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역사건⓵] 역무원의 비극, 개인의 문제 아냐

서울 지하철 신당역 역무원 사건, 개인만의 일로 치부해선 안돼

by 니지

안전하게 퇴근을 원하던 서울 지하철 신당역 역무원 A씨는 결국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가해자 전씨는 피해자 A씨를 스토킹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중이었다. 재판 1심 선고를 하루 앞둔 지난 14일 피해자를 신당역 내에서 살해했다. 경찰에 따르면 전씨는 조사과정에서 “오래전부터 범행을 준비했다”“재판 과정에서 앙심을 품었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 이에 경찰은 살인에서 보복살인으로 혐의를 변경했다.


피해자의 첫 경찰 신고는 지난해 10월 4일이었다. 피해자는 당일 스토킹의 피해 관련해 상담을 받고 싶다며 112에 전화했고 상담 후 같은 달 7일 불법 촬영과 촬영물 등을 이용한 협박 혐의로 전씨를 고소했다.


전씨는 지난해 10월 초 불법 촬영물을 피해자에게 전송, 협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전씨는 피해자에게 351회에 걸쳐 문자메시지를 보내며 불안감을 조성했다. 피해자는 첫 신고 당시만해도 사건 처리가 아닌 경고 조치를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관의 경고 조치에도 불구하고 전씨는 피해자에게 불법 촬영물을 전송하며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10월 8일 긴급체포됐다. 경찰은 다음날인 9일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이 이를 기각해 전씨는 다음날 10일 석방됐다. 이후 그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합의를 요구하는 등의 문자메시지를 21회에 걸쳐 보내며 스토킹을 일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합의에 실패한 전씨는 지난 8월 검찰로부터 징역 9년을 구형받았고, 1차 선고를 하루 앞둔 이달 14일 범행을 저질렀다.

김병찬(왼) 김태현(오) / 경찰청

신당역 사건 판박이, 김병찬 사건


김병찬괘 A씨는 한때 연인이었다. 김씨의 잦은 폭력과 경제적 무능력 등으로 A씨는 이별을 통보했다. 그러나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 김씨는 A씨에게 수시로 전화나 문자를 보내며 스토킹을 시작했다.


연락에 집착한 김씨는 A씨의 집, 회사까지 찾아가는 등의 행동을 일삼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김씨는 더욱 대담하게 행동했다. 김씨는 A씨의 집에 찾아가 A씨를 3일동안 감금하기도 했다. 문자와 전화 등 스토킹 피해사실의 증거를 차곡차곡 쌓아놨던 A씨는 경찰에 신고했다.


법원은 지난해 11월9일 김씨에게 스토킹범죄의 중단, 주거 및 직장의 접근 금지, 휴대전화 등의 연락을 금지하는 잠정조치를 내렸다. 이에 분노한 김씨는 같은 달 18일 자신의 집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와 범행에 사용할 도구 등을 구입했다. 이튿날 오전 A씨가 집안에 있는 것을 확인한 김씨는 그가 나오자 법원의 잠정조치를 취소하라며 흉기로 협박하다 A를 살해했다.


스토킹이 부른 세모녀의 참극 '김태현 사건'


일명 ‘세 모녀 살인 사건’의 김태현의 살인 범죄 역시 스토킹에서 시작됐다. 김태현은 세 모녀 중 큰딸을 대상으로 스토킹 범죄를 저질렀다.


김씨는 온라인 게임을 통해 알게 된 피해자를 3개월간 스토킹했다. 일방적으로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만나줄 것을 요구하던 그는 피해자와 연락이 되지 않자 그의 집 앞에서 7시간을 기다리거나 공중전화로 전화를 시도하는 등의 스토킹을 이어갔다. 이후 지난해 3월 퀵서비스 기사로 위장해 서울시 노원구 피해자의 자택을 찾아 피해자와 그의 여동생, 어머니를 살해했다. 이후 지난 4월 대법원에서 김태현의 살인혐의에 대한 무기징역 원심이 확정됐다.


비단 피해자가 여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주 가까운 지인인 남성 C씨도 스토킹 피해를 겪었다. 여자친구 D씨의 연락에 대한 집착에 힘들었던 C씨는 이별을 고했다. 이별 후 모든 연락을 차단한 C씨는 며칠 뒤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자신의 직장을 알려준 적이 없는데 D씨가 직장으로 자신을 찾으러 왔던 것이다. 헤어짐을 통보받은 날부터 C씨의 SNS 등을 통해 그의 직장을 찾아낸 것이다.


그때부터 C씨의 악몽은 시작됐다. 헤어짐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D씨를 진정시키기 위해 그를 다시 만나기로 한 것이다. 그 때부터 연락이 안된다 싶으면 회사로 전화해 C씨를 찾았다. 심지어 연락이 되지 않아 자신이 스트레스를 받아 정신과에 다닌다며 C씨에게 금전적인 요구까지 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C씨 가족의 전화번호까지 알아내 ‘죽겠다’는 협박성 전화를 걸며 스토킹을 이어갔다. 가족까지 모두 알게 되자 C씨는 다시 헤어지자고 했다.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한 D씨는 집 앞까지 찾아와 기다리는 등의 행동을 보였다. 이사와 퇴사까지 고려하던 C씨는 번호를 바꾸며 D씨의 행동에 단호하게 대처했고 결국 1년 여 간의 고통을 끝낼 수 있었다.


같은 동네에서도 남자인 스토킹 피해자를 볼 수 있었다. 지난 4월 새벽 사이렌 소리와 함께 경찰차가 찾아왔다. 여성 E씨가 술에 취한 채 쓰러져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것이다. 불미스러운 일로 경찰과 이미 안면이 있던 E씨는 파출소에서 하루를 보낸 뒤 집으로 돌아왔다. E씨의 전력은 전 연인인 F씨의 복부를 흉기로 찌른 일이었다. 이 사건으로 E씨는 형을 살다 몇 달 전 출소했다. 복부를 찌른 이유는 이별을 통보한 뒤 자신의 연락을 받지 않아 홧김에 저질렀다는 것이다. 다행이 F씨의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그는 평생 그 트라우마로 고통받을 것이다.


스토킹 처벌법이 강화됐음에도 이런 사건들이 주변에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법안의 허점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법안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서 자세히 다뤄볼 예정이다.



한편 신당역 살인 사건의 피의자 신상이 19일 오후 공개됐다. 이번 사건의 피의자는 31세 전주환. 서울경찰청은 이날 신상공개 심의위원회를 열고 예방효과와 재범위험성 등의 목적으로 피의자 전주환의 신상을 공개했다고 전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신당역⓶]스토킹처벌법 ‘반의사불벌죄’, 이대로 괜찮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