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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진지 Nov 08. 2020

7평짜리 원룸 청소가 이렇게 빡셀 일?

내가 나를 키우다

토요일 아침에 일어나 집안 구석구석을 청소했다. 바닥 같은 경우는 정전기 청소포로 한 번, 물걸레로 또 한 번, 머리카락이나 작은 먼지 덩어리를 미니 청소기로 치우면서 또 한 번, 총 세 번의 청소를 실시했다. 이놈의 머리카락은 어찌나 빠지는지, 탈모가 아닌 게 다행일 지경이었다.


본가에서 살 땐 방에 머리카락이 굴러다니든 말든 신경도 쓰지 않았다. 며칠만 버티면 부모님이 청소해 주실 테니까. 샤워를 하고 나선 바닥의 물기 따윈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사용하고 나서 적당히 환기시키면 타일 바닥은 다시 뽀송해지니까. 하지만 독립은 그렇지 못했다. 머리카락 하나 없는 바닥도, 화장실의 뽀송한 타일 바닥과 물때 없는 환경도 거저 얻어지는 게 아니었다. 치우는 사람이 따로 있어야 얻어지는 결과였다.


독립한지 한 달이 지났을 때, 양치를 하다가 세면대 틈새에 곰팡이가 낀 걸 발견했다. 분명 한 달 전까지는 없었는데.. 매일 세수할 때마다 물로 슥- 한 번 쓸어주기 때문에 더러워질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더러워져도 금방 눈에 띌 거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곰팡이가 생겼고, 심지어 한 달 동안 알아채지 못했다. 게다가 변기 위에도 먼지가 쌓인다는 걸 처음 알았다. 물내림 버튼이 붙어있는 몸통 부분을 자세히 보니 그건 분명 먼지였다. 샤워 후에 축축한 타일 바닥은 어떠한가? 나는 문을 활짝 열어 놓고 1~2시간만 환기시키면 물기가 저절로 날아가면서 뽀송한 타일 바닥으로 돌아올 줄 알았지. 하지만 반나절을 열어놔도 바닥의 물기는 사라지지 않았다.

부랴부랴 구입한 화장실 청소 용품들


독립 초반엔 가끔 '좀 더 큰 집으로 갈 걸 그랬나?'라는 아쉬움이 있었다. 방 크기는 그럭저럭 괜찮은데 부엌이 좁아서 요리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아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소를 할 때면 이런 생각이 싹 사라졌다. 고작해야 집에서 활동하는 시간이라곤 아침과 저녁뿐인 7평짜리 집인데, 희한하게도 매일 먼지가 쌓이고 청소 거리가 생겼다. 부엌에서 뭘 한 기억이 없는데 전자레인지와 냉장고 위에도 먼지가 쌓였다. 고작 원룸 청소도 이렇게 힘든데, 이것보다 더 큰 평수나 투룸은 오죽할까? 큰 집으로 이사 가는 것도 마냥 편치만은 않겠다고 청소하면서 생각했다.


각 잡고 청소하는 날엔 반나절이란 시간이 걸렸다. 청소를 마치고 난 뒤, 집 안을 쭉 둘러보면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티가 나지 않았다. 마침 살림이라는 게 해도 해도 티가 안 난다는 엄마의 이야기가 기억이 났다. 나는 집이란 게 원래 깨끗한 곳인 줄 알았다. 너무나 당연하게 쾌적한 환경을 누리고 살았다. 하지만 그 이면엔 살림을 책임지는 누군가의 역할이 있었다. 그동안 부모님이 그 역할을 해오셨다면, 이제는 내가 그 역할을 해나가야 했다. 내가 나를 먹이고, 입히고, 씻기고, 재우고, 키워야 한다. 그동안 부모님이 나를 키워오셨다면, 이제는 내가 나를 키워야 한다. 청소 또한 내가 쾌적한 환경에서 지낼 수 있도록 나를 키우는 행위 중 하나겠지. 독립은 내가 나를 키우는 행위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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