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떠돌이 라이프 시작?
2주 전, 정말 오랜만에 해외로 나가는 비행기를 타고 38시간의 긴 비행 끝에 런던 히스로 공항에 도착했다. 카자흐스탄 항공 (에어 아스타나)를 타고 가서, 아주 잠깐이지만 덕분에 카자흐스탄 구경도 했고, 눈 덮인 아름다운 설산을 창문 너머로 감상하면서 왔다.
3년만에 온 해외. 게다가 한동안 아시아에서만 있었기에 오랜만에 온 유럽은 새로웠다. 런던은 10년 전에 온 적이 있어, 이번에는 두 번째였다. 그 때는 순전히 관광객으로 왔지만, 이번에는 새로운 미션을 가지고 왔다. 워킹 홀리데이 비자를 가지고 온 것이다. 문제는 2년짜리 비자지만, 출국을 당장 할 수 없었던 상황 때문에 1년도 남지 않은 상태로 왔다는 것...!
2년 체류라는 막강한 강점이 없어졌기에, 비행기표를 사기 전까지도 갈까말까 한참을 고민했었다. 물가도 더럽게 비싸고, 외국인으로서 비자 때문에 마음고생할 거 아는데 가야 하나? 하지만 난 이미 백수가 된 상태였고 어자피 할 일이 없었기에 우선은 이렇게 런던에 왔다. 그리고 해결해야 할 돈 문제 일도 있기에.
도착한 때가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크리스마스 트리며 행사로 도시는 흥겨운 분위기였다. 하지만 난 그리 흥겹지 않았으니, 오자마자 빙판길에 미끄러져 꼬리뼈를 다치고, 감기에 걸려 몇 일간 집 밖을 나가지 못했다. 그동안 외국을 많이 돌아다녔지만 오자마자 이렇게 다친 것은 처음이다. 아프기도 아팠지만 서러운 마음에 엉엉 울기도 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런던을 경험하겠다고, 아픈 몸을 끌고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밋업의 각종 이벤트를 찾아다니면서 사람들을 만났다. 전 세계에서 온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교류하는 것이 얼마만이던가! 그동안 코스모폴리탄한 분위기에 목말라있던 상태였기에 이런 경험들이 즐거웠다.
하지만 런던은 낭만보다는 현실이 더 앞선 곳이다. 다행히도, 첫 한 달은 하우스시팅을 구해서 렌트비 걱정없이 체류하고 있지만 다시 살 곳을 구해야 하고, 연말 휴가가 끝난 1월에는 정신 차리고 부지런히 잡 서치 및 지원을 해야 한다. 그 걸 생각하면 눈 앞이 깜깜하지만 어쩌리라. 안되면 돌아가는 거고, 되면 더 있는 거고 뭐 그런거겠지.
그런데 다시 나와서 바람을 쐬니, 한동안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든다.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이 곳에서 때때로 이 세상에 홀로 떨어진 듯한 고독감과 외로움을 느끼기도 하지만, 세상의 다양함을 경험하고, 체험하고 나의 세계관을 더 확장시키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이 곳에 얼마나 있을지, 아님 또 다른 곳으로 갈지 알 수 없어 불안하지만, 1년 후에 내가 어디에 있을지 모르는 이 상태가 이상하게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