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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쓰다듬어주는 누군가


아이를 키우며 누구보다 아이 마음을 애쓰며 보듬었다 생각했는데 가끔 아이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내 의도와는 다르게 전달된 감정이 있고,
또 아이들에게 닿지 못한 감정도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나름 열심히 애쓰며 키웠다 생각하지만
담담히 받아들인다.
엄마라는 자리를 처음 경험한 내가 시작부터 100점 엄마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아이들에게 나의 노파심은 듣기 싫은 잔소리로
애정 어린 시선은 부담으로
엄마의 청유는 귀찮음으로
느껴질 나이다.

[천년의 사랑] 인희의 친구 혜영은 인희에게 엄마 같은 존재다. 마음을 토닥이고 무너지려 할 때 지탱하게 만든다.
위로하고 격려하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이며 곁을 마음으로 지키는 존재.

아이의 마음을 다잡아 주는 존재가 되겠다고 육아서를 읽고 호기롭게 다짐도 했지만 번번이 소리를 지르며 실패한 날이 더 많고
내 감정하나 제대로 살피지 못해 예민함에 아이들을 살얼음판 걷는 기분으로 만든 날도 여럿이다.
긍정의 말들을 건네주다가 부정의 언어를 쏟아내기도 하고 정작 나에겐 자책하는 말들을 전해 자존감이 떨어진 날들도 많았던 것 같다.


이런 나.

어딘가에서 이런 날 살린 누군가도 있었으리라.
마음을 쓰다듬어준 누군가가 있었으리라.


근처에서 언제든 두 팔 벌리고 도와준 아빠와 엄마.
늦은 퇴근 후에도 아이를, 나를 토닥여주었을 남편.
엄마 사랑해. 엄마가 제일 좋아. 하며 나를 안고 매만지던 내 아이들.
잘 될 거라 응원해 준 나의 블로그 이웃님들.

나 역시 무너지려 할 때 누군가로부터 힘을 얻고 덕분에 이렇게 자라날 수 있었다.

혜영이 인희을 다정함으로, 때론 현실적인 조언으로 툭툭 털고 일어나게 곁을 내어주듯
나도 아이들에게 가족에게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이면 좋겠다.

마음이 무너지려 할 때 살짝 잡아
' 별일 아니구나!' 생각하게 돕고
포기하고 싶어질 때
' 그래! 한 번 더 해보자' 용기를 내게 돕고
좌절하고 있을 때
' 그깟 거 그냥 잊어버리자!' 또 다른 희망으로 눈을
돌리게 할 수 있는 지혜로운 사람.

그런 엄마이자 아내이자 딸이자 친구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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