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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나이를 신경 쓰지 않는다

굳이 나이를 신경 쓰지 않고 살고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숫자에 잠식당하지 않으려고 한다.
정말 누가 나에게 나이를 물어보면 순간 어..... 하고 대답을 못한다.

정말 생각을 안 하고 산다.

30대가 시작됐을 때 속으로 " 헉! 벌써."라는 생각을 한 번 했고
흰머리가 몇 가닥 보이기 시작했을 때 " 하...." 한숨을 한 번 내뱉었고
그다음부터는 에라 모르겠다. 숫자는 생각하지 말자. 하며 살고 있다.

나이라는 틀에 갇혀버리면 뭔가 더 주춤할 수밖에 없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더 신경 쓰게 되고, 이 정도 나이에 이것이 괜찮은가 자꾸 따지게 된다.
그 점이 난 싫다.

우선 나는 입고 싶은 옷을 입는다.
민소매도 입고, 짧은 치마도 입고, 랩 원피스도 입고, 타이트한 청바지도 애정한다.
랩 원피스를 입고 밖에 나가면 어떤 분은 나에게 어디 중요한 약속에 가냐고 물어보신다.
약속이 없어도 입고 싶은 날 내가 좋아하는 옷을 골라 입고 무언가를 할 수 있다.

엄마의 옷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 경박스럽지 않은 선에서 내가 좋아하는 옷을 입는 것은 나이와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30대에게 맞는 옷, 40대에게 맞는 옷, 50.60.70대에게 정해진 옷은 없다. 나에게 편하고 좋아하는 것이라면 그냥 옷일 뿐이다.
내가 힐을 신고 일을 가면 아직 힐을 신는다고 놀라는 분들도 있다.

" 어머! 아직도 힐을 신어?!"

운동화도 좋아하고, 플랫슈즈도 애정하지만 난 힐도 좋아한다. 그냥 또각거리는 소리가 좋고, 걸을 때 허리가 더 꼿꼿하게 펴지는 느낌도 좋다. 긴 시간 힐을 신어 왔으니 어쩌면 힐을 신었을 때의 그 느낌이 좋은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지나 힐을 신었을 때 관절이 아픈 시기가 온다면 자연스럽게 힐을 멀리하는 날도 오겠지.

머리도 그렇다.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머리를 짧게 자르고 볼륨이 가득한 펌을 한다는 것은 편견이다.
난 여전히 머리가 길다.

겉으로 보이는 것들 뿐이겠는가.


나이를 생각하면 고민이 많아진다. 즉, 무언가 하기 두려워진다. 30이 넘었는데.. 40이 넘었는데.. 50이 넘었는데라는 생각 때문에 충분히 가능한 것들을 스스로 멈추고 포기해 버린다.

반대로 난 아직 10대인데, 20대인데라는 마음가짐 역시 주춤하게 만든다.
즉!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하다.
숫자를 생각하지 않아야 조금 더 내달릴 수 있다.

나이에 저항하는, 혹은 나이를 무심하게 바라보는 어른들이 많다.
70이 넘었지만 자격증을 공부하는 사람, 80이 넘었지만 첫 미술 전시회를 열거나 골프 유튜브를 운영하는 분도 계시다. 50대 퇴직 후 다시 공부를 시작해 수능을 보는 사람도 있다. 그런 분들의 삶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숫자에 잠식되지 않는 삶.

나이가 들어가면서 체형이나, 외모가 달라지는 순리를 어쩔 수는 없겠지만 몰캉한 마음을 잘 간직하고
여전히 뭐든 할 수 있다는 마음을 간직해야 한다.
그 마음 때문에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청춘이, 길어질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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