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한다는 것
생각해보면, 나는 누군가의 작업에 대해 거리낌없이 칭찬하고 박수를 보낸 적이 드문 것 같다. 호불호도 심하고.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나는 다른 사람들의 격려와 칭찬, 그리고 박수를 받아야만 하는 성미였는데. 나와 닮은 누군가를 보고서야 이걸 깨닫기까지 참 오래걸렸다.
나도 주저없이 칭찬하고 용기를 북돋아주는 사람이 돼야지. 내 애정에 끊임없이 의심을 가지는 사람에게도. 사랑을 왜곡하고 가시를 방패로 삼는 사람도 품어줘야지. (이 부분이 가장 힘들다.) 한계없이 애정을 주는 것. 그동안 내게 빛바랜 가치를 굳이 들쳐내본다. 냉소를 던지고 거리를 두고, 비웃어 넘기면 그만이었던 내가 이런 마음을 먹는다는게 놀랍다.
영화를 한다는 건... 이 바닥은 효율은 최악이고, 어디로 갈지 모르는 배 위에서 서로 바짝 붙어 기대어 믿어야 하고, 기약없는 목적지에, 내 직감과 희망을 붙잡고 모든 패를 걸어야 하는 세계다. 시간, 돈, 노력, 체력, 유/무형의 재화들이 마치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갈려나간다. 그것도 내가 아닌 남을 위해.
너는 너, 나는 나, 효율, 능률, 승부수, 네 일이 나한테 넘어오지만 않게 해라 - 가 최고의 가치였던 인생에 전례가 없는 항로다. 내가 세상에 하고 싶은 이야기 하나를 위해 내가 믿어왔던 방향과는 정반대로 기어이 걸음을 딛는 내 모습이 신기하다. 이 세계에 애정을 가지기 시작하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