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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une Apr 21. 2023

베트남, 어딜 가면 좋냐고 물으신다면 2편

베트남 한 달 여행자가 말하는 베트남 여행지별 특징



만으로 36살, 코로나 기간동안 도쿄에서 혼자 일하고 혼자 밥먹고 살기 근질근질하여 대신에 노트북과 여행가방 들고 혼자 30일간의 베트남 여행을 했다. 한 달을 계획 했지만 중간에 포기하고 싶어질지도 모른다는 쫄보심정에 돌아오고 싶을 때 언제든 돌아올 수 있도록 편도티켓 한 장 끊어서. 그런데 돌아다니다보니 한 달이라는 시간이 참으로 빡빡하더란 말이지.


30일 동안이나 돌아다니면서 어디가 제일 좋았어? 라고 질문을 받는다면 이렇게 대답해 드리고 싶다는 생각으로 지극히 사적인 시선의 추천글를 계속해서 써본다. 망설이신다면 그냥 비행기 티켓 지르시라고.


하노이, 하롱베이, 다낭, 호이안에 대한 감상이 궁금하신 분들은 1편을 봐주시면 된다.

https://brunch.co.kr/@jionkim86/64




냐짱(나트랑): 나중에 가족과 함께 놀러 오고 싶은 곳

아침에 러닝하면서 막 찍은 냐짱의 해변


베트남 발음으로 "냐짱"이고 영어로는 "나트랑"이라고 말하는 Nha Trang. 이곳에서는 가장 평범한 일상을 보냈다. 그도 그럴 것이 스케줄 상 평일밖에 있을 수 없었기 때문에 여행을 하기는 커녕 낮 시간에는 관광대신 각종 카페를 돌아다니며 일을 하고 저녁시간에 먹고 쉬러 다녔기 때문이다. 


아침에 일어나 바닷가 산책로를 러닝하고, 그대로 바다에 뛰어들어 해수욕을 하고 8시 되면 업무를 시작해서 중간에 얼른 그랩으로 오토바이 잡아타고 한식집에가서 점심먹고, 4,5 시쯤 마치고 나면 해변에서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며 쉬거나, 저녁을 먹고 오픈 카페에서 베트남 역사책을 읽었다. 투어 하나 가지 못한 스케줄이었지만, 베트남에와서 처음으로 "다음에 가족들을 데리고 다시 놀러 오고 싶다"라고 느낀 곳이 냐짱이었다. 


뭐랄까, 다낭보다는 더 로컬스러우면서 활기차고, 캇바섬 보다는 더 신나는 바캉스 분위기가 어우러져 아침저녁으로 해변 산책로를 걷는 것 만으로도 기분이 좋았기 때문이다. 냐짱 해변에서는 이 동네 사람들이 얼마나 이 바다와 친밀하게 지내는지 볼 수 있다. 


아침 7시면 식당에 모여 식사하고 커피까지 마시는 베트남사람들 이지만, 냐짱 사람들은 더 일찍부터 바다에서 물놀이 일단 한 번 신나게 하고, 쓱쓱 씻고 닦고 하루를 시작하는 걸 봤다. 아침 7시부터 해변이 활기차다. 게다가 저녁이 되면 퇴근하고 오토바이를 해변가에 빽빽히 대 놓고, 입고 있던 옷을 대충 벗어던지고 또 바다로 뛰어들어가 놀다가 쿨하게 오토바이를 다시 타고 돌아간다. 난 이런 편하게 즐기는 모습이 신기하면서도 참 좋았다. 


나도 느끼고 싶다 저 자유로움! 다음날부터 아침 일찍 일어나 아름다운 해변 산책로에서 조깅을 하고 땀이 난 그대로 눈부시게 반짝이는 바다로 뛰어가 놀았다. 물은 그다지 깨끗하지는 않았지만 그게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 순간에 느꼈던 활기와 자유로움을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에 행복이 차오른다. 아, 냐짱 또 가고 싶네.




