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한 달 여행자가 말하는 베트남 여행지별 특징
나는 베트남을 한 달 여행할 요량으로 30일 여행이 가능한 E-VISA를 사서 딱 29일 여행하였다.
한 달이라는 여행 기간은 20대 마지막, 일본에 오기전에 유럽을 처음으로 한 달 다녀온 이후로 처음이었다. 과연 일하면서 지치지 않고 한 달을 다 채울수 있을까? 중간에 돌아오고 싶을지도 모르니 왕복표를 끊는 것이 겁이 나서 편도로 끊었다.
그렇게 29일 동안 나는 하노이, 하롱베이, 다낭, 호이안, 나트랑(냐쨩), 달랏, 부온마투옷, 호치민 이렇게 8개 지역을 짧게는 3~4일, 길게는 일주일 정도 머물면서 둘러보았다. 어딜가나 변함없는 모습들도 있고, 차로 1시간 남짓 왔을 뿐인데 전혀 다른 분위기가 느껴지는 모습들도 있었다.
일하면서 여행했기 때문에, 관광지에 대한 감상 보다는 전반적인 동네 분위기 위주로 지극히 사적인 시선의 추천글를 써본다. 지금 베트남여행을 고려중이고, 어딜가야 하는지 고민하고 계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하노이: "베트남"이 어떤 곳인지 알고 싶은 분에게
생기와 혼돈으로 가득 채워진 애수가 녹아있는 도시. 하노이에 대한 내 느낌은 그렇다. 하노이는 동남아시아의 느긋한 느낌이 있는 곳으로 휴양을 오고 싶은 분들은 절대 오시면 안되는 곳 중에 첫째로 꼽겠다. 하지만 베트남이 어떤 나라인지, 어떤 사람들이 사는 곳인지 관심이 있는 분들은 바로 하노이로 오시면 된다. 베트남의 현재,과거, 미래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이 이 곳 하노이라고 생각한다.
베트남 하면 흔히 떠올리는 오토바이 떼도, 단연 베트남 지역중 최고라 할 수 있다. 하노이에서 한 이틀만 지내고 나면 그 후에 어떤 도시를 가더라도 오토바이 때문에 겁을 먹거나, 번잡하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그만큼 공기도 나쁘기 때문에 마스크를 꼭 챙겨오시길 바란다. 하지만 매연 때문에 하노이를 오지 않는 것은 큰 실수다.
저녁시간이 되면 반짝이는 조명들과 함께 현지 사람들이 모두 나와 즐기는 호안끼엠 호수 공원에서 베트남의 활기를 느낄 수 있고, 중심가와 그 주변에는 멋진 음식점과 카페가 수도 없이 많다. 그리고 하노이에서 근거리 여행지로 하롱베이 (또는 런하베이) , 이번에 미처 둘러보지는 못했지만, 사파나 닌빈 같은 역사 깊고 아름다운 곳들도 많다. 내 베트남 첫사랑 하노이. 베트남 어딜 여행하든지 하노이를 잊어 본 적이 없다.
하롱베이(란하베이): 느긋하게 섬 풍경을 즐기고 싶은 분에게
하롱베이 지역에 있는 깟바(Cat Ba)섬에 이틀 정도 머물렀기 때문에 이 곳도. 하노이에 일주일 이상 머무르시는 분에게는 데이투어도 좋지만 하노이 주변에서 바캉스 기분을 즐길 수 있는 깟바섬에 머무는 것도 추천드린다. 깟바섬은 느긋하고 잔잔한 휴양지 느낌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한국 사람은 많이 없고, 하롱베이 지역에 오래 머물거나 국립공원이 있는 섬 자체도 여행할 목적으로 온 서양사람들이 많다.
하롱베이 지역 섬 투어는 크게 지역을 나누자면 "하롱베이" 와 "란하베이" 지역으로 나눠진다. 둘다 풍경은 비슷하고, 런하베이 투어가 더 사람이 적고 물이 깨끗한 것 같다. 깟바섬과 란하베이 투어를 선택 한 것도 하롱베이가 사진으로 보면 멋지지만, 카약을 타면 옆에 쓰레기가 두둥 떠다닌다는 후기를 많이 봤기 때문이다. 실제로 란하베이는 깨끗했다. 두 지역을 다 보려면 1박을 해야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풍경이 비슷비슷 해서 하루 동안있는 것도 좀 지루했기 때문에 많은 것을 보고 싶은 분들은 1일 종일 투어만으로 충분 할 듯하다.
매일 뭘 보고 뭘 먹어야 할지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자유여행자에게 종일 투어는 너무나 편했다. 일단 아침 일찍 배를 타기면 하면, 점심도 주고, 카약도 하고, 수영도 하고, 음악도 틀어주고, 사진도 찍어준다. 말 그대로 신선놀음이 가능하다.
