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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대로 되는게 하나 없는 '육아'



#날 좋다 빨래를 하고 기분좋게 뽀송한 이불을 깔아주는 날은

과감하게 오줌을싸버리지.


#깨끗하게 신발을 빨아 말아놓으면 놀이터를 가도 꼭....모래로 들고 뛰어.



#방안에서 하루종일 답답하겠다 싶어서

놀이터에 가서 신나게 미끄럼을 타자!!큰 맘 먹은 날은

희안하게 놀이터 주변만 빙빙 돌며 풀을 뜯고, 개미집을 관찰하며 놀아.



#산책을 한번 여유롭게 해야지 하는 날은 또 청개구리마냥 놀이터로 날뛰며 가..


#오랜만에 엄마도 사람노릇좀 할께... 전화좀 받을라 치면 격하게 날 불러 무슨 일이 난 마냥..

"움마 움마..!!! 으앙 움마!!!" 그래서 길게 통화를 한 기억이 언제인건가..


#작정하고 기저귀를 떼려고 마음 먹으면..

젖을 떼려고 마음 먹으면..

백발백중 애가 슬금슬금 감기로 아파서 맘을 흔들어 놓거나

어이없게 혼내서 죄책감에 계획에 차질이 생겨..


#저녁에는 맛있는거 해줘야지 하고 신나서 해주면

평소보다 많이 먹은 간식때문에 내가 해준 음식은 거들떠도 안봐.


#낮잠을 안잤으니  오늘 일찍자겠거니..하면

눈이 벌게가지고는 버텨.. 독한것.


#깔끔하게 장난감을 분류해놓으면

다 엎어서 섞어 놀아야 직성이 풀리지.

그래서 청소는 하는게 아닌거여...


#아이에게 절대 소리지르지 않겠노라.

화내지 않겠노라.

눈 부라리지 않겠노라.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대하지 않겠노라.

육아서에 줄 그으면서 다짐한날

아이는 귀신같이 나를 시험해.

그리고..아직 단련중인 우리 엄마들은 아이의 시험에 늘 져.

그리고 자는애 붙들고 질질짜지.

'엄마가 내일부터는..'


생각대로만 되면  어려울 것도 없는 것 같은 하루같은데

내 생각처럼 돌아가는게 하나 없으니 감도 안잡히고 하루종일 피곤에 쩔어있는 것 같은

정신적 막노동.


아이가 어릴때는 '육체적 막노동'으로 매일매일이 피곤하다면

아이가 조금 커져서 나랑 실랑이를 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부터는

정신적 막노동이 가중돼.

죽어나는거지뭐.

 

 

아이를 혼내지 않겠다는 엄마의 결의와,

너는 그리 결심하거라..나는 엄마에게 죽어도 혼나고 말겠다는

아이의 기싸움이랄까.


쉽게 자기 의지를 꺾지 않는 작은 이 아이를 보고, 타이르고 결국 혼내도 보면서 이 아이보다 몇배는 커다란 어른인 내가 도대체 왜 그깟일로 화내고 있는지, 실랑이를 하고 있는지, 자존심싸움을 하는건지 간혹 이해 안되기도해.

그냥 깔끔히 져주고 이해하면 되는데 여지껏 그게 잘 안되는걸 보면

가끔 나도 참 징하다..싶어.



하루종일 너에게만 눈길을 주고 내 하루를 내다 받치는데..

그래도 뗑깡과 울음과 화를 엄마에게 내어주는 아이의 모습이 간혹 너무 힘들고 버겁게 느껴지기도해.


나의 인생을 이제 너에게 올인한 기분인데

더 너의 인생을 나에게 올인해야 한다는 시험을 하는 순간순간

눈물이 나오려 하기도해.


3년만 육아하면 세상이 바뀌는 줄 알았는데

7년째 육아해도 별반 달라지지 않는 엄마의 하루에 가끔 겁이 나기도해.

이제 알것 같거든.

육아의 끝은 나의 중년과 같이 온다는 사실을.

그래서 다 큰 애들 학교 보내고 뭘 해야하나..뭐라도 배워야 하나.. 뭐라도 벌어야 하나 고민하는 선배 엄마들의 마음이 이해돼.

어떻게 보내온 시간이란걸 다 아니까..




백팩의 무게와, 아윤이의 무게가 온몸의 근육을 단련시킨 나의 육아.



저 화려한 백팩을 들춰 업으면...화사해 보일 줄 알았던 나의 발악..

청남방을 입으면 어려보일 것이라고 착각하던 나의 발악...

한손으로 아이를 안으면 헐리웃 스타마냥 거뜬하고 아름다워 보일 수 있을거라는 착각..

모자를 썼지만 머리를 안감았다는건 모르겠지..하던 착각..


발악과 착각으로 다져진게 나의 육아였다..싶어.

생각처럼 하나 되지 않아 더 단련되고, 터득하고 배우게 된 삶의 지혜.

이렇게 온몸으로 부딪혀 내공을 쌓는 중이니..

'육아'의 시작인 내 아이에게 감사하다 말해야 할까 봐.




내일은 또 어떤일이 벌어질까나.

아 신명난다 신명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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