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내와 바우하우스 공부에 푹 빠졌다. 바우하우스는 전혀 몰랐던 개념이다. 파울 클레, 칸딘스키 작품과 관련한 들뢰즈, 벤야민, 보드리야르의 미학 책을 보다가 아내가 알려줘 우연히 알게 됐다. 알고 나서 주위를 둘러보니 온천지에 바우하우스 사조가 안 깃든 게 없다.
바우하우스는 1910년대 독일에서 출범한 일종의 창조 학교다. 나치로 인해 문을 닫기까지 미술, 건축 공학, 디자인, 공연 예술 등을 당시 각 분야 거장들이 뭉쳐 가르쳤다. 인간 몸과 자연물이 지닌 점, 선, 면을 연결하고 강렬한, 혹은 단색으로 저마다의 작품을 만들어 개성을 연출한다.
그들의 작업이 의미를 더하는 건 바우하우스의 모든 실험과 창조가 '공공'을 향하기 때문이다. 창의성과 예술성을 전문가들만 전유하는 게 아니라 보통 사람들에게도 재료를 쥐어 줘 스스로 창조적 작업을 할 수 있게끔 유도한다. 이같은 정신을 가장 잘 구현한 브랜드를 꼽자면 이케아쯤 되겠다.
바우하우스 출신 작가들은 모든 작품 디자인을 공유했다. 특허를 내지 않았다. 실용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일상 속 소품을 누구든지 누릴 수 있도록 길을 텄다. 바우하우스가 미국에 건너간 뒤에는 이러한 철학이 전 세계에 퍼졌다. 흔히 '모던하다'는 느낌을 주는 디자인의 인테리어•익스테리어와 건축 양식이 다 여기 수렴한다.
경복궁 옆 금호미술관에서 바우하우스 특별전이 진행 중이다. 가보면 '어? 저거!' 싶은 디자인이 다 1920~1960대에 제작됐다. 단순히 리빙 용품에 그치는 개념이 아닌 바우하우스는 교실 없는 학교, 빈민가의 타워 체육관 나아가 슬럼가 재개발 상생 모델까지 제시한다. 아내와 나의 최근 가장 큰 이야깃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