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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뫼재 프로젝트

5월에 해낸 일 100603

by 로댄힐

5월 한 달 동안 길뫼재 프로젝트에 온 힘을 쏟았다. 길뫼재 프로젝트란 컨테이너 농막을 보완하고 주변 환경을 정비하는 작업이다.


데크를 확장하고 일체형 탁자를 만들어 올려두었다. 샤워실과 생태 화장실을 새로 설치했고, 농막 뒤란과 원두막 아래도 정리했다. 퇴비장을 만들고 ‘범이와 호비 집’도 보완했다. 마지막으로 농막, 즉 길뫼재의 지붕을 손보고, 방바닥에는 전기 패널을 깔았으며 외벽도 새로 칠했다. 물받이를 세우고 데크 상단의 칸막이도 마저 둘렀다. 이런 일들을 위해 자재를 실은 차량이 서너 번이나 길뫼재를 오르내렸다.


모래 시멘트 구입


처음부터 모래를 시멘트에 섞어 쓸 일이 있었지만, 모래를 따로 구매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이번에 마음을 크게 먹고 주문했다. 굴착기 바가지 두 바가지에 57,000원이었다. 한 바가지만 더 보태면 1톤 트럭 가득이다. 블록 50장과 40kg짜리 시멘트 5포대도 함께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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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재를 싣고 와서 입구에 부려 둔 것을 안으로 옮기느라 애를 많이 썼다. 비록 5포대뿐이었지만, 시멘트를 나르는 일은 큰 바위를 옮기는 일과 맞먹었다. 블록은 퇴비장 터로 옮기고, 모래는 일륜차와 등짐 통을 이용해 날랐다. 등짐 통 이용 한번 잘했는데 이 말은 ‘낑낑대며 수고했다’라는 뜻이다.


데크 칠하기


없는 시간을 쪼개 H가 함께 내려왔다. 데크의 칸막이는 울타리처럼 시각적 안정감을 줄 뿐 아니라 심리적인 편안함도 더해준다. 실제로 앉아보니 과연 그렇다. 아마 나 혼자 내려와 앉는 밤이면 그 안정감이 더욱 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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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뫼재 프로젝트는 빠르게 진척되고 있다. 처음 설치했던 데크의 좌우에 새로 확장 데크를 더하고, 그 위에 일체형 탁자를 만들어 올렸다.


목재는 광양의 ‘건우 하우징’에서 사들였고 파라솔은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칠감은 독일제 무색 시라데코(Xyladecor)와 갈색 콘솔란(Consolan)을 사용했다. 시라데코는 작년에 사둔 것을 마저 쓰고 새로 보충했으며, 콘솔란은 작년에 미리 구입해 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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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칠 작업이 서툴까 봐 걱정했지만, 막상 해 보니 제법 그럴듯하게 되었다. 작년에 직접 지붕을 칠하며 익혔던 경험이 도움이 되었다.


시멘트를 개어 바닥을 고르고, 페인트를 칠하며, 모래통을 나르던 나를 본 뒷밭 할머니가 말씀하셨다.


“선상님은 안 하시는 일이 뭥교? 못하는 일이 뭐 있능교?”


하지만 사실 나는 대부분의 다른 일들을 잘하지 못한다. 내 본업의 일조차 그 점은 마찬가지다.


좀 이른 매실 따기


올해는 매실을 예년보다 열흘쯤 늦게 따는 것이 좋다고 했다. 악양 사람 두 분이 같은 말을 한 걸 보면, 아마 농협이나 면사무소의 농사관리 방송에서 안내가 나간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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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우리는 6월 3일, 수요일 선거 날에 내려가 매실을 땄다. 파종이나 수확을 ‘적기’에 맞춰서 하는 건 늘 쉽지 않다. 그렇게 하려 노력하지만, 여건이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우리 매실은 지난해에 비해 수확량이 크게 늘었다. 총량은 100kg에 약간 못 미쳤다.


이렇게 5월의 길뫼재는 구색을 더 갖추게 되었다. 손으로 다듬고, 등으로 져 나르고 땀으로 굳혀 낸 시간이 곳곳에 배어 있다. 나무 한 장, 못 하나에도 정성과 의지가 스며들었다.


이곳은 이제 단순한 농막이 아니다. 함께 흙을 일구고, 손을 보태며 만들어 낸 하나의 이야기이고, 작은 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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