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중순

교포들에 대해

by Jiin

지금까지 만난 모든 교포들과의 갈등은, 그들의 한국에 대한 일반화에서 비롯한다. 겨우 반 년 간 이곳에서 몇 명 되지도 않는 교포들을 만나며 내가 뚜렷하게 들은 문장만 나열해보자면, "나는 미국 국적이야. 그래서 군대 안가도 됨." "나는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았어. 아버지는 한국인 사고방식을 너무 강요해." "한국 여자들은 다 '애교' 부리잫아. 오빠 bitch들." "어떤 바에서 한국인들을 만났는데, 나한테 존댓말 안쓰냐고 하는거야" "한국 사람들은 스타일이 다 똑같아."


한국은 이렇잖아, 한국은 저렇잖아.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수십가지 편견이 뚝, 뚝 떨어진다. 이 중에서도 내가 가장 놀란 말은 - "아, 나는 교포니까 서울에 가면 그 사람들이 나를 (당연히) 싫어하지."


도대체 이런 무지막지한 편견들이 다 어디서 나오는 걸까. 어른들이 쉽게 하는 말로, '늬들 부모가 그렇게 말하던?' 하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그렇지 않으면 나이도 어리고, 한글고 못읽고, 서울에는 몇 주 가 본 적도 없는 이들이 이토록 확신에 차서 말 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이들의 부모 입장을 생각해본다. 그들이 평생 나고 자라왔지만, 모종의 이유로 스스로 등진 사회에 대해서 자녀들에게 뭐라고 말했을까. 본인의 선택에 대한 당위를 말해야 하므로 자연스럽게 그 사회에 대한 지탄으로 이어졌음직하다. 너는 부모 잘 만난 줄 알아라. 한국 애들은 수능 보느라 얼마나 고생하는 줄 아니, 그 닭장같은 교실 속에서 아침 8시부터 밤 11시까지 공부를 한단다. 한국 애들은 얼마나 경쟁에 치이는 줄 아니, 한국 여자애들은 한 여름에 살 드러나는 옷도 잘 못입고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성형하기 바쁘단다. 취업난은 또 얼마나 심각한 줄 아니. 무엇보다 영어가 모국어라는 게 얼마나 좋은 건 줄 아니, 너는 미국에서 태어난 걸 축복인 줄 알아야 해.


기회비용을 후려쳐서 비교우위를 취하기. 손쉬운 방법이다.

이런 사고 방식의 대물림은 고스란히 토종 유학생인 나를 겨냥한다.


나는 평생을 한국에서 살았지. 네 말에 따르자면 - 나는 네가 말하는 너의 부모처럼 고루한, 쿨하지 못한, 조지 오웰의 '1984'에서 마냥 모두가 똑같은, 회색인간이 가득한 통제된 사회가 내 삶의 배경인, 그래서 천편일률적이고 촌스러운 패션 감각을 가진, 후진 성가치관을 지닌 사람이야. 그렇다면 이런 나에게 연락을 하는 이유가 뭔데. 원하는 듯 아닌 듯 나를 친구라고 일컫는 네 심리가 뭘까? 동정심? 동정심이라면, 굳이 가시돋힌 말을 표면 위로 꺼내어 내뱉고야 마는 성미는 또 뭘까.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계급적으로' 구분하며 내가 감히 먼저 손을 내밀지는 않는 피곤한 탐색전. 다 느껴진다.


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미국 사회에서 보이지 않지만 분명하게 존재하는 사회 계급을 뚜렷하게 인지하고 있고, 또 그 피해자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틈바구니에서 부지런히 자신의 포지션을 찾고 재정의한다. 우와 열, 애와 증, 상반된 감정을 수반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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