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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도 곧 '스펙'이다.

당당해. 당당 할만 해 육아는.


작고 통통하던 서윤이 상전님을 비위 맞추던 시간.





오동통 귀여운 아윤이 상전님을 비위 맞추던 시간.





아이 둘에 내 인생을 완벽하게 저당 잡혔다는 생각에 황당함이 수시로 밀려오던 시간..

날 보며 해맑게도 웃어주는 아이들 표정에 만감이 교차하는 행복을 느끼던 시간..


그 시간들을 통해서 난 인내를 배우고, 체념을 배우고, 노력을 배우고, 실행하는 용기를 배운 것 같아.


육아로 여자의 인생이 완벽하게 올스톱됐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찬찬히 곱씹어보니 진정한 사람으로 날 발전시켜 준 시간이었어.


이 육아라는 시간을 경험하지 못했다면

아마 난 여전히 불뚝거리고

여전히 내가 세상 전부인 줄 알고 착각하고 살고,

또 여전히 소소함에 행복을 느끼지도 못하고,

지금처럼 자연을 사랑하지도 못하며 살았을 거 같아.


참 고단하고 피곤하던 육체노동, 그리고 갈피를 당췌 못 잡겠는 아이들 덕에 늘 소진되어 버리던 감정노동이 합해져서 나에게 이런 세상도 있는 거란다.. 를 알려준 '육아'



애들이 꽤 많이 컸다.. 싶어도 사실 별반 변한 건 없어.

아이들 유치원 간 오전 시간 찰나의 자유시간이 얻어진 것 외에는

2시 칼 하원 하는 아이들 시중들고, 간식 먹이고, 씻기고 저녁 먹이고, 책 읽어주고 놀아주고 정리하고.. 뭐 사실 똑같아.


초등학생 되려면 몇 달 안 남은 거라고 가끔 신나 해서 나까지 벙찌게 만드는 서윤이와




여전히 엄마가 세상 전부인 줄 아는 엄마 매미 아윤이.




이 두 아이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변함없는 일상.

언제나 하루의 중심은 두 아이들이야.


아무리 내가 뭘 배우러 다니고, 뭘 하려고 발악해도 아이들이 중심이 되는 선택이 되어버리더라고.

늘.. 결정의 중심에는 아이 둘이 떡하니 버티고 있어.



내 몰골 제대로 확인할 겨를도 없이 정신없이 애들 뒤치다꺼리하며 보내던 하루들을 생각하면 그 오전 시간의 자유도 얼마나 값지나.. 싶은데

또 아이들과 부대끼면서 징하게 붙어있던 우리들의 시간을 생각해보니

나의 도전과 용기와 실행과 노력들의 바탕은 '육아'로 부딪히며 다져진 깡다구가 8할이더라고.


날 많이 늙게 한 육아의 시간이 야속하기도 하지만 날 이렇게 단련시킨 육아의 시간이 한편으로 너무 고맙기도 해.



이 험난한 것도 옴팡지게 잘 해냈는데 뭔들 못하겠나 하는 자신감이 막 솟아나는 거야.


후회 없이 몰입하고, 후회 없이 함께하면서 '육아'의 시간을 보낸 나에게

이 시간은 곧 '스펙'이야.


마음을 단련시키고 내면을 다부지게 성장시킨 꽤 괜찮은 '스펙'






여전히 끝나지 않는 놀이터에서의 에너지 뻗침.

그리고 긴 긴 기~인 기다림의 시간.

(초등학교 내내 아마 이리 놀지 않을까 싶어. 일찍이 내려놓을라고.)


정신없이 준비하며 빨라진 손으로 만들어내는 점심 저녁.. 간식들.

씻기고, 밥 준비하고, 정리하고.. 1인 다역을 거뜬히 해내며 보내고 있는

개피곤한 하루들은 곧 스펙을 쌓는 소중한 시간들이야.





이력서 자격증 한 칸에 당당히 '육아'를 쓰리라.

나에게 육아는 곧 스펙이야. 진정한 스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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