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26일 감마나이프 앞둔 장모님
성큼 다가온 죽음에 의연하게 대처하는 사람의 태도를 옆에서 보면 숙연해진다. 내일 '완치'가 아닌 '완화'를 위해 고통스런 수술을 감내해야 하는 장모님을 뵙고 온 내 마음이 그렇다.
여러 번 받았던 감마나이프 수술이라는 건데 감마선 레이저를 암세포에 쏜다. 그러면 암세포는 몸피를 줄인다. 감마나이프를 사용하는 암수술의 표적은 통상 뇌종양이다. 머리를 고정하기 위해 철골 구조물을 머리에 쓰는데 마취 없이 나사로 박아버린다. 그래서 수술보다 수술 대기 시간이 더 고역이다.
장모님 암은 2011년 폐암 4기에 뇌종양 전이 상태로 발견되었다. 3개월 남았다는 어머님 소식을 처음 들었던 날은 주일, 결혼을 전제로 만나고 있던 내 아내는 예쁜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예쁜 옷이 망가진 줄도 모른채 당시 내 여자친구는 울었다.
장모님의 암 발병은 우리들 가슴을 아프게 했지만, 동시에 마법도 부렸다. 특히 양가 어른들이 '치유' 앞에 대동단결 했다. 우리집이나 처가나 신앙 생활 하는 집안이어서 서로 '척하면 탁'이었다. 수면 아래 있던 가족 구성원 간 앙금을 길어올려 갈등에 직면하게 했고, 이를 두고 기도할 기회를 열어줬다.
"내가 암 투병하면서 감사한 것은.. 첫째 나를 다듬어주신 것, 둘째 우리 가족들 서로 사랑하며 기도하게 하신 것이네.." 올해 뼈로 암이 전이된 이후 시선을 잘 못 맞추실 정도로 쇠약해진 어머님은 사위를 만날 때면 이렇게 늘 감사 기도 제목을 고백하신다.
어머님도 인간적인 두려움이 왜 없겠는가. 그럼에도 늘 의연하게 수술대에 오르신다. 간호사나 의사에게까지 예수님의 사랑을 흘려주신다. 본인을 십자가에 못 박으시고 우리를 구원하신 예수님을 곁에서 모신 것만 같다. 장모님이 오늘 밤 푹 주무실 수 있기를 기도한다. 내일 감마나이프 수술 대기 시간도 짧았으면 한다.