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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언제까지 쓸 수 있을까

by 뇽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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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동료들이랑 같이 회식 중에


선배선생님이 나와 또래 선생님들한테 물으셨다.



앞으로 뭐하고 싶어?


니 꿈이 뭐냐고.



그 질문에 다들 우물쭈물하다가


대답을 하긴 했다.



장학사 시험을 보고 싶어요.


애들 잘 키우는 게 우선이죠.



대부분 승진이나 가족 얘기를 했는데,


나는 술을 좀 마셔서 그런가


두루뭉술한 이야기를 했다.



글을 쓰고 싶어요.



선배 선생님은 "으이구~ 그게 아니라~"하셨다.



그 선배 선생님(교감님)은


내 글쓰기 생활을 허락해주셔야 하는 입장이라


블로그를 알고 계셨다.



몇 마디 말하고 싶으셨던 것 같은데


감사하게도 말씀을 그냥 꿀떡 삼켜주셨다.



사실 내가 말하고도


선명하지 못한


희끄무래한 말을 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말 바라는 게 뭐냐고 하면


앞으로 무슨 글이든


계속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책을 내든 안 내든,


내가 무엇이 되든 안 되든,


한참을 모니터 앞에 앉아서


어떤 말을 할지 말을 고르고 낱말을 고르는 것이


어릴 때부터 당연했다.



성격상 머뭇거리고 눈치도 많이 보지만,


글을 쓸 때는 누군가를 크게 의식하며 쓴 적이 별로 없었다.



글 속의 나는 놀라울 정도로 투명해져서


키보드를 눌러 한 글자 한 글자 써내려가는 것이


자유롭다고 생각했다.



좋다고 말하기에는 좀 머뭇거려지는 것이


어떤 저녁에는 앉아서 말을 고르고 있는,


이 시간이 막막하고 외롭기도 했다.



그 막막함에서 잠시 멀어지면


다시 되돌아가는데 용기가 필요하기도 했다.



얼마 간은 쓰지 않기도 했지만


모두가 있는 곳에 글을 쓰지 않으니


혼잣말조차 줄어들었다는 걸 느꼈다.



어떤 때에는 써내려간 모든 글들이


꼭 일기 같은 글 같아서


얼마나 가치있는 일을 하는 지 의문이 들었다.



금세 의문은 잘 접어두게 되었다.



나만 볼만한, 그저그런 글도 쓰지 못하면


어떤 글도 쓰지 못할 거였다.



글을 언제까지 쓸 수 있을까,


혼자 생각하지만


결국엔 글쓰는 행동에 마침표를 찍지 않으리라는 건 안다.



아마 힘이 닿는 데까지 글을 쓸 거다.



시간이 남으면 앉은 자리에서


또다시 어떤 글을 쓸지 고민하겠지.



그렇게 쓰인 많은 글이,


아니 대부분의 글들이 그럭저럭 쓰인 글일 거다.



그럼에도 운 좋게 어떤 글은 남아


이 글을 쓴 내가


나중에 다시 찾아 읽고 싶은 글이 될 거다.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글쓰기는 결국 잘 쓰는 일보다


계속 쓰는 일에 더 가까운 것 같다.



숨을 쉬듯,


조금은 비틀거리더라도


어떤 밤에는 속도가 나지 않아도


계속 써내려가는 사람에게 쌓이는 문장들이 있다.



그 문장들이 쌓이는 소리를


아마 평생 듣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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