달랏: 시원한 베트남 산간 지역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낭만의 도시

오토바이를 타고 가서 하이킹으로 올라갔던 랑비엥 전망대


최대 프로그램 중 하나인 나혼산(나 혼자 산다)에서 팜유패밀리가 여행한 편을 보고 처음 알았던 달랏. 팜유패밀리는 먹다만 갔지만, 나는 달랏을 로맨스와 낭만의 도시라 정의하겠다. 달랏은 베트남사람들이 국내 신혼여행지로 많이 찾는 곳인데 처음에는 멋진 해변 도시들도 많은데 왜 달랏? 이라고 생각했던 나도 달랏에서 주말을 보내고 나니 베트남 사람들 감성이 이해가 갔다. 그리고 나도 달랏에서 데이트 여행을 했더랬다. 베트남에서 만난 10살 연하남과의 첫 재회지였다. 


달랏은 예전에 베트남해변에서 쪄죽을 뻔 했던 프랑스 지배자들이 피서지로 많이 이용하던 곳이라고 한다. 냐짱에서 슬리핑버스로 달랏으로 갔는데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화장실에서 일본에서 입고 온 옷으로 무장했다. 기온이 거의 10도 정도가 뚝 떨어진다. 


어딜 가나 산을 오르락 내리락 하는 지형이라 길을 따라서 달리다보면 오른쪽 왼쪽으로 오밀조밀 모여있는 아름다운 마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고즈넉한 산속 마을이 내려다 보이는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하며 뭔가 가슴이 뻥 뚤리는 느낌이 들었다. 아침 일찍일어나 오토바이를 타고 산으로 올라가 따뜻한 커피 한잔으로 손을 녹이며 일출을 보는 것도 좋다. 산 위에서도 우리돈 천원에 수어다 커피를 내려주는 베트남 여성들이 있다.


저녁에는 달랏의 모두가 달랏의 중심 그 자체인 쑤언흐엉호수로 모인다. 쑤언흐엉호수 중심으로 모든 즐거운 것들이 모여있다. 젊은 사람들은 람비엔 광장에서 삼삼오오 모여 놀고, 야시장은 북새통을 이룬다. 멋진 레스토랑, 펍, 카페도 많다. 저녁시간은 꼭 이 호수 주변에서 밥을 먹거나, 야시장을 구경하거나, 카페에서 차를 마시는 것으로 마무리를 하게 되어있다.


산속 어딘가에 가면 세상에 둘밖에 없는 느낌이 들다가도, 저녁에 슬금슬금 호수지역으로 나오면 활기찬 도시 바이브를 즐길 수 있는 곳. 그래서 베트남 신혼 부부들은 달랏으로 오나보다.




부온마투옷: 여행 로맨스를 따라 계획을 급변경 가능하다면

부옷마투옷에서 들렀던 정글에 놓인 것 같이 있던 한 카페


나도 베트남에 가기 전까지 들어본적도 없었던 동네, 부온마투옷(Buôn Ma Thuột)은 베트남 커피의 수도라고 불리는 곳으로 베트남 최대 커피 생산지다. 베트남은 세계에서 브라질 다음으로 커피 수출량이 많은 나라인데, 실제로 베트남 사람들의 삶은 커피와 뗄레야 뗄수가 없어서, 나는 베트남을 여행하며 여행오기 전에는 몰랐던 베트남 커피와 카페의 매력에 푹 빠졌더랬다. 


그래서 이 계획에도 없던 지역으로 베트남 최고의 커피를 마셔보기 위해서 냐짱에서 슬리핑버스를 5시간이나 타고 달려왔는가 하면 그건 아니고, 계획과 예상에도 없지만, 여행에서 만난 연인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였다. 나는 호이안에서 서핑 수업을 받다가 마음이 따뜻하고 외모도 훈훈한 남아프리카 출신 청년과 만났고, 호이안과 달랏에서 만남을 이어가다가 그를 좀 더 알고 싶은 마음에 그가 사는 이 곳, 부온마투옷으로 왔다.


혼자 여행을 와도 나이가 드니 얼굴도 두꺼워져 만나는 사람들한테 말도 걸기 수월해지면서 외로움 같은 것은 별로 느끼지 못하며 여행을 하고 있었다. 


