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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une Apr 13. 2023

베트남으로 편도 티켓을 끊다

30대 중반 독신, 나는 왜 베트남으로 떠났는가

3년이 넘는 재택근무 기간동안 아주 외롭고 지겨운 시간을 보냈다.

너도 나도 해외로 나가는 걸 보면 나만 그런건 아닌 것 같다.


도쿄 한 구석에서 더 이상 머물 이유를 찾지 못한 나는 일단 어디로든 나가야겠다며 베트남 하노이로 가는 편도 티켓을 질러 버렸다.


내가 돌볼 애가 있나, 남편이 있나 심지어 남자친구라도 있나! 이왕 이런 솔로 인생이라면 최대한 이 자유를 즐겨주겠다! 하는 심정으로


코로나 이후 쭉, 벌써 3년이 넘는 시간동안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고향집을 빼고는 아무 곳에도 갈 수 없고, 가지 않았는데 이번 여행은 이제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재택근무의 장점을 최대한 누려보고 나도 일하면서 여행하는 생활이 가능한지 스스로의 삶의 형태에 대한 일종의 테스트이기도 했다.


또 최근에 일 때문에 느끼고 있던 좌절감과, 노력을 하면 할 수록 오히려 뭔가가 빗나가는 것 같아 괴롭던 마음을 멀리 한 번 놓아줘보자 생각한 것도 티켓 결제를 부추겼다.



왜 베트남이었냐고?
특별히 베트남이어야 하는 이유는 없었다.



하노이 거리에서



어쩌만 아주 합리적인 이유밖에 없었는데,  아직은 먼 곳으로 떠날 배짱과 돈이 없는 상태에서 한국과 한 번 가본적있는 대만을 제외하면 베트남이 도쿄에서 가장 가까운 해외여행지였기 때문이다.

일종의 워밍업에 가까운 선택이었다.


그렇게 대충 정한 베트남 행이었지만,  마음속에서는 이걸 진짜 가, 말아 하면서 수많은 시간을 고민했더랬다.


하지만 일단 떠나겠다 마음먹은 후에는 떠나기 전까지 여행경로 짜고, 숙소 알아보는 재미로 며칠을 뜬눈을 새며 이미 버츄얼 베트남 여행중이었고, 마음은 이미 아침부터 후덥지근한 베트남의 어느 홈스테이 숙소에서 쪼리를 질질 끌고 일어나는 상상으로 들떠 있었다.


그렇게 약 한 달간 마음먹은 대로, 때로는 마음에도 없던 곳을 거쳐서 약 한 달간 베트남 여행을 다녀왔다.


일본을 떠날 때 머리속에 넣어왔던 스케줄 대로 다음 여행지를 향해 떠나야 하는 날엔 이미 그 곳에 정이들어 떠나기 싫기도 했다. 자유롭게 좀 더 머물까 싶기도 했다.


그래도 또 무거운 엉덩이와 짐을 들쳐 업고 계획대로 떠나보면, 도착한 곳 나름대로 충분히 머물만한 매력을 발견했다. 베트남 여행은 계속 그런 시간들의 반복이었다.


일을 하면서 여행을 하고 있기 때문에 평일 오후까지는 도쿄에서와 다름 없이 온라인미팅과 업무들로 시간을 채워야 했다.


회의와 업무가 없는 빈 시간들과, 저녁 시간, 주말만 여행다운 여행을 할 수 있었지맘 그래서 더 베트남에서 생활하듯 지냈도, 우연히 만난 인연들과 눈과 마음에 담아둔 풍경 구석구석들이 귀하게 느껴진다.


마이너스가 된건 내 통장 잔액뿐이고,나머지는 다 플러스였던 베트남 여행기를 공유하고자 한다.

아직도 이걸 가, 말아? 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동지들을 등떠밀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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