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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게 키오스크가 편리하진 않다

by 뇽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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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eneralbytes, 출처 Unsplash





얼마 전 딸이랑 아이스크림 가게에 갔다가


키오스크 앞에서 쩔쩔 매는 할머니를 봤다.



대형마트 안 가게라서


큰 카트를 끌고 계셨는데


그 카트 위에는 4살 정도 되어 보이는 손녀딸이 있었다.



할머니는 키오스크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하시다


우리가 그 뒤에 줄을 서자


화들짝 놀라며 뒷걸음질 치셨다.



“도와드릴까요?”하고 여쭙자


할머니는 손녀딸이 딸기맛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어한다고 하셨다.



키오스크를 보니


베리베리스트로베리는 있었지만


딸기맛 글자는 없었다.



사랑에 빠진 딸기는


스크롤을 내려야 있었다.



할머니는 거기서 막혔었다.



거기다 그 화면에서


앞으로도 뒤로도 가지 못했다.



내가 키오스크를 누르고


할머니는 카드를 내게 주셨다.



할머니는 남의 도움을 받아


딸기맛이라는


베리베리 어쩌구 아이스크림을


손녀딸에게 주고 연신 고맙다고 우리에게 인사하셨다.



카트를 끌며 할머니가


손녀에게 하시는 말씀을 들었다.



“할머니가 이제 아이스크림도 못 시킨다.”



그 말에서 할머니의 무력감이 느껴져서


마음이 무거웠다.



지나고 나서 생각했는데


할머니께서 직접 누르시고


나는 말만 하며 해보시게 할 걸 그랬다.



뒤에 사람도 없었는데…



키오스크에 적어도 직원 부르기 탭이라도


큰 글씨로 있었으면 좋겠다.



마침 직원이 있는 가게였으니


누군가에게 그런 좌절감을 겪게 할 필요는 없지 않는가.



직원 분에게 잘못이 있었던 건 절대 아니고


아이스크림 푸느냐 바쁘셨다…ㅠㅠ




그날 누구의 잘못도 아닌데


한 사람이 소외당하는 걸 목격했다.






집에 돌아와서 그 할머니와 또래이신


어머니한테 전화드렸다.



“엄마 키오스크로 주문할 줄 알아?”하니


엄마는 갈 일이 없다고 그러셨다.



정말 갈 일이 없는 건지,


아니면 안 가게 되시는 건지 모르겠다.





엑스에 올렸던 에피소드를


한그루님께서 그림으로 그려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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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엑스의 한그루님 https://x.com/Hanguru2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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