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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다는 것



정리는 어쩌면 추억을 마음에 담는 것 아닐까.
분홍색 아가 이불과, 장난감을 정리할 때도 얼마나 고민했는지 모른다.

7월 이사를 준비하며 짐 정리를 하고 있다.

버리려고 내놨다가 마음이 안 좋아 다시 넣어둔 사진첩.
아이들의 그림이 가득한 스케치북들.
손때 묻은 아이들의 애정 책들.
잠자리에서 특히나 수십 번 읽어줬던 작은 책.
내 목표가 빼곡하게 적힌 다이어리들.
아이들과 함께한 보드게임.
주고받은 수백 개의 쪽지와 편지들.

버리는 것은 마치 추억을 내동댕이치는 것 같아
기분이 이상하다.

소파 없는 우리 집 거실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책들과 안방 침대 근처 가득한 책들과 아이들 방 책들을 몇 주간 가만히 바라보다 시기가 지난 책들을 겨우 꺼냈다.

쌓아놓고 보니 ' 버리기 너무 아쉬운데...'
'아아.... 이 책....' 이러면서 머뭇거리게 된다.

책 한 권에 나름의 시간과 기억들이 스며있다.
책마다 메모나 인덱스도 가득하니 내 책들은 더 정리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큰 결심이 필요하다.

그렇게 끙끙거리며 책들을 정리하고, 아이들의 물건들을 하나하나 버리면서 자주 추억에 젖는 중이다.

버려지는 것은 꽤나 슬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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