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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을 입은날 내 기분이 말이야.

나는 결혼 전에 아나운서로 3년 정도 일을 했어.

늘 정장을 달고 살았고.

풀 메이크업된 화장이 익숙했고.

높은 하이힐이 일상이었어.


 '외적'인 부분보다 분명 더 중요했을 '내적인' 성숙이었겠지만

그때는 그렇게 깊이있는 어른이 아니었던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


조금 더 성숙한 사유를 할 수 있는 어른이었다면..

더 멋진 아나운서로 일 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지금 더 멋진 아나운서 생활이었다고 추억할 수 있지 않았을까?

더 높은곳만 바라보느라 현재를 즐기지 못한게,  작은일도 감사한 마음으로 열심히 임하지 못했던 것 같아 마음에 한켠이 늘 저리는 기분이야.


정장을 그리도 즐겨입다 아이낳고 수유티, 무채색 옷들을 골고루 입으며 몇년을 지냈으니

정말 옷장의 옷들 보면서 ' 아줌마 다 됐다..' 싶더라구.


아이둘다 유치원을 가고 오전시간 알차게 보내고 싶은 마음에 요새 나는 인문고전 수업도 듣고 있고, 도서관에서 책도 주구장창 읽고 있어. 그리고 자격증 하나를 따려고 계획중이야. (아니, 실행중이야)

헌데 거기서도 면접을 본다지 모야.

세상일 만만한게 하나도 없더라고.


아주 오랜만에 옷장을 뒤져서 입을만한 옷이 있나 뒤졌는데 하도 안입어서 색이 바래있고, 좀이 쓸어있고..

입을만한 것 들 몇 개중에 골라 입었어.


저 블라우스는 몇~년 전에 샀던 블라우스..



저 검은 재킷도 결혼 전 샀던 옷..
















애 엄마에게는 옷보다 더 중요한게 자신감 장착 이거든.

옛날 옷이면 어때.

자신감만 장착하면 그만인걸.

아이 키우느라 세상에서 나 혼자 도태된 듯한 그 기분을 없애는게 가장 중요하거든.

기본적인 ' 자존감' 을 찾기가 사실 참 힘들어..


아직 결혼 안한 내 동기들, 아직 아이를 낳지 않고 경력 쭈욱 쌓고 있는 친구들..

모두 집에서 아이를 돌보는 나와는 많이 다른 하루를 살고 있을거야.

그 모습과 나를 비교하면서 나도 참 많이 힘들어 했었구..


지금 내가 서있는 이 자리를 자신없어 하면 안될 것 같더라구.

그래서 당당히 걸어 면접실로 들어갔어.


면접관에 내 동창이 앉아 있더라고.

드라마지 드라마.


집으로 오는길..

정장을 입고 한껏 설레이고 기대하던 나는 말이야..

죽겠는 마음을 간신히 억누르고

괜찮다..괜찮다..

그럴수도 있다..

자신감을 잃지 않으려고 이 악물고 발악을 했어.


...그런데 괜히 눈물도 좀 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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