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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une Apr 30. 2023

엄마가 베트남 자유 여행 더 이상 못하겠다고 한 이유


"우리 이제 투어 이런거 그만하자"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고, 가고 싶은 곳에 가고 싶을 때 가고, 느긋히 한 곳에 머무르기도 하면서 말그대로 자유롭게 여행하는 해외 여행을 꿈꾸었던 엄마는, 생각보다 빡센 일정의 딸래미 투어에 지쳐버렸다.


지쳐도 가야한다 런하베이 투어


일 주일 안에 최대한 베트남 곳곳을 다양한 느낌으로 누리고자 초반 일정을 좀 촘촘히 짰는데, 4일 연속 아침 6시 이전에 일어나야 하는 스케줄이 되어버렸다. 니 아버지 밥 안해줘도 되고 해서 늦잠도 자고 쉬러 왔는데 이게 뭐냐며 엄마가 뭐라고 하는데 미안하면서도 너무 웃겼다.


"난 자유여행이라서 편할 줄 알았는데 패키지 여행보다 더 힘들어 어떻게 된게"


내가 잘못 했네 이거. 그래서 다낭에서 엄마 체력 여하에 따라 진행하려고 했던 반나힐 투어 등 일단 다 접어두고, 우린 그냥 호캉스를 즐기기로 했다. 즐거운건 즐거운거고 피곤한건 피곤한거다.


다낭 호텔에서 일단 좀 쉬어야겠다며 몸져 누워버린 이여사님


다낭에서는 주변에서 밥먹고 해변 산책하고, 슈퍼에서 망고 사먹고 카페가고, 좀 지치면 다시 호텔들어와서 컵라면이나 하나 먹으면서 정말 하고 싶은대로 계획없이 보냈다.


예약한 호텔이 생긴지 얼마 안되보였는데 호텔이었는데 전체적으로 깨끗하고, 가성비가 좋았다. 특히 마지막 날 저녁, 떠나기 전에 수영장 한 번 가봐야 하지 않겠냐며 갔는데, 왠걸 진작에 올 껄.루프탑 수영장 자체도 깨끗하고 바로 옆에 예쁜 바에서 마실 것이랑 음식도 바로바로 갖다 준다.

엄마랑 다니니 호텔도 묵고 좋다


한국 음식 많은 다낭. 한국 음식 한 번 먹자며 호텔로 치킨을 시켜 먹었는데, 이거 완전 꿀맛이네. 행복이 별거 없네. 진작에 그냥 이런 여행했었어야 했나 싶었다.


다낭 꿀맛 치킨 정보 ( 그랩으로 배달 가능)

Choong Man Chicken 충만치킨


행복이 별거냐. 치킨 안에 있었네



하지만 이것도 내 큰 그림 투어 중에 일부. 다낭, 호이안은 호캉스 느낌으로 편하게 지내려고 진작에 숙소들도 그렇게 예약을 해놨다. 호텔 조식 좋아하는 우리 엄마 조식 먹을 시간조차 없었던 딸래미 투어 전반전이 그렇게 끝나고 이제 여행은 후반전으로 접어들었다.



다낭 호텔 정보

Minh Toan SAFI Ocean Hotel

https://maps.app.goo.gl/gEAPfwzwKawdkWrs5?g_st=ic




엄마와 아무런 갈등없이 지내온지 약 5일. 그러나 호이안에 와서 결국은 한 번 싸우고야 말았다. 베트남 여행 중 내가 가장 사랑한 곳 호이안은 동네자체가 예쁘고 바다가 있어서 오래 지내기에는 좋지만, 관광객이면 꼭 가봐야 하는 그런 곳은 야시장과 중심지, 액티비티는 바구니 보트 타는 정도라 금방 다 둘러보는 곳이다. 실제로 단체 관광으로 오면 다낭에 오는 김에 하루 정도 둘러 보고 가는 것 같았다.


