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사람 때문에 지치고,
말 한마디 때문에 하루가 흔들릴 때가 많다.
그래서인지 어느 순간부터
‘관계’를 잘 넘기는 나만의 작은 원칙들이 생겼다.
첫째,
억지로 맞추려 하지 않기로 했다.
내키지 않는 마음을 계속 꺾다 보면
나중엔 나를 잃기 쉽기 때문이다.
자신을 잃는 순간에는
어떤 관계도 이어지거나 지켜지지 않는다.
억지로 맞추지 않는 건
사실은 나를 위한 것만도 아니다.
박재연 소장은 책 '나는 왜 네 말이 힘들까'에서
이런 말을 했다.
점심 메뉴로 좋아하지 않는 것을 억지로 먹으면
상대방이 기뻐할까요?
아니요, 나중에 알게 되면
왜 말하지 않았냐고 답답해할 거예요.
관계를 만들어가는 상황에서
억지로 맞추는 건
오히려 진심이 아님을 돌려 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억지로 끌려가는 것도 아닌,
그렇다고 무례함도 아니게
솔직한 마음을 표현하면 되는 것이다.
둘째,
모르는 일에는 잠시 멈출 것.
내가 다 아는 것처럼 나서는 순간,
오히려 말실수가 늘었다.
잘 모르는 상황에서
말 한마디를 보태다가
오히려 남에 대해 함부로 얘기하게 되고,
관계는 되돌리기 어려운 모양이 되곤 했다.
모르는 건 모른다고 인정하거나
차라리 입을 다무는 것이
서로에게 훨씬 덜 아프더라.
셋째,
굳이 나까지 염려할 필요 없는 일에는
한 발짝 물러서기.
세상에는 ‘내가 챙기지 않아도 되는 일’이
의외로 훨씬 많았다.
그걸 알아차린 뒤로
마음이 부서지는 횟수도 줄어들었다.
관계를 오래 이어가는 비결은
크게 멋진 기술이 아니라,
때로는 모른 척 지나가고
때로는 마음을 지키기 위해 한 걸음 물러서는
그런 작은 태도들이었다.
결국 사람 사이를 잘 지나가는 방법은
‘잘하려 애쓰는 것’이 아니라
내가 다치지 않게
지금 내가 어떤 상황인지 알아차리는 것이었다.
내가 정말로 원하는 일인지, 아닌지.
내가 아는 일인지, 모르는 일인지.
내가 관여해야 할 일인지, 한 발자국 떨어질 일인지.
말하고 행동하기 전에
내 자신에 대해 알아차리는,
그 잠깐의 빈 공간이 늘 나를 지켜왔다.
그리고 그 빈 공간은
충분한 나의 시간을 챙기는 것으로 생겼다.
따뜻한 밥 한 끼.
가족들과의 산책.
30분 정도의 달리기.
잠깐의 독서.
그 짧은 고요가
사람들 사이에서 내 마음을 구해주곤 했다.
결국 나를 지키는 방식이
관계를 지키는 방식이었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