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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극히 I 성향의 사람이다.

머리를 묶을 수밖에 없는 날씨다.
오늘 기온은 37도였다.
(집 밖은 위험해)

숨이 턱턱 막혀 가장 먼저 머리부터 묶었다.

남들은 나를 완전 외향적인 E 성향으로 본다.
하. 지. 만. 난 사실 I 성향이 더 강한 인간이다.
( 심지어 오늘 사진은 누가 봐도 차분차분한.....느...낌...아닌가...아닌가?)

MBTI를 해보면 E가 나오는데 아마 대화에 어려움이 없고 도전하는 걸 좋아해서 그런 것 같다.
스스로 생각하면 지극히 I 성향인데 왜 E가 나오는지 나도 궁금하다.

생각해 보면..
나는 모임을 소중하게 생각하지만 1:1 깊이 있는 대화가 가능한 자리가 더 편하다.
시끄럽고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모르는 대형 모임보다는 속 마음까지 다 터놓을 수 있는 조용한 자리를 더 추구하는 것 같다.
사람들이 가득한 곳도 매력적이지만 조용한 도서관이나 혼자 있는 공간이 더 편하다.

어쩌면 이런 성향 때문에 조용히 앉아 글을 쓰고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늦은 저녁 혼자 조명 켜고 책장을 넘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조용히 혼자 뭔가 고민하고, 끄적이고, 계획하는 그런 시간이 나에겐 소중하다.

기질이 비슷한 사람에게 끌리는 이유도 이런 성향 때문일까.
차분하고, 생각이 깊은 사람을 만나면 " 아! 좋다!" 나도 모르게 자꾸 마음이 간다.

한정된 에너지를 분배하다 보니 스스로를 관찰하게 된다.
너무 잦은 만남과 스스로 유익하다고 느껴지지 않는 잡담은 내 에너지를 고갈시켰다.
(개인적으로 나는 연예인의 이야기나, 아이들 학원 이야기로 긴 시간 수다를 떠는 것을 지양한다. 일단 진 빠지고 남는 게 없는 찝찝한 기분이 든다. )

반대로 누군가의 만남과 대화를 통해 없던 에너지가 샘솟기도 한다.
그런 사람, 그런 시간, 그런 만남, 그런 이야기들을 나도 모르게 좇아가게 되는 것이다.
덕분에 스스로 에너지를 잘 비축할 수 있고 덕분에 내 하루는 더 잘 돌아가게 하는 원동력을 얻게 되는 셈이니까.

나는 I 인가.
나는 E 인가.
아니면 I와 E를 넘나드는 사람인가.

중요한 것은 누구나에게 사색의 시간, 차분한 I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발산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인생에서 응축도 너무나 중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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