄마’가 결국은 같은 역할이었습니다. 아이가 엄마에게 많은 말을 할 수 있으면,  스스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엄마는 아이가 잘 모르거나 실수하는 그 부분에 대해서만 교정해 주면 됩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겪은 일들을  부모에게 충분히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면, 부모는 아이의 장단점을 아이가 한 말 속에서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당연히 자녀 교육은 훨씬 쉬워집니다. 


‘난 너 넒은 세상에서 아이를 키울 거야!’ 하며 두 아이를 뉴질랜드와 캐나다에서 교육시켰습니다.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선택한 일이었습니다. 운이 좋게도 캐나다에서 정착/취업 상담원으로 일하면서 컬리지에서 ‘라이프스킬 코치 자격증’ 코스를 밟았는데 이 경험이 제 인생에 ‘아하 모우먼트’ 같은 중요한 사건이 되었습니다. 


라이프스킬코칭 코스는‘개인의 자기관리에서부터 시간관리, 인간관계, 의사소통 등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에  필요한 스킬은 가르치고 배울 수 있다.’ 기본 개념에서 시작합니다.  학교에서는 주로 지식을 전달하며, 실생활에 필요한 이런 스킬들을 가르칠 생각을 안 하고 있지만, 이런 스킬들은 가르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이런 스킬들은 눈치껏 알아서 배워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던 때였기 때문에, 이를 다른 사람에게 가르칠 수 있다는 사실이 꽤 놀라웠습니다. 자격증을 따는 과정에서, 만약 학교에 ‘라이프스킬 코칭’ 과목이 있어서 우리가 일상생활과 사회 생활에 필요한 스킬을 배웠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가르치는 일을 좋아하는 저에게 이 코칭 코스는 ‘바로 이게 내가 가야 할 길이구나!’하는 확신을 주었습니다. 이 코스를 통해   ‘선생님은 말을 적게, 학생은 말을 많이 하게’하는 원칙을 교육현장에 어떻게 구현할 수 있는지를 배우며, 코칭을 교육에 접목함으로써 한층 업그레이드된  교육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학생들에게 주도권을 주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찾아 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교육을 실천할 수 있었습니다. 


(3) 어떻게 하면 코치형 부모가 될까?


“엄마~ 내 아이도 저처럼 키워 주세요. 난 엄마만큼 좋은 엄마가 되기는 힘들 것 같아요.”

“그래? 내가 그 정도로 괜찮은 엄마였어?”


20대 후반의 딸이 하는 말에 대한 저의 대답입니다. 


“엄마~ 엄마 덕에 제가 참 잘 자란 것 같아요. 예전엔 모든 엄마들이 다 엄마 같은 줄 알았는데 친구들과 깊이 있는 대화를 하다 보니 엄마 때문에 상처받은 친구들이 참 많더라고요. 엄만 정말 특별했어요.  엄마가 저를 키우면서 있었던 이야기는, 분명 지금 젊은 엄마들에게 도움이 될 거예요. 꼭 책을 써 보세요. 저의 미래 아내, 엄마의 미래 며느리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을 써 보세요”

“그래? 내가 책을 쓸 정도의 엄마였어?”


20대 중반의 아들이 하는 말에 비슷한 대답을 하게 됩니다. 


제가 무엇을 어떻게 했길래 두 아이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늘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엄마가 될까?’를 질문하며 아이의 성장에 맞게, 상황에 맞게  방법을 찾고 하나씩 해 보았던 것에 있었습니다. 비록 실수도 많았고, 아이들을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도 했지만, ‘더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한 노력’은 아이에게 전해졌습니다. ‘아름다운 가정을 만드는 좋은 엄마’로 성장하는 것을 제 인생 목표로 삼고, 이를 위해 다양한 방법을 찾고 노력하는 마음을 다행이도 아이들이 알아주었습니다. 


저는 지금도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엄마가 될까?’라는 질문을 하며 새로운 방법을 찾고 시도해 보고 있습니다. 이렇게 제 이야기를 책으로 나누는 것도 이 선상에 있습니다.  후배 부모님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노력하는 모습, 어려움에도 포기하지 않는 모습, 무엇을 하든 즐겁게 하는 모습을 아이에게도 보여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원하는 지점’을 정하면 그 곳으로 향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개인이 원하는 것’을 먼저 생각하는 일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당장의 문제를 해결하며 빨리빨리 해 내는 것이 중요해서, 무엇을 원하는지를 잊고 숲보다 나무를 먼저 보게 교육했습니다. 효과적인 비결, 지름길을 찾는 데에만 신경을 쓰고 정작 무엇을 원하는지를 고민할 여유조차 없었습니다. 자녀 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의 학업 성적을 높이고, 좋은 대학에 입학시키는 방법은 무엇일까?부터 고려합니다. 아주 기본적이고 당연하지만 ‘난 어떤 엄마가 되고 싶은가?’, ‘우리 아이는 커서 어떤 모습이기를 바라는가?’하는 질문을 하지 못하고 지냅니다. 