하노이 첫 날 부터 바 옆자리에 많은 여인과 2시간 넘게 수다를 떨며 친구가 되기도 하고, 호스텔에서 만난 한국 여행자와 동행하기도 하고, 맥주 투어를 다니면서 만난 글로벌 파워 싱글 우먼들과 인친이 되었다. 그리고 엄마가 베트남으로 와서 일주일간은 같이 여행했다. 그렇게 혼자만의 시간은 혼자만의 시간은 시간 대로, 누군가 함께 하는 시간은 그 시간대로 밸런스를 맞춰 노홍홍하며 즐기고 있었다. 그러다가 훅,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그가 등장했다.


어차피 바다에 계속 빠질 껀데 뭐...하고 쌩얼로 가서 실제로도 오랜만에 한 서핑에 물에 빠진 생쥐꼴을 면지피 못하고 있었는데도 계속 눈부시게 이쁘다고 칭찬해주는 연하 훈남. 이 훈남과 서핑 강습 후 화이트 와인 한 병을 사서 호이안 바닷가에 앉아 마시다가, 영화 얘기를 하다 삶에 대한 얘기를 하고, 그렇게 출출해져 반미를 나눠먹다 보니 로맨스가 치사량을 넘어버렸다. 난 여기서 연애비슷한거라도 할 생각이 없다고 하는 나에게 그럼 다음 달에 자기가 일본으로 날 만나러 오겠다고 하는 이 저돌적인 연하남. 누가 이겨 이걸. 


그렇게 커피향이 가득한 도시 부온마투옷은 전혀 여행 계획에 없었던 도시였지만 그의 향기와 함께 나에게는 잊을 수 없는 여행지로 남았다.




호치민: 베트남에서 산다면 호치민일까

밤거리 푸드투어였는데도 아침 햇살같이 느껴졌던 가이드 프엉의 웃는 얼굴


나의 마지막 여행지였던 호치민. 나와 같이 하노이로 들어와 남쪽을 따라 여행하는 자들에게 호치민은 필연적으로 마지막 여행지가 된다. 베트남에서 가장 큰 도시라고 하면 하노이와 호치민인데, 보통 호치민에 외국인들이 훨씬 많이 산다고 한다. 


미국 자본이 일찍 들어와 오래전부터 베트남의 경제, 금융의 중심지이며, 하노이에 비해서 외국에 더 개방적인 정서. 말하자면 외국인들에게는 일자리도 있고, 비지니스를 하거나 친구사귀기도 쉬운 곳이라 하겠다. 


베트남의 모든 곳을 첫사랑 하노이에 기준을 두고 비교하는 나로써는, 같은 도시 지역이라 하노이를 처음 갔을 때 처럼의 감흥은 없었다. 호치민은 하노이에 비해 좀 더 세련되고, 활기차고, 오토바이가 덜 복작대는 만큼 공기가 조금 더 깨끗한 것 같고, 덥고도 밝다라는 인상이었다. 


말하자면, 베트남에서 이제 볼꺼 다 보고 새로운 감상을 느낀다는게 힘들었을 뿐, 호치민은 확실히 여러가지 매력이 있는 도시였다. 특히 밝고 예쁜 사람들과의 만남이 그랬다.


마지막 여행지를 가장 효율적이고 편하게 둘러보기 위해서 시티 투어를 두 번 갔는데, 어쩌다보니 내 담당이 두 번 다 여학생들이었다. 둘 다 밝은 성격에, 융통성있고, 열정있는 여성들이었고 그 두 친구를 통해서 베트남의 밝은 미래와 베트남 여성들 특유의 활기찬 매력을 느꼈다. 사실 하노이에서도 대학생의 젊은 가이들과 만나서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는데 비슷하지만 호치민 학생들이 좀 더 프렌들리 하달까? 그런 느낌이었다. 


예를 들어 투어 중 밥과 음료를 마시는 시간에 하노이 친구들은 가이드 룰에 따라 한사코 같이 먹기를 거절했는데, 우리 먹는걸 옆에서 지켜보는 그 시간이 엄마와 나는 너무 불편했다. 그런데 호치민에서는 같이 먹고 마시면서 다녔고, 더 같이 어울리는 분위기였어서 아, 이렇게 두 도시가 분위기가 다르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종합적으로 따져봤을 때, 만약에 베트남에 산다면 분위기, 경제적인면, 교통 등 모든 조건이 균형잡힌 호치민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첫사랑의 애틋함을 이길 순 없겠지만, 끝사랑이란 이런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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