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정리를 하며 오랜만에 퇴고하느라 애썼던 책 내용을 다시 만났다.
이렇게 두툼한 프린트된 용지들이 곳곳에 가득하다. 노트북 폴더에 안전히 자료가 있나 확인하고 과감하게 재활용 종이에 버렸다.
(첫번째와 두 번째 책 초고는 그대로 남겨놨다. )
하루에 무조건 짧게라도 글을 쓴다. 블로그 포스팅도 나에게는 일종의 글쓰기 루틴을 위한 좋은 구실이 된다.
명확한 주제가 아니더라도 생각을 그냥 생각으로 할 때와, 문장으로 풀어쓸 때와는 천지 차이다.
즉 문장으로 정리하는 것이 더 어렵다는 것이다.
온전한 문장으로 정리되기 위해서는 한 번 더 머릿속에서 단어를 조합하고 생각을 배열,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 과정 속에서 우리는 알게 모르게 맥락을 연결하는 힘을 기르게 된다.
한 편의 일기, 짧은 단상조차 꾸준히 쓰면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데 심지어 책 쓰기는 어련하겠는가.
한 권의 책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상당한 양의 A4용지가 필요한데 이 여백을 활자들로 채우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게 될지.. 추측만으로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글쓰기의 위대함을.
쓰면서 우리는 달라진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생각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글로 정리하고, 글을 다시 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문장으로 쓴 [나는 - 사업을 성공할 것이다!] [ 나는 책을 많이 읽을 것이다 ] [ 나는 책을 쓸 것이다 ] [나는 매일 꾸준히 운동할 것이다] 이러한 것들은 '씀'으로 인해 더 힘을 얻어 나를 움직이게 했다.
글씨가 앞에 보이니 마음이 찝찝해 계속 신경 쓰이고.. 안 하면 죄책감을 느끼고 계속 눈에 밟혔다.
좋아하는 사람이 눈에 아른거리는 것처럼 글씨가 아른거려 결국 몸을 움직이는 것이다.
문장으로 선언을 한 적도 많다.
나는 올해 무조건 책을 완성한다. 그래서 태어난 책이 바로 말 거울이다.
첫 번째 책도 두 번째 책도 내용은 부실하고 다시 읽어보니 보완할 부분도 많아 보인다. 일단 해보며 터득하는 성격 덕에 오류를 뒤늦게 발견하고 깨닫게 되는 것도 있지만...
반대로 무모한 용기를 통해, 약속을 지키겠다는 집념을 통해 나는 끈기를 배웠다.
원래 인생은 이렇게 넘어지고 딱지가 생기면서 깨치게 되는 것이다!!!
지금 겁 없이 장편소설을 쓰고 여러 편의 글을 뚝딱 써서 저장할 수 있는 것은 그때의 엉덩이 힘 덕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글을 쓰면서 인내를 배운다. 일단 견뎌야 한다. 견디지 못하면 여백이 채워지지 않는다.
그림으로 대충 때울 수도 없고 생각으로 마무리할 수도 없다. 직접 글을 써야만 결과가 나오니 버티는 자만이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매일 꾸준히 글을 쓴다는 것도 사실 말이 쉽지 일상에 치이다 보면 짬 내기가 어려울 수 있다.
블로그를 10년 넘게 운영하고 있고 사실 명확한 주제로 운영하는 것도 아니지만 사실 이 공간은
스스로 " 기록해라. 써라" 채찍질하는 공간이기도 하고
소소한 주제로도 서로 응원해 주는 귀한 사람들이 있는 공간이기도 하고
나의 과거 - 현재의 시간을 알음알음 공유하는 쫄깃한 공간이기도 하다.
주제를 정해 쓰는 글쓰기도 필요하지만 우선 매일 생각을 문장화시키는 습관이 더 필요하다.
쉽게 접근해서! 깊이 있게 들어가! 결국 목표점으로 뚜벅뚜벅 인내하며 롱 런- 하는 것. 이것이 관건이다.
블로그에 짧게, 길게, 이런저런 글을 쓴다.
때론 교육이나 문학 등 정확한 주제를 가지고 운영되는 인플루언서들이 부럽기도 하지만
' 쓰는 곳 / 생각을 기록하는 곳'이라는 나만의 목표를 생각해 보니 인기의 유무는 그리 중요한 것 같지도 않다.
글감은 늘 다양하다.
책, 일, 옷, 아이, 교육, 음식, 생각 등등
나의 삶이 곧 글감이고 그 글감들을 동기 삼아 나는 매일 글을 쓴다.
글들 속에서 다시 영감을 받아 소설이 탄생하기도 하고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더 긴 글을 완성하게 만들기도 한다.
글을 위한 관찰, 글쓰기를 위한 깊은 생각.
그냥 지나칠 순간이 단 하나도 없다.
그런 점으로 볼 때,
글쓰기가 내 인생을 엄청나게 풍요롭게 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