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뇽쌤 Oct 26. 2023

우리는 너무 달라서, 여기까지만 얘기하자


여느 부부가 그렇듯이


짝꿍(남편)과 나는 굉장히 다른 타입이다.



내가 짝꿍과 만나게 된 건


20살 때부터 벌써 13년 째인데,


어쩌다가 이렇게 나와 다른 사람을 만났는지,


그렇게 작정하고 만나기도 쉽지 않겠다 싶다.



기본적으로


내가 F형(공감형)이고 


짝꿍은 T형(이성형)이기도 하다.



이것뿐 아니라


사상적으로도 굉장히 다르다.



정치나


직장에서의 문제나


사회적인 이슈,


우리가 마주하는 현실 이슈에 대한 시선도


너무나 다르다.



우리는 이렇게 안 맞는 부분을


어쩔 때는 재미있어하기도 하고


어쩔 때는 답답해하기도 하고


어쩔 때는 화를 내기도 한다.



그러다가 우리는 몇 개월 전부터


하나의 해결책을 


내게 되었는데, 


바로


여기까지만 얘기하자,


방법이다.



이 방법은 


어떤 하나의 화제에 대해 얘기하다가


둘 사이의 서로 다른 의견을 발견하고 


그 차이가 너무 크다고 생각될 때 쓰인다.



소소한 예를 들면,


유명인 중 '김철수'라는 사람이 있다고 치자.



만약 내가 김철수라는 사람의 행동이 


선량한 것 같더라,라고 하면,


짝꿍이 그건 알 수 없는 일이라고 하며


반대 의견을 낸다.



이런 대화가 몇 번 되풀이되다가


의견의 큰 차이를 발견하고


"여기까지만 얘기하자."라고 


대화의 마침표를 찍는 것이다.



이 말은 우리 둘 사이에서 


하나의 유행어처럼 번지게 되었다.



그때부터


적당히 얘기하다가


둘 사이의 이견을 발견하게 되면


그래, 여기까지!라고 


서로 앞다투어 얘기를 하고 


좀 웃었다.




우리는 서로 너무 다른 사람인 걸


잘 알고 있어서,


여기까지만 얘기해도 괜찮다.



자녀인 꼬마에 대한 이슈처럼


우리에게 아주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면


끝장토론을 볼 것처럼


상대방 의견을 낱낱이 속속들이 


알지는 않아도 되는 것 같다.



또 서로 좋아하는 사이라고 해도,


모든 문제에 대한 의견이


다 맞을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가끔은 해결되지 않는 문제도 있다.



풀리지 않는 실타래를 그냥 두어도


괜찮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우리는 각자 살아오면서 


제각기 깎아내려간


나름대로의 모양새를 가지고 있다.



누군가가 보기에는


그 모양새가 울퉁불퉁하기 그지없다고 


느낄지도 모르겠지만,



우리는 사실 


다른 모양이 아니라


특유의 그 울퉁불퉁한 모양이 


좋았던 터라,


엄밀히 따지면


그 모양이 아니면 싫다.



가끔은 나와 다르게 튀어나온 부분이 


마땅찮을 때도 있지만


또 그 부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사람이 내가 좋아하는 그 사람이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