다낭: 흔히 떠올리는 저렴한 동남아 여행을 편히 즐기고 싶은 분에게
한국인들이 사랑해 마지 않는 다낭. 저렴하게 호캉스가 가능하다. 특히 바닷가 지역은 해변가를 따라 쭉 호텔이 늘어서 있는데, 어딜 가나 저렴한 가격에 수영장까지 이용이 가능하고, 조식도 잘 나오는 것 같다. 엄마는 호텔 조식 때문에 다낭에 더 있고 싶다고 할 정도 였으니...호텔에 여유롭게 머물면서, 1일 1마사지도 가고, 저렴하게 맛있는 것도 먹으면서 마시면서 즐기기 좋다. 다낭에서부터 한글 간판을 쉽게 볼 수 있었고, 한식 먹기도 쉽다. 베트남음식점에 가도 김치가 준비되어 있었다. 감동.
다만 다낭이라는 지역에서만 느낄 수 있는 분위기가 딱히 없었기 때문에 나에게는 색다른 것을 느껴보고자 하는 여행객에는 다소 밍밍한 지역일 수 있다. 한 달 여행을 다 마치고 나서도 나에게는 여전히 가장 인상에 남지 않은 지역이다. 아마도 다낭의 매력은 다른 어느 동남아 지역을 가도 얻을 수 있는 것인데 다른 베트남 지역에 비해 좀 깨끗하고, 한국에서 오기 쉽기 때문에 인기가 많은 것이라고 추측해 본다.
다만, 다낭은 베트남에서 서핑으로 가장 유명한 지역이다. 서양 관광객들은 주로 서핑때문에 다낭에 오래 머문다. 나도 호이안에서 다낭까지 와서 서핑 강습을 받았는데 리조트지역 안에 있는 바다를 이용해서 사람도 없고 놀기 좋았다. 다낭에 오시면 꼭 서핑에 도전해 보시길 바란다.
호이안: 베트남만의 아름다움과 낭만을 느끼고 싶은 분에게
아름다운 무늬의 노랗고 빨간 등불이 주루룩 늘어서서 반짝이는 베트남 동네 사진을 한 번쯤 본 적이 있으실텐데 그 지역이 바로 호이안이다. 호이안은 생각보다 작은 동네다. 다낭에서 차러 30-40분 거리쯤 되는데, 오면 다낭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전체적으로는 바닷가에 인접한 논밭 많은 시골마을이기 때문에 키큰 건물 하나 없고, 조그마한 동네를 미로 탐험하듯이 돌아다니며 베트남의 소소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내 눈에 호이안은 어딜 가나 아기자기 하게 이쁜 곳이었고, 그래서 혼자라도 밤이 되면 눈이 어질할 듯한 환상적인 거리를 걸어다니기 바빴다.
호이안에 장기로 머무는 외국인들도 많은데, 와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한국으로 굳이 예를 들자면 다낭이 부산 느낌이라면 호이안은 여수에 가까운 느낌이랄까. 외국인들이 베트남에 오기전부터 사진을 보며 상상하던 그 베트남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곳이 호이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골스럽고, 자연적이며, 아기자기하면서도 있을 건 다 있다. 넓게 펼쳐진 논밭에 물소가 있는 풍경고 있고, 10분만 오토바이를 타고가면 안방비치나 쿠어다이비치 같은 바닷가 풍경을 즐길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베트남 여행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숙소 1, 2위로 꼽는 곳을 모두 호이안에서 만났다. (숙소 추천 글도 나중에 올려야 할 듯). 다낭지역에 있는 보통의 깨끗한 호텔보다는 자연친화적인 리조트나 홈스테이가 발달해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그래서 더 마음에 들었다. 모름지기 지내는 곳이 편안해야 하는데, 호스트들이 다들 친절하고 살가웠다. 게다가 가격도 저렴하니...지나고 보니 호이안이 베트남에서 가장 오래 머문곳이었다.
역사적으로 중국에서 온 비단과 일본에서 온 은의 중계무역으로 번성한 곳이기 때문인지 테일러샵이 굉장히 많고, 가죽 수공예도 발달해있었다. 나도 3만원에 각 부분별 가죽을 다 선택해서 만들 수 있는 올 가죽 수제 샌들을 주문해서 다음날 받아 신고다녔고, 다른 여행자 친구들은 드레스나 양복을 맞췄는데, 여행이 끝나고 집에 도착할 때면 받아볼 수 있도록 바로 해외배송으로 보내준다. 가성비 최고 쇼핑거리로 추천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