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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적교육' 시키려고 또 학원보내게?

그 어렵다는 통합형 교육을 스스로 깨치는 중인 서윤이.

영어와 한글과 그림과 수학을 놀이를 통해 스스로 넘나들면서

재미를 찾아.

'책 만들기'를 통해서.





이제 하도 만들어서 보여줘서 내가 감흥이 좀 덜했었나 봐.

만들어 쌓아놓은 책장 귀퉁이에서 이걸 발견하고 미소가 지어지더라고.


잘 하던 집중 듣기도 아직은 아닌 것 같다며 하고 싶을 때 말한다고 스톱한 상태고.

디비디 보는 것도 예전에 비해 좀 줄었어.

나가서 놀아야 하니 시간이 부족한 이유도 있는 것 같고.


칼같이 하원하고 집에 돌아와서 놀이터를 안 나가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저렇게 책을 꼭 만들곤 하는데 말이야.

글자며, 알파벳이며..

내가 보기엔 중학생 언니만큼 정갈한 글씨야.


저 아래 그림 좀 봐.

별창고래..

별창고. 너무 예쁘지.


뒤집힌 알파벳이 즐비하고 삐뚤빼뚤해도,

(아마 이것도 한글책처럼 필사를 한걸 거야~)

보고 쓰는 문장이고 단어일지언정..

저렇게 만들기 위해 혼자 찾고, 그리고, 쓰면서 저리 재미있어하는 걸 보면

이 아이는 분명 그 어렵다는 통합형 교육을 실행하고 있는 중일지도 몰라.






한글과 영어를 넘나 늘며 놀이로 승화시켜주는 이 아이의 대견스러움.

아니, 사랑스러움.


늘 엄마 사랑해요를 부르짖어주는 고마움.

아기자기한 그림으로 엄마까지 동심을 갖게 만드는 신비한 아이.





덧셈도 혼자 문제 내고 혼자 풀면서 신나게 놀아.

여전히 5는 가끔 저렇게 거꾸로 쓰는데

저렇게 만들면서 하루 중에 꽤 많은 시간을 보내 서윤이는..






뭔가 생각나는 게 있다 싶으면 수시로 앉아서 뭔가를 만들어.

대부분이 책이고.

게임을 만들기도 하고, 그림판을 만들기도 하고, 예쁜 언니야들 그려놓고 누가 예쁘나 돌아다니면서 체크하려고 저런 것도 자주 만들어.




자기 자리 앞,

종이를 덕지덕지 붙여서 이렇게 어디든 그림을 그릴 만한 공간으로 재탄생시키고 말이지..


사방이 자질 구리 한 그림들인 우리 집을 둘러보면서 종이 많지 않냐고 내뱉고 싶은 맘도 굴뚝같은데 허벅지 꼬집어 가면서 참는 중이야.

이런 과정 속에서 저런 책 만들기가 탄생했다는 걸.. 나는 누구보다 잘 알거든.


이런 낙서와 그림과 상상의 시간들이 서윤이에게 무한한 창의력을 안겨줬다는 걸 나는 이제 알 것 같거든.

그래서 우리 집 모든 공간의 주인은 나와 남편이 아니라 '서윤이'와 '아윤이'야.




만지면 돈 냄새나고 세균 득실거려 좋을 거 하나 없는 동전들이지만 신나서 다 엎어놓고 10개씩 묶음을 지어놓으면 나는 질문에 답할 태세를 갖추고 대기해.

분명히 물어볼게 뻔하거든,

"이건 얼마인 거냐."

"이건 그럼 얼마인 거냐."


나와 서윤이가 하는 수학 학습은 이런 것뿐이야.

서윤이가 판을 벌려 궁금해하는 게 생기면 즉각적으로 알려주는 그 순간.





집에 널려있는 책들 다 읽은 책들이라고 새책 들이기 전까지는 안 본다더만

슬그머니 한 권 펴서 눈 나빠지는 저 자세로 신나게 보는 저런 과정들이 쌓이고 쌓여 한글을 뗐던 거구..







지겹게 함께 하자던 스티커 놀이들로

패션감각을 익히고, 예쁜 그림들 옷을 능수능란하게 그릴 수 있었던 거구





뭐 하나에 꽂히면 오랜시간 잘 될 때까지 그리고 또 그리고 승질내며 그려대던 저 시간들이 서윤이의 인내심을.. 그리고 그림실력을 키웠던 거였어.

뭐 하나에 꽂히면 오랜시간 잘 될 때까지 그리고 또 그리고 승질내며 그려대던 저 시간들이

서윤이의 인내심을.. 그리고 그림실력을 키웠던 거였어.






그리고 이 모든것들을 위한 가장 중요한건

뭐든 열정적으로 할 수 있게끔 뒷받침 해주는 '기초체력'.

뭐든 열정적으로 할 수 있게끔 뒷받침 해주는 '기초체력'.


뭔가를 하고 싶은 흥미와 욕구는 심신이 에너지로 가득차있을 때 가능해.

우리가 피곤하고 우울하면 무기력해지는 것과 마찬가지 아닐까.

그래서 아이들의 넘치는 에너지를 늘 감사하게 생각해야 되는 것 같아.

그 에너지를 바탕으로 체력이 길러지고, 창의력이 길러지고, 무한한 성장이 이뤄지는 거거든.



미친듯이 공터를 날뛰던 에너지와

 지겹게도 놀아대던 토나오는 놀이터에서의 시간들이

지금 서윤이의 집념을 만들었을지도 모르겠어.

아니, 이 시간들이 분명 이 아이의 집념을 만들었어.




하루종일 징하게도 에너지 뻗치게 놀던 내 아이에게 고마운 밤일 수 있길 바라.

오늘도 발광하고, 진상떨며 꿋꿋하게 자기들 성장 과정을 실행한 내 아이들에게 고마워 하는 하루가 되자구.


나도 그러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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