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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품들의 복도

<2017년 6월 19일> 헤라클레스만 겨우 확인

by 로댄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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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방울 정원에서 머물다 줄을 이어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가니 넓고 긴 복도다. 이른바 ‘조각품들의 복도’라고도 한다는 키아라몬티 전시관(Museo Chiaramonti)이다. 복도 양면에는 참으로 많은 조각물이 전시되어 있었다. 크고 작은, 앉거나 선, 전신이거나 두상인 조각품들이 많기도 많았다. 기원전 또 기원후 1~2세기에 걸친 작품들이 1,000여 개 이상 진열된거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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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관람 시작이고 또 앞으로 들려야 할 전시실이 많기 때문에 대개는 이 복도에서 오래 머물지 못하지만, 이 전시관의 조각품은 비록 작은 것이더라도 다른 박물관에 가면 최고의 대접을 받을 만한 것들이라고 한다. 또한 이곳은 지금도 이탈리아 고대사와 복식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장소라고 한다. 여기 작품들은 전부 진품이라고 하는데 모두가 다 그러한지라 특별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작은 명찰 달고는 좁은 자리에서 관람객을 맞이하는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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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전시관의 중요성을 잘 모르고 들어서기도 했지만, 설령 알고 들어갔다고 해도 진열된 물건(조각품)들이 너무 많아서, 뒤에서 계속 밀고 들어오는 관람객 때문에 한 작품 앞에서 시간을 오래 끌 수가 없었다. 그래서 보기는 봤는데 그게 뭔지도 모르고 대충 보고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작품을 알아보는 안목도 부족했고 몰입할 여력도 없었다. 돌아와서는 담아온 영상을 대조하여 확인하는데 그나마 내가 찍어온 영상으로 확인되는 건 헤라클레스 전신 조각상 하나뿐이다. 헤라클레스의 조각상 이것은 BC 1세기경의 작품으로 그리스의 영향에서 벗어나 로마식의 조각 모습을 나타낸다고 한다. 이후 로마에 있는 많은 헤라클레스의 모습은 바로 이 조각상과 비슷한 용모를 지니게 된다고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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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acles는 그리스 신화의 영웅이다. 그는 '영웅의 대명사'라고도 불린다. 전 세계의 신화와 전설을 통틀어서 가장 유명한 영웅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의 이름을 딴 작품들은 과거 고대시대부터 지금까지 계속 이어져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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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친은 신들의 왕인 제우스이다. 바람둥이 제우스가 알크메네와 결합하여 얻은 아들로, 질투에 사로잡힌 헤라 여신의 집요한 박해를 받으며 용맹과 지혜를 겸비한 위대한 영웅으로 성장한다. 헤라클레스는 죽은 뒤 신의 반열에 올랐다. 제우스는 알크메네와 낳은 아들 헤라클레스를 사랑하여 뛰어난 힘을 주고 왕위를 약속했지만, 아내 헤라의 질투로 이루지 못한다. 헤라가 늘 헤라클레스를 위험에 빠뜨리려 해서 그는 끝없이 모험해야만 했다. 후대 사람들은 이 모험을 12가지 사역이라 하는데 힘과 용기로 시련을 극복한 이야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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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에서 그는 괴물이란 괴물은 다 때려잡았다. 그리스의 모든 영웅을 통틀어 가장 신과 가까운 영웅이자, 사후엔 말 그대로 신이 되었다. 그러한 만큼 헤라클레스가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가지는 위상은 같은 신화 내의 타 영웅과도 차원을 달리한다. 보통 아무리 뛰어난 영웅들이라도 신들에게 거역하는 것은 물론이고, 신들의 자식만 건드려도 험한 꼴 당하는 경우가 태반인데, 헤라클레스는 대놓고 신들과 싸우는 것을 넘어서, 협박하거나, 아예 이겨버리는 에피소드가 많다. 스파르타를 비롯한 많은 왕가의 조상으로 널리 숭배되었다. 보통 사자 가죽을 두르고 올리브 나무 몽둥이를 든 근육 남으로 묘사된다. 신화 상의 헤라클레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온 각 영웅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정점이라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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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밤하늘의 은하수가 헤라클레스와 관련이 있다고 한다. 제우스는 헤라클레스를 신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렸을 때 헤라의 젖을 맛보아야 했다. 제우스는 어느 날 헤라가 깊이 잠이 든 것을 확인하고 어린 헤라클레스를 데려와 몰래 젖을 물렸다. 헤라클레스는 헤라의 젖을 빨다가 너무 세게 빠는 바람에 그만 헤라의 살을 깨물고 말았다. 헤라가 화들짝 놀라며 헤라클레스를 뿌리치자 그녀의 가슴에서 젖이 뿜어 나와 하늘에 뿌려졌다. 하늘에 하얀 길이 아름답게 펼쳐졌다. 바로 은하수였다. 그래서 은하수는 영어로 ‘우유길’이라는 뜻의 ‘milky way’이다. 그렇구나. 은하수 길이 헤라클레스 때문에 열린 거로구나. 이제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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