걸어다니면서 관광하는게 다인 동네에서 문제는 한 낮에 도착해 걸어다니기 너무 더웠던 것. 일단 에어컨 빵빵한 스벅에 들어가 아아 한 잔 하며 체크인 전에 뭐 할지 생각해 보기로 했다.


엄마가 계속 오토바이가 앞 딸린 카트를 한 번 타고싶어 하셨는데 호이안에도 여러 군데서 달리고 있었다.

이제 베트남에서 탈 것이란 비행기부터 오토바이까지 다 타봤으니 남은건 하나니 타봐야 하는거 아니냐고.


은근 여행 쫄보인 요즘 여행자인 나는 길에 나가서 물 보는 것 보다 먼저 어떻게 타는지, 얼만지, 바가지라도 뒤집어 쓸까봐 인터넷을 먼저 뒤지고 있었다.

엄마가 타거 싶어 했던 투어 버스 @호이안 셔틀버스 HP에서


셔틀버스 타고 가다가 만난 귀여운 새끼 물소


그런데 또 갑자기 여기 앉아 있을게 아니라 밖에 나가서 좀 걸어다니고 해야하는 거 아니냐고 하는 거다. 아마 평소 같으면 괜찮았을지도 모르지만, 숙소를 이동하는 날은 나도 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서 인지, 갑자기 짜증이 확 났다.


그래도 좀 참고 , “엄마 걸어다니고 싶어? 나갈까?” 하니까 또 꼭 그건 아니라는 거다. 그래서 난 뭐 어쩌자는 거냐며 폭발해 버렸고 내가 성질을 내서 그런지 엄마도 입을 꾹 다물어 버렸다.


어찌저찌 관광차를 잡아타고 여기저기 사진을 찍고 돌아다니다보니 일단 화는 좀 접어두고 즐기다가, 내가 회심의 일격으로 예약한 호이안의 작은 리조트에서 엄마의 화는 다 풀어졌다.


화가 나도 둘만 다니는 여행에서는 좋든 싫든 대화할 사람도 사진 찍어줄 사람도 상대밖에 없다. 그래서 지금까지 말은 안했지만 서로 배려하고 신경쓰는게 은근 스트레스가 됐었나보다.


화는 났지만 사진은 찍어야 한다


나중에 얘기를 해봤는데, 엄마딴에는 내가 휴대폰만 보고 있눈 것 같아서 이것저것 제안한 거였고 나는 “뭐 해야하는거 아니야?” 하는 엄마의 말투가 엄마가 뭔가를 하고 싶다는 걸 돌려서 얘기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조금 오해가 있었던거였다. 그래서 앞으로 서로 원하는 것이 있으면 오해가 생기지 않게 확실히 얘기하기로 하고 마무리했다.


사실 지금 싸울 틈이 어딨나. 우리는 우리의 최애 숙박이 된, 조그마한 리조트 호텔에 막 도착해서 정신없이 둘러보기 바빴다.


참고로 호이안 시내에 나가면 많이 돌아다니는 엄마가 타고 싶어 하셨던 누런색 오픈카는 “호이안 셔틀

버스“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는 것이었고 이동 거리나, 투어 코스 종류 별로 정가제로 운영되는 것이라 바가지쓸 위험은 없는 것 같다. 쿠어다이 해변까지 돌아보는 코스가 500,000동 이었는데 가격은 버스 안에 표가 붙어 있으니 일단 잡아서 가격을 확인 하시면 된다.


타는 방법도 나는 예약하려고 왓츠앱으로 연락해봤는데 그러다 길에서 빈 버스 기사님이 타라고 호객을 해주시는(?) 바람에 그냥길거리에서 잡아 탔다. 빈 것이 있으면 택시처럼 세워서 잡아 타시면 된다. 특별한 것은 없지만, 더운데 걸어서 돌아다니기 힘들 때 호이안을 돌아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 드린다. 기사님들도 친절하시고 곳곳에서 사진도 찍어주신다.



호이안 셔틀버스 홈페이지

https://hoianshuttlebus.vn/hoi-an-tou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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