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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어 키건 - 이처럼 사소한 것들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 말했던가.


멀리서 도루강을 바라보며 한 폭의 그림 같다고 생각했다. 마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보는 것 같았다. 멀리서 바라볼 때는 그 자체의 분위기가 먼저 보인다. 그래서 빛과 물결과 사람들의 어우러짐이 하나의 음악같이, 그림같이 느껴진다. 그런데 그 아득한 분위기 속을 헤집고 들어가면 보이지 않아야 할 것들이 보인다. 즉, 아름다움만 있는 허구의 곳이 아니라 현실인 것이다. 사실 이것이 우리의 솔직한 삶이다.


사진을 찍을 때 웃음을 짓거나,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 옷을 차려입을 때도 있지만

무의식적으로 인상을 찌푸리거나 화를 내기도 하고 자기 전 늘어진 잠옷을 입고 행복해할 때도 있지 않은가. 겉으로는 행복한‘척’하기도 하지만 사실 우리‘만’아는 가족의 갈등도 있지 않은가.

멀리서 보면 아늑하고 행복한 집도 가까이에서 보면 자잘한 아픔과 성남이 있는 것이다.


멀리서 보면 아름답다는 문장을 읽고 나는 스페인 여행 중 마주한 도루 강을 떠올렸고,

거리를 두고 멀리서 봐도 좋지만, 일부러 가까이 다가가 볼 용기도 때론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의 민낯은 비극이 아니라 솔직함이다.

그 솔직함을 피하지 않고 들여다보는 것은 무엇인가 조망하고 있는 자의 씩씩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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