특히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학생을 둔 부모에게는 눈 앞에 있는 과제물, 시험, 하루의 일과 등 처리해야 할 일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매일 분주하니 쉽게 화가 나고 조바심이 생기며 아이들의 부족한 면이 늘 먼저 보이게 됩니다. 그러나 이럴수록 눈을 높이 들고 ‘자신이 그리는 이상적인 부모 모습’, ‘자신이 그리는 이상적인 아이들의 모습’을 먼저 생각하고 현실의 문제를 직시한다면, 잠시 한 생각이지만 많은 부분에서 여유가 생길 것입니다.  여유있는 부모는 아이를 대할 때 여유있게 대할 수 있습니다.  여유가 없어 놓치고 있었던 기본, ‘어떤 부모가 되고 싶은가?’를 질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에 맞게 할 일을 하게 되니 자녀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고, 가정의 분위기도 좋아질 수 있습니다. 


코칭은 ‘원하는 지점으로 갈 수 있도록 인도하는 기술이며 행동’입니다. 우리 교육 현실에서 가장 놓치고 있는 부분은 ‘원하는 지점’을 정하지 않거나, 그 지점을 정하는 일을 뒤로 미루는 것입니다. 저 또한 부모님이 “일단 대학부터 가라. 대학에 가서 생각해도 늦지 않다”라는 말을 자주 들었습니다. 학교 선생님들도 한 수 더 떴습니다. 시험공부만 하다 대학에서는 무엇을 공부하고, 어떤 일을 하고 살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원하는 대학만 목표로 정해서 원하는 대학에는 진학을 했습니다. 그때, 원하는 대학교 대신 원하는 직업이 분명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지금도 있습니다. 원하는 지점을 올바로 정하고, 상황에 맞게 조정해 나가며 ‘목표를 관리’할 수 있었다면 길을 잃고 헤매는 시간을 줄일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런 경험이 있어 코칭은 제게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제가 코칭을 좋아하게 된 이유는 ‘원하는 지점’부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코칭은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어느 지점으로 가고 싶은가?’를 가장 먼저 질문하고 그에 따라 스스로 해야 할 일을 정하고 실행합니다. ‘자신이 가고 싶은 그 지점을 상상하며 꿈을 펼칠 수 있는 시간을 가장 우선적으로 가지는 점에 코칭의 매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매력을 활용하여 자녀들이 ‘원하는 지점’부터 생각하고, 앞으로 나아가며, 경험과 지식이 쌓이면서 ‘그 지점을 조정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을 길러 줄 수 있습니다. 눈 앞에 있는 장애물보다 먼저 이 부분을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멋진 발상인가요?  좀 일찍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코칭의 또 하나의 매력은 질문을 통해 부모의 말을 줄이고 아이의 말을 더 많이 하게 할 수 있다는 것에 있습니다. 부모는 자신에게 ‘내가 가고 싶은 원하는 지점은 어디인가?’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하게 아이를 키울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우리 가정이 웃음으로 가득한 곳이 될까?’ ‘어떻게 하면 아이의 잠재력을 찾아 발휘하게 할까?’ ‘어떻게 하면 더 나은 결과를 만들까?’등의 질문을 하며 그에 맞는 해야 할 일을 실행하게 됩니다. 그리고 자녀들에게 ‘이 상황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이지?’, ‘무엇이 더 나은 방법일까?’, ‘어떻게 하면 엄마가 너를 더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을까?’, ‘어떤 능력을 갖고 싶어?’등의 질문으로 대화를 이끌어 아이들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게 도울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부모의 말보다 아이의 말이 더 많아집니다. 


교육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어느 아이에게는 통하는 방법이 누구에게는 독이 되기도 합니다. 좀 잘해 보려는 노력이 오히려 역효과를 내기도 합니다. 그러나 코칭의 스킬을 활용하면서 무엇인가를 시도해 보면 아이에게 통하는지 안 통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역효과가 나면 거기에서 배운 것을 찾고 새로운 방법을 찾으면 됩니다. 


이 책을 통해 알려 주고 싶은 말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1.좋은 부모가 되기를 원합니까? 그러면 코치형 부모가 되세요.

2. 코치형 부모는 원하는 지점을 분명하게 하고, 말을 적게 하고 아이들이 말하게 합니다. 그래서 질문을 합니다. 

3. 코치형 부모는  자녀의 잠재된 역량을 끌어내는데 집중합니다. 결코 앞서서 끌고 가지 않습니다. 

4. 코치형 부모는 자신도 원하는 지점으로 향해 나가고, 자녀도 원하는 지점으로 향해 나가면서 서로 응원하고 격려합니다. 

5. 가정은 아이들과 의미있는 대화를 많이 하며, 살맛을 나누는 아름다운 곳이 될 것입니다.’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더 좋은 부모가 되는 방법은 무엇일까?’를 묻는  우리가 여기에 있습니다. 어린 자녀를 키우며 부모가 된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느끼며, 부모 역할을 신나게 할 수 있도록 제가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매일 ‘콧노래’를 흥얼거며 살맛날 수 있게  제 경험과 지혜를 나누겠습니다. 별거 아닌 작은 말과 행동이 후에 어떻게 열매로 맺어지는지를 경험한 선배 엄마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가도록 도와 드리겠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여러분 자신의 자녀교육 방향을 정하고,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부모여서 참 행복하다!’,’부모가 아니었으면 못 할 일도 부모가 되어서 할 수 있어 너무 좋다!’는 말이 저절로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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