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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과 원장님이 은퇴하신다.

사람은 사람으로 인해 성장한다.

동네 오래된 소아과가 문을 닫는다. 연세가 지긋한 원장님은 나의 육아서에도 언급되는 석소아과 이다.
석소아과 원장님은 40년 넘는 시간 동안 한자리에서 묵묵히 아이들을 진료해 주시며 말 그대로 키워내셨다.

6월 18일 오전 진료를 마지막으로 이제 은퇴하신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어제 늦은 시간 편지를 썼다.
늘 마지막은 있겠지만 막상 정말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허전하고 이상하다.

석소아과는 아이들에게도 각별한 곳이자 나에게도 추억의 공간이다. 긴 시간 때마다 아이들 손 잡 잡고 왔던 곳이니까.
아이들도 그 시간들을 떠올리며 편지를 썼다.

오늘, 짬을 내서 아이들과 병원에 들러 마지막 인사를 드렸다. 선생님의 얼굴을 마주하니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다 이해한다는 선생님의 끄덕거림과 고맙다는 말에
나는 결국 꺽꺽거리면서 마음을 전했다.
결국 울었다...ㅠㅠ
준비한 작은 선물을 내밀고, 편지를 내밀고, 마지막일 진료도 일부러 받았다.

그리고 다시 꾸벅 인사를 하고 나온 오늘...
아이의 16년, 아이의 14살이 이곳에서 정성으로 키워졌고 나도 함께 큰 시간이다.

초보 엄마 때는 선생님에게 질문을 자주 했다.
문득 불안해질 때 슬쩍 마음을 내비치면 괜찮다며 안심시켜주셨다.
아이들 스스로 이겨낼 수 있다고 순한 약으로 처방해 주시고, 배 아팠던 아윤이 신장염도 선생님이 한 번에 알아봐 주신 덕에 대학병원에서 빨리 진료할 수 있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감사한 게 투성이다.

감사했던 시간이다.
오래 묵묵히 자리를 지켜주신 존경스러운 시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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