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뇽쌤 Oct 23. 2023

졌어도 재미있게 놀았으면 됐어




얘들아, 이기고 지는 것보다 놀이에서 재미있게 놀았는지가 더 중요한 거야.





© real_chance12, 출처 Unsplash



라고 1학년 꼬마들에게 게임할 때마다 얘기했었다. 

원래 1학년은 지면 엉엉 우는 아이가 거의 매번 있기 때문이었다.


화가 나서 발을 쿵쿵 구르기도 하고,

울 때는 또 얼마나 분하게 우는지 모른다.




많은 선생님들이 지도하시는 

놀이의 하수와 고수에 대한 지도 얘기가 있다. 


'놀이의 하수'는 이기는 것만 신경 쓰는 사람이고, 

'놀이의 초고수'는 놀이 자체를 즐기고 

남을 배려하는 사람이라는 얘기다. 


물론 꼬마들에게 우리는 초고수가 되자며 

놀이 자체를 즐기자는 얘기로 결론을 낸다. 




그런데 그렇게 말하고 있는 나도 

과정을 즐기며 사는 사람인지는 갸우뚱하다.




아이들에게 놀이 자체를 즐기자며 얘기했지만, 

나는 어떤 것을 해냈는지 아닌지에 대해서 

더 집중했던 것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원하는 대로 되었는지, 

어떤 것이 이루어졌는지에 

더 집중했었지, 


그 과정을 즐기지 못한 순간들이 더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 그랬을까, 

최근에 읽었던 <아주 작은 습관의 힘>책에서 

이 부분이 그렇게 눈에 들어왔다.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좋아하면 이제 행복해져도 돼, 라고 말할 시기를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제임스 클리어 <아주 작은 습관의 힘>





결과가 정해져 있다면,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시기를 

저 뒤로 미루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얘기였다.


이 부분을 읽고 나서 나는 내가 꼬마들에게 했던 

'놀이의 하수와 고수'얘기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사실 내가 말하면서도 약간 도덕 책 읽는 느낌으로 

반복했었는데, 진짜로 그 의미를 이해하게 된 것이었다.




그렇네, 꼬마들도 게임에서 이기는 것만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게임의 진행 시간이 아니라 

게임이 끝난 뒤에만 반짝하고 행복하게 되겠지. 


그런데 게임 과정을 좋아하면 그 아이는 

놀이하는 시간 내내가 즐거울 거야. 




나도 그랬었다.




교재 만들기


책 20권 읽기


2kg 감량하기


글 몇 개 이상 올리기




이런 단순 결과만이 제시된 목표를 설정하곤 했었다. 

그리고 목표를 달성한 이후로 행복감을 미뤘던 것 같다. 

그 뒤의 뿌듯함과 성취욕에만 집중하곤 했었다.




그러다 보니 일을 벌이고 관련된 목표들을 

어떻게든 이뤄야 해서 수습하는 삶을 살아왔던 나는 

갑자기 넘어지는 것처럼 맥이 탁 풀릴 때가 있었다.


잔뜩 저질러 놓은 일에 푹 빠져서 있다가 

갑자기 그 모든 목표들을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 같은 것이 몰려왔다. 


성취하고 안 하고를 떠나서 

과정이 즐겁지 않은 적도 많았다.




심해져서 갑작스런 마음 탈진이 오면 모든 것이 멈춰버렸다. 

그러다 보면 나는 절로 내가 그럼 그렇지,라고 생각해버리는 것이다. 

악순환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32살인 지금까지 그렇게 살다가, 

최근에 난 어떤 사람일까? 고민하다 보니 

이제는 좀 알 것 같다.




목표를 달성하는 것보다도 

열심히 사는 그 모양새를 좋아했었다는 것을. 


체크리스트를 만들어서 하나하나 채워나가는 

그 과정을 좋아했었고, 

열심히 사는 내 모습을 좋아하고 재밌어했구나. 




그럼 사실상 설렁설렁하게 한다고 하더라도, 

일단은 과정을 좋아하면서 또는 과정을 해나가는 나를 

좋아해 주면서 꾸준히 해나 가면 되는 것'이었다. 




그걸 알고 나니까, 요즘 압박감이나 스트레스가 많이 줄었다. 


가만히 있으면 뭘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뭘 한담? 하고 상상하며 생각하고, 

하고 싶은 것들을 먼저 한다.  


잘 해내겠다고, 또는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고 

생각하던 때보다 훨씬 더 즐겁고 재밌다.




나이가 들면서 좋은 점은 나 자신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고, 

살펴줄 수 있는 것 같다. 




다음에 꼬마들에게 이기고 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놀이하면서 즐거우면 된다,라는 말을 

도덕 책 읽어주듯이가 아니라, 

진심으로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