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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부모의 영향을 더 받을까? 아니면?

환경 만들기

2-7.  부모의 영향력보다 다른 사람의 영향을 받는 환경 만들기

 

아이가 책을 좋아하고, 유익한 책을 스스로 골라 읽는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런데 부모가 무엇을 하지 않아도, 다른 누구의 자극으로 아이는 책을 좋아하게도 되기도 합니다. 그러니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줄 사람들을 만나는 환경에 더 신경을 쓰면 어떨까요?


아들에게 새해의 다짐을 물으니, 2주에 책 한 권을 읽기로 했답니다. 아들의 입에서 이런 다짐이 나오니 25년의 세월이 그냥 흐르는 게 아니라 싶습니다. 아들은 한글을  늦게 배워서 그런지 책과는 거리가 먼 아이였습니다. 책방에 가면 항상 구석에 있는 장난감 코너에 가 있거나, 책코너에서는 만화책을 훑어보는 정도였습니다. 독서의 즐거움을 알게 해 주려고  애를 썼지만, 딸과 달리 아들에게는 효과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책방 갈 때는 꼭 데려갔습니다. 다행히 이런저런 다른 것들 구경하는 재미에 책방에 가는 것을 싫어하지 않았고, 시간이 흐르니 가끔씩 원하는 책을 골라 읽기도 했습니다. 


 아들이 초등 3년 때 뉴질랜드에 갔습니다. 그때는 만화로 된 삼국지가 유행이었는데 짐이 많아 10권 중 5권만 가져갔었습니다. 인터넷 속도 가느려 컴퓨터 게임을 할 수 없었고, 학교가 아직 시작되지 않아 친구도 없으니 아들은 자연스럽게 삼국지 만화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50번을 넘게 앞부분의 5권을 읽으며 뒷 이야기는 상상력으로 만들어 내기도 했습니다. 혼자 2층 침대 위에 올라가, 미니 로봇과 장난감을 펼쳐 놓고, 혼자 목소리를 바꿔가며 자칭 ‘삼국지 놀이’를 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컴퓨터 게임에 빠져 있던 시간을 ‘삼국지놀이’로 채우게 되었습니다. 아빠가 나머지 5권을 가지고 왔을 때  얼마나 기뻐하던지, 게임을 좋아했던 아이가 이렇게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처음으로 책을 통한 몰입의 즐거움을 알게 되었는데, 개학을 하자 친구도  생기면서  독서 와는 다시 멀어졌습니다. 


중학교에 가서도 아들은 게임과 친구와 노느라 늘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권장 도서 목록 중  단 몇 권을 읽어보라고 권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고등학교 졸업하는 날, 엉뚱한 말을 했습니다. 아들의 베프인 친구가 하버드대학에 입학을 하게 되자, 스스로와 그 친구 사이에 어떤 차이를 곰곰이 생각해 보고 한 말이었습니다.


“엄마, 내 친구 엄마는 유익한 책을 먼저 읽어보고 골라서 사주셨대요. 아마도 시중에 나온 많은 책 대부분을 읽으신 것 같아요. 그리고 그중에서 괜찮은 책을 골라 내 친구에게 읽게 했는데, 그렇게 읽은 책이 200권이 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엄마는 왜  나에게  책을 안 권하셨어요?”


말문이 막혔습니다.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에 빠져서 책을 읽을 여유도 없었고, 제가 책을 권할 때도 ‘소귀에 경 읽기’였던 자신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는 것 같았습니다. 엄마가 권할 때는 딴청 부린 걸 상기시켜 줘도, 이 말은 귀에 들어오지 않는 듯했습니다. 그런데 그 어떤 말보다도 내 마음에 가장 아프게 들린 말은 ‘친구 엄마’라는 단어였습니다.  또래와 비교당할 때 느끼는 묘한 느낌이 밀려오며 ‘친구  엄마’는 엄청난 독서를 한다는 사실이 나를 순간 위축시켰습니다. 저도 독서할 시간을 내지 못하고 있었으면서, 아들은 많은 책을 읽기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대학생이 되었을 때 아들은, 인턴을 하며 만난 멘토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그 멘토는 생각하는 방식과 그 생각을 표현하는 방식이 보통 사람들과 달라서 알아보니 1000권 이상의 책을 읽은 박식한 분이었답니다. IT분야의 엔지니어인데도 다양한 분야의 독서량과 폭넓은 지식에 대해 매번 놀라웠다고 합니다. 이 멘토 덕분에 아들은 ‘생각의 힘’을 키우기 위해서는 독서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깊은 사고에 도움이 될 책들을 시간을 내어 집중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25살이 된 아들이 새해 다짐으로 독서를 하겠다는 말을 들으니, 아이마다 자기에게 맞는 시기가 있다는 말에 공감하게 됩니다. 부모가  모르는 예기치 않은 곳에서 자극을 받아 다른 행동을 하게 되는 때가 있습니다. 부모가 해 주는 말과 자극도 중요하지만, 아이가 만나는 사람의 영향도 큰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부모는 누가 될지는 모르지만 좋은 자극과 영향을 줄 다양한 사람을 만날 기회를 주는 일에 많은 노력을 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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