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때부터 부모님께 ‘전문직이 되어라’ 듣고 자라온 나는, 지금의 나를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지금의 나를 받아들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무의식적으로 지금의 내가 보잘것 없다고 생각했고 자신감이 부족했다.
어릴 적 진로를 탐색할 기회를 갖지 못한 채 스물여섯이 되어서야 비로소 진로를 고민하기 시작하니, 10년의 시간을 뺏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는 꿈도 꿨다. 16살의 나는, 체육고를 갈지 일반고를 갈지 고민 중이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진로를 정해야 하는데’ 고민하고 있었다. 꿈에서 깨어나보니 나는 26살이었고, 여전히 진로를 고민 중이었다.
26살에 올리브영에서 알바하는 스스로는, 내가 상상한 내 모습이 아니다.
나는 스스로에 대해 칭찬이 박한 편인 것 같다. 동아리 회장을 했을 때, 회사 다닐 때, 최근 파티를 준비했을 때 못한 것만 생각난다. 잘한 것은 당연한 것이고, 못한 것은 내가 못한 것이다.
스스로를 꽤나 사랑하고, 자기애가 넘친다고 생각하지만, 동시에 자학적인 면도 있다.
오늘 한 어른을 만났고, 이 얘기를 털어놨다.
그분은 커리어나 스펙 같은 외적인 요소보다 ‘나만의 길을 계속 걸어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씀해주셨다.
과거의 나는 착실하게 커리어를 쌓아왔지만, 지금의 나는 커리어만 놓고 보면 다시 0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김지오라는 인물의 성장’ 측면에서는 어떤가?
나는.. 확실히 15살의 지오, 20살의 지오, 25살의 지오보다 내적으로 성장했고 빛난다.
그것만큼은 확실하다. 의심치 않는다.
내가 그 동안 쌓은 과학적 지식, AI 경력은 지금 쓸 데가 없다. 하지만 그 경럭을 쌓는 동안, 나는 성장했다. 못 할 것 같은 일을 해낸 경험이 있고, 못 하던 것을 하게 되도록 성장한 기억이 있다.
스스로에게 따뜻한 시선을 갖자.
지오야, 나한테 칭찬도 좀 해줘.
동아리 회장 했을 때, 뒷기수 잘 뽑아서 지금 동아리 자랑스럽게 잘 컸잖아. 우리 기수가 유독 돈독하잖아. 너가 잘한거야.
회사 다닐 때 지표 올렸잖아. 잘했어.
파티 준비 잘 해서 사람들이 웃고 춤췄잖아. 잘한거야.
지금의 이 감정, 깨달음은 시간이 지나며 또 흐려지겠지만, 의식적으로 나를 더 칭찬해야겠다.
스스로에 대한 사랑이 흘러넘쳐서, 다른 사람들의 마음도 채울 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