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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만드는 전시회.

머리길이까지 비슷하니 정말 둘이 점점 닮아가는 것 같아.

아윤이가 커갈수록 점점 인물이 나고 있어.


우리집 애들은 커갈수록 예뻐지는 *발전형 인간* 인가봐.

사랑스럽지..


기차 기다리면서 둘이 저리 앉아있는게 마냥 예뻐 남편이랑 넋 놓고 봤거든.



어제 밤에 각자 가방에 뭘 넣어 갈까 고민하고 무겁지 않게 짐을 좀 챙겼었어.

가장 먼저 종이랑 펜을 챙기더라구.

그래서 최대한 가볍게 가지고 가라고 집에 있는 B4용지를 반으로 잘라 조금씩 넣어주고, 볼펜도 무겁지 않게 몇개만 넣었어.


그런데 둘이 색연필이며, 연필이며 갖가지것들을 더 넣어 가지고 왔더라고.

좌석을 뒤로 돌려서 둘 둘이 마주보며 여행을 했거든.


의자가 뒤로 빙그르르 돌아가는것도 그리 신기했는지 아윤이도 서윤이도

너무 재미있어 하더라고.

그리고 뭘 했겠어.


그리더라..

종이를 꺼내고, 맘에드는 펜 하나씩 골라잡고

그림을 그리더라고.


그리고...그리고...그리고..



다리도 꼬고 그리더라고.

누가보면 원고 마감 임박한 작가인줄 알겄어.

여튼, 정말 열심히 그리더라.





서윤이 머리 속에는 상상의 나라가 가득해.



바나나 나무가 있는 여름과 눈사람이 있는 겨울이 공존하는 세상이 있고..



다들 지가 제일 멋지다는 개구리 세마리가 싸우는 세상도 있고..


다들 지가 제일 멋지다는 개구리 세마리가 싸우는 세상도 있고..


귀여운 동물들과, 아기자기한 식물들이 가득해.

귀여운 동물들과, 아기자기한 식물들이 가득해.




예쁜 소녀와 귀여운 올챙이도 분명히 뭔가 교감을 하고 있는 중일거야.

우리도 올챙이 키울때 엄청 대화를 했었거든

"축하해 뒷다리가 나왔다니 많이 컸구나~"

아마 이 정도 대화 아닐까.



갈기가 있는것은 숫사자, 없는 것은 암사자라는 것을 책에서 보고 주구장창 갈기있는 사자를 그려대더만 이제 갈기도 멋스럽게 그려.

서윤이는 사자 갈기도 가지각색이거든.

이번엔 뭔가 미용실에서 손질하고 왁스바른 갈기 느낌이야.





모래놀이하러 바닷가로 향하는 길이었으니

모래와 귀여운 아기 게도 떠올랐나봐.



어제 읽고 잔 '비둘기와 개미' 이솝우화 책도 떠올랐는지 그림으로 그려놨더라고.


상상의 곤충이 있는 어느 풀밭이라던데 서윤이는 하트 달린 곤충을 상상하고 있었나 보아.


상상의 곤충이 있는 어느 풀밭이라던데

서윤이는 하트 달린 곤충을 상상하고 있었나 보아.





왜 저렇게 바탕을 다 색칠해 놨나 했더니

흐린날이래.


흐린날 호랑이에게 잡혀먹힐것 같은 동물이래


남편과 나란히 앉아서

아이들이 그림 그리는 모습을 유심히 바라봤어.


순간순간 아이들이 생각하는 것들, 어른들은 결코 상상하지 못하는 아이들만의 세상을 표현하는 그 순간이 참 반짝거려 보이더라..

커다란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랑 아이들의 반짝이는 모습이랑..

참 벅차는 마음이었어 난.



참 잘그렸지만.

잘 그렸다는 표현보다 정말 멋지다는 말을 해주었던 오늘.

너무 잘그려서

최고의 그림이라는 말을 해주고 싶었지만

그보다 정말 재미있는 그림이라고 표현해준 오늘.


'최고'와 '대단한' 그림도 좋지만

난..

'재미'있고 늘 새로운 '탐색'의 시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야.



생각하는 모든것을 이렇게 재미있게 그림으로 표현해가면서

상상력을 키워나갈 수 있는 그런 시간이라면

그걸로도 완벽한 하루 아니었을까 싶었어 난.




학교를 들어가면 미술을 시간맞춰 그려야 한다고 많이들 연습시키더라.

학원이 무조건 나쁘다 생각하지는 않지만 분명 하나를 얻으면 하나는 잃는게 있다고 생각해.


미술학원에서 초등학교에서 하는 미술을 선행하고,

아이들은 학교에서 분명 시간에 맞춰 시키는 대로 잘 따라해 주겠지.

아마 선생님이 알려주는 다양한 방법도 배울거야.


하지만 틀에 짜여진 '시간맞추기'와 선생님이 전수해주는 다양한 '방법론'을 터득하면서 자연스럽게 혼자 생각하는 힘, 그 생각을 표현하는 힘, 오래걸리든 짧게 끝내든 즐겁게 임하는 그 마음가짐은 반감되지 않을까.


난 그 방법론과 시간맞추기 연습을 얻는대신 그리고 싶을때 그리고, 표현하고 싶은 색감을 다양하게 이용해가면서, 하루종일 그리기도 하고 1분 그리다 말기도 하면서..

그리고 표현하는 재미를 스스로 터득하길 바라.



뭐든 우선순위는

'흥미'와 '즐거움'이야.


한글도 영어도 물론 마찬가지 였지만

그림그리기가 엄마에게 미술이라는 한 과목으로 인식되어 버리면  

아이들도 그걸 알아.

그래서 더 그리기 싫어지는 거지..


내가 생각하는 아이들의 그림들은

미술이 아니라 그림그리기고

그림그리기는 곧 아이의 마음과 생각을 표현하는 전시회 거든.


난 그래서 아이들의 그림을 파일로, 사진으로 하나하나 기록하고 모으면서

정말 제대로된 전시회가 이런거구나 늘 생각해.


'아이들이 만드는 전시회. '

아이들의 마음과, 그 멋진 상상들을 맘껏 볼 수 있는( 그것도 무료로 말이지)  특권을 가진 유일한 사람이 엄마 아닐까.


'시간'과 '공간'과 '꼭 이래야 한다는' 틀에서 조금만 자유로워 진다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밖에 없어.


머릿속에 우리가 상상도 못하는 멋진 생각들이 충분히 가득하거든..

그걸 표현해줄 수 있게 많이 도와주자.


좋은건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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