홑꽃이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겹꽃이 나왔다. 신기하다. 난 동백과 백작약은 홑꽃을 좋아하는데 겹꽃이 나와 좀 혼란스럽지만, 생각을 급히 바꾸어 백작약 이것만큼은 이제부터 좋아하기로 했다.
지금 이건 집백작약(家白芍藥)이 아니고 산백작약(山白芍藥)이다.
백작약 이것은 원래 깊은 산 그늘에서 자라는 거라고 한다. 20여 년 전에 내가 산기슭 여기에 처음 왔을 때, 지게 지고 뒷산을 오르내리는 동네 노인이, "뒷산에서 캔 거, 귀한 거"라고 하면서 주신 것을 심어 키운 적이 있었는데, 퇴직하던 그해 겨울에 길뫼재 지을 때 터 닦는 공사 중에 사라져 버렸다.
아쉬움 속에 여러 해를 보낸 후 구례 시장 꽃모종 난전에서 구해 심은 게 바로 이거다.
강원도에서는 개가 여름에 밥도 못 먹고 죽을 지경이 되면 산작약 뿌리를 고아 먹이면 금세 살아난다 하여 '개심'이라고 부르기도 했다고 한다. 한 마디 더 덧붙인다면, 황태는 강아지에게 인삼이고 백작약(산작약)은 산삼이라고...
'수줍음'과 '부끄러움'이라는 그의 꽃말 때문에 그런 건지, 백작약은 만개 후 이내 꽃잎이 진다. 모란 보다도 더 빨리... 이거 꽃잎 다 떨구고 나면 또 다음 봄을 기다려야 한다. 난 기다릴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