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글씨 = 마음의 창 닦기
3년 동안 노트북으로 일기 썼는데,
2달 전 종이에 쓰기 시작하면서 손글씨 일기의 매력에 빠져버렸다.
노트북은 빠르다.
머릿속 생각을 빠르게 전개하며 와다다 쏟아낼 수 있다.
빠르게 타이핑치는 손가락을 멈추기 어럽다.
진실된 내면의 목소리를 정제해내는 대신 익숙한 생각들을 관성적으로 전개한다.
손글씨는 느리다.
글을 쓰는 속도가 생각의 속도를 쫓아갈 수 없기에, 더 정확하게 내면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종종 멈추고 고만의 시간에 빠진다.
시간을 갖고 의식적으로 정제한 생각을 적는다.
문장 하나하나에 들어간 정성이 노트북과 다르다.
일기를 쓰는 것은 마음의 창을 닦는 것이다.
정갈한 글씨로 꾹꾹 눌러쓰다 보면 머릿속이 깨끗해진다.
정신 사나운 느낌이 가신다.
방청소를 해도 며칠 지나면 어지럽혀지듯이,
일기를 쓰고 나면 머릿속이 깨끗해지지만
얼마 안 가 다시 불안과 걱정, 조급함이 차오른다.
주기적으로 일기를 쓰며 어지럽혀진 머릿속을 정리한다.
마음의 창을 닦는다.
저는 스스로가 참 대견해요.
지금 저는 정서적으로 쉽게 취약해질 수 있는 상황이에요.
자라온 배경 때문에 주변에는 성공한 사람들이 많은데,
그들 사이에서 외적으로 멈춰 있는 시간을 보내는 것은 쉽지 않아요.
제 내면을 인스타에 기록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속살을 보이는 것 역시 부담스러울 때가 많아요.
누군가에게 평가받는 기분이 들 때도 있고,
시간이 지나 인스타에 남겨둔 생각과 지금의 생각이 달라졌을 때는 남의 시선이 신경쓰여요.
그래서 일기를 매일 쓰게 돼요.
취약해지기 쉬운 환경 속에서도 내 안의 중심을 붙잡기 위해,
내 삶의 키를 내가 잡기 위해,
내면의 목소리를 예민하게 들으려 노력합니다.
일기는 내면의 목소리를 듣는
저의 유일하고,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